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우리 것] 이상직 주주통신원

도자기는 흙으로 빚은 그릇을 구워내는 방법에 따라 도기(陶器), 자기(瓷器)로 나누는데 자기 말고도 백토 따위를 섞어 높은 온도에서 구워낸 그릇을 사기(沙器)라고 합니다. 이러한 그릇을 만드는 사람을 사기장(沙器匠)이라 부르며 사기장은 사옹원(司饔院)에서 그릇을 만들었습니다.

“(그릇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 공조로 하여금 미리 만들게 하고, 사옹원(司饔院)과 사복시(司僕寺)에서 받아서 보관하였다가 행차가 있을 때에 역마(驛馬)로 운반하여 사용케 하라.”

이는 세종실록 11권(1421)에 나오는 이야기로 당시 임금의 행차시에 백성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하여 아예 사옹원에서 그릇을 만들어 나르도록 하는 기록입니다.

우리나라 도자기는 고려시대부터 천하제일의 비색청자로서 그 명성을 떨쳤으며 조선시대에는 국가기관인 사옹원(司甕院)에서 자기를 만들었는데, 경기도에 분원을 설치하여 왕실에서 사용하는 자기를 특별히 제작, 관리하기도 했습니다. 조선 후기 관요(정부 관리 아래에 도자기를 만드는 곳)가 폐쇄되면서 도공들이 문경, 괴산, 단양 등 지방으로 흩어져 민요(민간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곳)가 번창하게 됩니다.

사기를 만드는 과정은 사토를 채굴하는 일부터 시작되며 모래흙(사토)을 구한 뒤 물에 넣어 이물질을 제거하는 수비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순수 흙으로 그릇의 형태를 만드는 물레작업을 하지요. 그 뒤 만들어진 그릇을 가마에 넣고 초벌구이와 유약을 바른 뒤 다시 재벌구이를 해서 구워냅니다.

사기장은 서민적이면서 활달한 조선분청사기와 단아한 선비의 향을 담고 있는 조선백자와 함께 한국의 토속적인 정감과 멋을 나타내는 전통공예기술로서 가치가 매우 높으며 경남 문경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05호로 지정된(1996.7.1) 김정옥 사기장이 그 맥을 잇고 있습니다.

이상직  ysa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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