지리산의 동생 덕유산에 갔습니다. 그런데 비가 왔습니다. 저는 부슬부슬 비오는 산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 산은 구름이 산을 덮고 있거든요.

혹시 구름소리 들어보셨나요? 구름에 무슨 소리가 있냐고요? 바람소리라고요? 아니에요. 그냥 바람소리하고는 다르답니다.

바람이 촉촉한 구름을 몰아줄 때면 물기 어린 구름이 살포시 들릴듯 말듯 사아악~~~ 소리를 내며  바람을 타고 옵니다. 제가 올려드리는 사진에서 구름소리를 함 들어보세요.

산에 구름이 끼어 10m 앞도 보이지 않으면 저는 비로소.. 저를 산에 맡깁니다. 사람들과 좀 떨어져 걷다 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저는 구름에 둘러싸인 채 드디어 자연 속의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걷습니다. 내 앞에 있다 내 기척에 날아가는 작은 새처럼 나도 구름과 함께 가는 한 점 작은 생명이 됩니다. 꼭 꿈속을 걷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무심히 가다가 다른 인기척을 느끼게 되면 갑자기 생각이 많아집니다. 남편이 왜 이렇게 안 오지? 나와 길이 갈렸나? 혹시 오다 넘어졌나? 좀 기다려줄 걸 그랬나? 한번 불러볼까?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복잡한 인간세상으로 돌아옵니다.

자연 속에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인간 세상에는 왜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지는 걸까요?

김미경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