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6년 전 내가 강의했던 컴퓨터와 인터넷 기초수업 수강생 중에 72살 할머니가 있었다.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면서 수업 리포트를 제출하기 위해 컴퓨터를 공부한다고 소개했다. 그 나이에 왜 대학에서 공부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정말 대학을 다니는 게 맞는가 의구심까지 들었다.

친하게 지내는 서양화 여성 작가가 자신이 속한 모임에서 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얼마 전 개관식에 갔다. 전시회장에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어찌 알게 된 분인지 기억은 안 났지만 친근하고 잘 아는 사이 같아서 인사를 했다. 그분은 나를 컴퓨터 선생님이라고 바로 알아봤다. 그제야 생각이 나 손을 꼭 잡았다. 그런데 옆에 서 있던 서양화 작가가 자기 어머니라고 소개하는 게 아닌가. 어머니도 서예 작품을 하나 전시회에 출품해 작가로 왔다는 거였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어머니는 남편과 자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70살이 넘어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열심히 공부했다. 최우수 학생으로 졸업한 뒤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필요한 공공기관에 취직까지 했는데, 그 채용에서 20대 후반의 젊은 사람이랑 단둘만 뽑혔다는 것이다. 집에서 직장까지 1시간 이상의 거리를 매일 배낭을 메고 출퇴근하는데 힘든 줄도 모르고 신나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평소 화가는 자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두어번 들려주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아무도 못 말리는 그 어머니의 열정에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내 수강생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어머니와 딸을 다른 공간에서 다른 경로로 알고 지냈다니 참 신기했다.

고령화사회에 새로운 직업에 취업하는 건 어려움도 많고 노인의 취업으로 젊은이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시니어에게 수익활동보다 사회공헌활동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같은 시니어라도 저마다 생각과 의지가 다르다. 꿈이 있는 자는 에너지가 있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 어머니처럼 일흔살 넘어도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 분도 있으니 건강하고 의지가 있는 분이라면 포기하지 말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조현숙  hanion@hani.co.kr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