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한 건 1994년이다. 결혼하고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다 우연히 호스피스 교육을 나흘 동안 받았다. 서울 미아삼거리에 있는 성가복지병원 간호과장 수녀님의 권유로 간호 봉사와 호스피스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병원에서 암을 치료하는 비용이 워낙 비쌌다. 암 말기면 땅 팔고 집 팔고 나서 사망한다고 할 정도였다.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병원도 몇 군데 되지 않았다. 성가복지병원은 무료 병원인데다 호스피스 병동까지 있어 병실 침대가 비는 날이 거의 없었다.

당장 내일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은 환자들이 호스피스 병동에 오셔서 통증도 완화되고 병원비 부담이 없어지니 삶의 기간이 더 길어지기도 했다. 호스피스 병동이 아니면 삶의 말기에는 보통 가족도 없는 중환자실에서 온몸에 기계를 연결해 삶을 유지하게 된다. 적극적인 치료가 환자를 더 힘들게 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사망하기 전 1개월 동안 전체 의료비의 절반을 지출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환자는 성가복지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할 수 있었지만, 재산이 있어 무료 병원에 입원할 수 없었던 환자는 오히려 그 힘든 과정을 다 겪고 임종을 했던 것이다.

노인요양보험 제도가 생겨나면서 중증 암 환자에 대한 의료비용도 많이 줄어들었다. 시범 사업과 법 제정을 거쳐 편안한 임종을 할 수 있는 호스피스 건강보험도 최근 실시됐다. 호스피스 환자가 하루 부담하는 비용은 1만5000원, 간병인 비용을 포함해도 2만원이 채 안 된다. 말기 암 환자의 병원비 부담을 덜어줘 가족도 환자의 삶을 편안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환자나 가족에게 호스피스를 설명하면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하면서 상황을 부정하기도 한다. 요즘은 완화의료보다 증상치료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고 생명을 약간이나마 연장할 수 있도록 해 환자와 가족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도 한다. 더 많은 분들이 호스피스 건강보험제도를 이용해 호스피스 병동에서 질적인 삶을 완성하셨으면 좋겠다.

김점옥  hanion@hani.co.kr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