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하다 보면 갑자기 심한 바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땐 바람의 세기에 따라 돛을 둘둘 말아서 한 활 또는 두 활을 묶은 채로 항해해야 한다. 만약 두 활 이상 묶어야겠다고 판단할 땐 항해하는 걸 포기하고 바람 반대편에 위치한 인근 항이나 섬으로 가 피해야 한다.

목적지가 북쪽인데 바람도 북풍이고 조류가 남에서 북으로 흐를 땐 역풍항해를 해야 한다. 역풍항해를 할 땐 조류와 파도가 서로 부딪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한편 조류의 방향이 북에서 남으로 흐를 땐 항해해선 안 된다. 조류의 흐름 때문에 배가 많이 밀려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역풍항해를 할 땐 배가 20도 정도 기울기 때문에 위험하다. 항해 시엔 앞 돛은 아두줄을 최대한 당겨서 고정해야 하지만 뒤 돛은 아두줄을 고정해선 안 된다. 뒤 돛의 아두줄은 덤불에 박아 놓은 3cm 정도 길이의 나무에 걸고 그 끝을 손으로 잡아야 한다. 배가 많이 기울면 뒤 돛의 아두줄을 반복적으로 늦추면서 항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 인근에서 항해할 땐 ‘재냉기 바람(휘리치기 바람)’이 종종 분다. 갑자기 세차게 불면서 방향도 수시로 바뀌는 바람이다. 이 바람은 마치 권투선수가 두 주먹을 번갈아 원투로 치듯이 시차 없이 연속으로 몰아치는 특성이 있다. 이 바람이 불 때 아두줄이 고정돼 있으면 배가 바로 넘어지지만 잡고 있던 아두줄을 늦추면 기울었던 배가 금세 일어난다.

그러나 아두줄을 늦추는 것만으론 배가 일어나지 않을 때도 있다. 이 경우엔 병행해야 할 동작이 있다. 이물이 배가 기울어져 있는 쪽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치를 조작하는 것이다. 이는 차를 운전할 때 넘어지려는 쪽으로 핸들을 돌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치를 돌릴 때 동시에 아두줄도 늦춰줘야 한다. 아두줄을 늦추지 않으면 돛이 반대편 바람을 받아서 헤어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아두줄을 당길 때는 언제나 바람의 위쪽을 바라보면서 바람이 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그림1 배를 돌리는 모습

역풍항해를 할 땐 와류 지역을 조심해야 한다. 와류지역에 들어가면 역풍항해를 통해 가까스로 얻었던 것을 잃을 수 있다. 외해(外海)와 내해(內海)의 조류 방향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와류지역에서는 조류의 교차로 인해 항상 파도도 친다.

와류지역에 들어가기 직전엔 그림1처럼 배를 돌려야 한다. 그림1을 보면 배의 이물을 바람의 방향인 오른쪽으로 돌렸다. 이처럼 배의 이물을 바람의 방향 쪽으로 돌려야 한다. 치를 최대한 밀고 뒤 돛을 최대한 당기면 방향 전환이 더 빨라진다. 큰 원을 그리면서 돌기에 배가 수백 미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만약 그림1 속 점선의 위치에 배가 섰을 경우엔 치를 천천히 바로잡으면서 돛의 아두줄을 당겨야 한다. 치를 바로잡는 게 늦어지면 역풍항해를 통해 얻은 것을 모두 잃을 수 있다.

▲그림2 항해도

역풍항해 시 최대로 얻을 수 있는 각도는 60도 정도다. 다만 바람이 정북풍이라고 하더라도 때로는 약간 동쪽으로 때로는 약간 서쪽으로 불게 마련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각도를 55도 정도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 한편 그림2를 통해 60도로 10km를 역풍항해할 경우 얻어지는 직선거리가 약 9.6km라는 걸 알 수 있다.

지금까지는 날씨가 항해하기 좋을 때의 역풍항해법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바람이 세차게 불 때엔 어떻게 해야할까. 바람이 세게 불면 마치 파도와 파도 사이를 끼어 타고 넘는 것과 같은 항해를 해야 한다. 긴장을 늦춰선 안 되고 항상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을 주시해야 한다.

항해 시엔 밀려오는 파도의 크기와 속도를 고려해 파도가 이물과 고물 중 어느 쪽으로 올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파도가 이물 쪽으로 온다고 판단할 경우, 배를 바람이 오는 방향으로 돌리면서 파도가 뱃전을 타고 고물 쪽으로 빠져나가게 해야 한다. 이때 치를 돌리면서 동시에 아두줄을 늦춰야 한다. 아두줄을 늦추지 않으면 배가 전복될 수도 있다. 파도가 지나간 후에는 아두줄을 당겨 배의 방향을 바로잡아줘야 한다. 파도가 연달아 밀려오는 경우가 잦으므로 이러한 조치를 반복해야 한다. 파도가 고물 쪽을 덮칠 때도 이물을 조작해 파도를 피한다.

한편 역풍항해를 할 땐 배의 고물로 물이 올라오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고물로 큰 파도가 덮칠 경우 치를 잡고 있는 선장이 물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위험한 항해를 할 땐 선장을 줄로 묶어 놓고 항해를 하기도 했다.

편집: 정지은 편집담당

마광남 주주통신원  wd3415@naver.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