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1 나무로 만든 닻1
▲ 그림2 나무로 만든 닻2

닻은 △돌닻(石釘) △나무닻(木釘) △쇠닻(鐵釘)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돌닻은 정륜(矴輪, 닻줄을 감는 제구)이 있어도 올리는 데 힘이 많이 들었다. 큰 돌을 묶어서 쓰기가 어려워서 망을 만든 뒤 그 속에 돌을 넣어 사용하기도 했다. 적선이 나타나면 닻을 올리기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냥 닻줄을 잘라버리고 항해했다.

돌닻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 나무닻이다. 나무닻으로 사용했던 수종은 지역에 따라 달랐다. 완도에선 가시나무를 사용했고, 전라북도 및 인접 지역에선 참나무를 사용했다. 가시나무와 참나무는 워낙 무거워서 다른 나무에 비해 쉽게 가라앉았다. 또 잘 썩지 않아 오래 쓸 수 있었다. 다만 물 위에 오래 두다 보면 나무 자체의 부력으로 인해 자꾸 수면으로 떠오르는 현상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그림1에 나타나는 것처럼 닻장에 작은 돌 여러 개를 묶어 사용했다. 그림2도 나무로 만든 닻이다. 닻가지 쪽에 꺾쇠를 박은 점과 닻가지와 닻장을 줄로 묶어놓은 점이 지금 사용하는 닻과 다르다.

▲ 그림3 중국 철닻
▲ 그림4 한국 닻1
▲ 그림5 한국 닻2

그림3은 중국에서 사용했던 철닻이다. 닻가지 쪽 고리에 닻줄이 아닌 별도의 줄을 매고 그 끝에 부표를 달아 사용한다. 항해하다 보면 정박하려고 닻을 놓았는데 해저가 암반이어서 닻이 바위틈에 걸려 올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닻가지 쪽 고리에 매어둔 줄을 당기면 걸려있던 게 쉽게 빠져나온다. 만약 이 줄이 없다면 닻줄을 끊어서 닻을 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림4와 그림5는 우리나라에서 쓰던 닻을 보여준다. 배의 크기에 따라 닻의 크기가 달라졌다.

▲ 그림6 멍텅구리배의 닻

그림6은 멍텅구리배의 닻이다. 닻의 부분별 명칭이 나와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지금까지 제시한 닻 그림을 보면 닻장이 있는 위치가 각기 다르다. 지역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달라서다.

▲ 그림7 배가 정박할 때 닻의 모양

그림7은 배가 정박할 때 닻을 놓는 장면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닻의 고리와 배를 연결한 실선은 닻을 그냥 놓았을 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경우 바람이 불어서 배와 닻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면 닻의 고리 부분이 위로 들린다.

이번엔 닻의 고리와 배를 연결한 점선을 살펴보자. 중간에 까맣게 칠해놓은 부분은 추를 나타낸다. 추를 단 채로 닻을 놓으면 닻의 고리 부분이 쉽게 들리지 않는다. 과거에는 큰 돌을 사용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추로 돌을 대신하게 됐다. 그 결과 더 가벼운 물체로 보다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요즘 대형 선박들은 배의 크기에 비해 닻이 아주 작다. 기술의 발달로 크기는 작지만 박히는 힘은 더 큰 닻을 개발한 결과다.

닻줄(정람, 碇纜) 

▲ 그림8 말꼬리 털 줄

시대에 따라 여러 종류의 닻줄이 사용됐다. 그림8은 필자가 여행 중 제주도의 한 고물상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말꼬리 털로 만든 줄을 보여준다. 한편 60년대까지만 해도 어선들은 볏짚으로 새끼를 꼬아 닻줄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필자도 고기잡이할 때 직접 볏짚 닻줄을 만들어 사용했다.

비단으로 닻줄을 만들었다는 기록도 있다. 고전번역서 ‘가정집(稼亭集)’ 속 시 구절에 변하(汴河)의 비단 닻줄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수양제(隋煬帝)가 운하를 통해 강남(江南)을 순행할 적에 변하에 이르러 자신은 용주(龍舟)에 타고 소후(蕭后)는 봉모(鳳艒)에 태운 뒤에 돛과 닻줄을 모두 비단으로 만들게 하고는 장장 200여 리에 걸쳐 수백 척의 배로 자신을 뒤따르게 했다는 고사가 있다.

이외에도 △사람 머리카락 △삼마 △종려 △칡덩굴 △폐그물 △폐어구 등도 닻줄로 사용됐다. 요즘에는 로프를 주로 사용한다.

※사진 출전: 어선조사보고서/ 조선기술발전사/ 중국 조선사(造船史)/ 전통한선과 어로민속

편집: 정지은 편집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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