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희동에서 낙산을 거쳐 마로니에까지
9월 12일 이요상 통신원님이 올려준 시민 사회 일정 <오후3:00~6:00 풀뿌리시민네트워크/마로니에 노랗게 물들이기/아직 세월호에 사람이 있다/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을 보고 대학로에 가본 지도 오래되고 현장 스케치도 할 겸 마로니에 공원에 나가보기로 했다.
여러 코스의 지하철 노선을 염두에 두며 문 밖을 나섰다. 그런데 나오고 보니 너무 청명한 날씨여서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가을 하늘도 느껴보며 가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답답한 지하로 다니는 건 바보 같은 짓이지 싶다.
파란 하늘에 드넓게 펼쳐진 구름을 보며 남산에 올라가도 참 좋겠다고 잠시 딴생각을 품다 목적지로 향했다. 광희동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DDP)을 지나 평화시장, 청계천 다리를 거쳐 동대문성곽에 이르기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풍광들의 연속이었다.
중국 여행객들로 시끌벅적한 동대문 의류 상가를 지날 때도 하늘만 보였다. DDP 위에 구름 사진을 촬영할 땐 교통순경에게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한소리 듣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딱 한 순간 뿐 인 것을.
지나는 길마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구름 형상은 다채롭고 변화무쌍했다. 들뜬 마음이 되어 하늘이 그려 보이는 다양한 표정에 감탄하며 저 멀리서 보내준 선물을 찰칵 찰칵 훔친다.
동대문 성곽을 지나면 이화동 방향. 오른쪽 길로 접어들면 낙산이다. 망설이다 6시까진 시간 여유가 있어 올라 보기로 한다. 기대했던 대로 근사한 구름 사진 몇 장을 건지는 수확이 있었다.
마로니에 공원에 도착하니 세월호 현장에서는 서명을 받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피켓 들고 소리 높여 세월호를 알리고 노란리본을 권하기도 한다. 한 젊은 여성이 가방에 노란리본을 달고 지나가는 걸 볼 땐 가슴이 찡했다. 세울호 광장에 가면 흔히 보는 광경인데 왜 그랬을까?
한편에선 세월호 그림과 함께 '기다립니다' '진실을 인양하라' 는 문구를 목판에 새겨 그 자리에서 한장 한장 찍어내 나눠주기도 했다.
혜화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려 광희문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황홀한 구름은 오래 남을 멋진 모습을 선사해주었다.
세월호 현장 스케치 보다 구름 스케치에 더 마음을 빼앗기며... 구름을 따라 흘러가본 행복한 여행이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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