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을 돌고 도는 정동길

허창무 주주통신원l승인2015.08.17l수정2015.08.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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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여중 뒷담장에서 만나는 성벽의 축대
이화여고 서문(西門)에서 오른쪽으로 나와서 농협중앙회와 이화외고 사이 골목길로 들어가면 담장 너머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서 보면 창덕여중 담장이 다시 나타난다. 담장에는 ‘서대문 성벽의 옛터’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일제의 도시계획에 따라 성벽은 헐리고 성벽의 축대만 남았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네모 반듯한 성돌로 보아 숙종 때 쌓은 성곽으로 추정된다. 담장 옆 골목길은 정동과 충정로 1가의 법정동 경계를 따라 50m 정도 이어지므로 이 담장을 따라 도성 성곽이 지나갔을 것이다. 이 담장을 따라가면 성곽은 어반가든이라는 건물을 지나 한성교회 담장으로 이어졌을 것인데, 어반가든에 막혀 나아갈 수가 없다. 화교교회인 한성교회 담장 축대가 된 성곽의 유구를 보려면 문화일보 옆길로 나와 새문안길을 따라 다시 정동길로 들어가야 한다. 원점을 돌고 도는 정동길이다.

▲ 한성교회 담장을 이룬 성곽의 유구

동양극장 터
창덕여중 뒷담 밑에 깔린 성돌 유구를 보고 문화일보 주차장 왼편으로 내려오면 현재 청춘극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문화일보홀이 나온다. 개화기에 동양극장이 있던 자리다. 문화일보 앞 보도 가장자리에는 ‘동양극장 터’라는 표지석이 있고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동양극장은 1935년 서울에 세운 최초의 연극전용극장으로 신파극을 공연했다. 이 극장은 당시 대중연극의 중심지가 됐으며 ‘호화선’과 ‘청춘좌’는 이 극장을 대표하는 2대 극단이었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라는 연극이 공연될 때는 장안의 많은 기생이 모여들었다고 하며 광복 후 운영난으로 영화관으로 사용되다가 1976년 완전히 폐관되고 1995년 철거됐다.”

▲ 창덕여중 서쪽 뒷담 밑에 깔린 성돌 유구
▲ 문화일보 앞 보도에 있는 옛 동양극장 터 표지석, 서울에 세운 최초의 연극전용극장이다.

창덕여중 터와 프랑스공사관
창덕여중 자리는 개화기에 프랑스공사관이 있었던 곳이다. 조선과 프랑스가 1886년 수교했을 당시에는 현재의 관수동에 공사관이 있었다. 그리고 3년 후 1889년 지금의 정동으로 이전했다. 옛 사진을 보면 공사관은 프랑스 바로크식 2층 높이 공간에 5층 높이 탑옥(塔屋)이 설치된 건물이었다. 탑옥은 고종이 머물렀던 경운궁(慶運宮, 지금의 덕수궁)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였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면서 프랑스공사는 철수했고 공사의 지위는 영사로 격하됐다. 1910년 한일 합방으로 국권을 완전히 상실한 후로는 프랑스공사관은 현재의 프랑스대사관이 있는 서대문 합동으로 이전했다. 그 후 프랑스공사관은 총독부 소유가 돼 조선교육회, 구매조합, 수양단조선지부 등으로 사용되다가 1935년 서대문소학교가 이 자리에 들어서면서 건물이 교정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헐리고 말았다. 학생 수 감소로 1973년 2월 서대문국민학교가 폐교된 후 1973년 3월 재동에 있던 창덕여중이 이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 창덕여중 교정 안의 옛 프랑스공사관의 머릿돌. 1896이라는 숫자는 이 건물의 준공 연도다.

편집: 정지은 편집담당

글 허창무 주주통신원/ 사진 이동구 에디터

허창무 주주통신원  sdm3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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