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희동에서 낙산을 거쳐 마로니에까지

9월 12일 이요상 통신원님이 올려준 시민 사회 일정 <오후3:00~6:00 풀뿌리시민네트워크/마로니에 노랗게 물들이기/아직 세월호에 사람이 있다/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을 보고 대학로에 가본 지도 오래되고 현장 스케치도 할 겸 마로니에 공원에 나가보기로 했다.

여러 코스의 지하철 노선을 염두에 두며 문 밖을 나섰다. 그런데 나오고 보니 너무 청명한 날씨여서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가을 하늘도 느껴보며 가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답답한 지하로 다니는 건 바보 같은 짓이지 싶다.

파란 하늘에 드넓게 펼쳐진 구름을 보며 남산에 올라가도 참 좋겠다고 잠시 딴생각을 품다 목적지로 향했다. 광희동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DDP)을 지나 평화시장, 청계천 다리를 거쳐 동대문성곽에 이르기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풍광들의 연속이었다.

▲ 광희동에서 바라본
▲ 평화 시장에서
▲ 청계천 다리 위에서

중국 여행객들로 시끌벅적한 동대문 의류 상가를 지날 때도 하늘만 보였다. DDP 위에 구름 사진을 촬영할 땐 교통순경에게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한소리 듣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딱 한 순간 뿐 인 것을.

▲ DDP를 바라보며

지나는 길마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구름 형상은 다채롭고 변화무쌍했다. 들뜬 마음이 되어 하늘이 그려 보이는 다양한 표정에 감탄하며 저 멀리서 보내준 선물을 찰칵 찰칵 훔친다.

▲ 동대문 성곽을 바라보며

동대문 성곽을 지나면 이화동 방향.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낙산이다. 망설이다 6시까진 시간 여유가 있어 올라 보기로 한다. 기대했던 대로 근사한 구름 사진 몇 장을 건지는 수확이 있었다.

▲ 낙산에 올라

 

▲ 부드러운 분홍빛 구름
▲ 빛나는 태양과 함께

마로니에 공원에 도착하니 세월호 현장에서는 서명을 받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피켓 들고 소리 높여 세월호를 알리고 노란리본을 권하기도 한다. 한 젊은 여성이 가방에 노란리본을 달고 지나가는 걸 볼 땐 가슴이 찡했다. 세울호 광장에 가면 흔히 보는 광경인데 왜 그랬을까?

 

 

한편에선 세월호 그림과 함께 '기다립니다' '진실을 인양하라' 는 문구를 목판에 새겨 그 자리에서 한장 한장 찍어내 나눠주기도 했다.

▲ 목판화를 찍고 있는 모습
▲ 찍어낸 목판화

혜화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려 광희문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황홀한 구름은 오래 남을 멋진 모습을 선사해주었다.

▲ 광희문 근처
▲ 광희문이 바라보이는

세월호 현장 스케치 보다 구름 스케치에 더 마음을 빼앗기며... 구름을 따라 흘러가본 행복한 여행이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양성숙 주주통신원  ssooky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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