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시니어에게도 중요하다. 노인이 겪는 여러 가지 문제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 지금처럼 저금리 시대에 넉넉지 못한 연금으로 오래 살아야 하니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 같다.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기 위해 일자리를 찾지만 재취업은 쉽지 않다. 정부에서도 공공부문 일자리 사업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속적이지 못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나는 6년 전 퇴직할 때 일의 중요성을 그렇게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임금피크제도 한해 정도 경험하고 나왔지만 퇴직하면 선배들처럼 여행과 운동 등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이나 하면서 여유를 갖고 살고 싶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고 보니 통장의 잔고는 줄어들고 노는 것도 흥미가 없어지고 이렇게 계속 놀아도 되나 하는 불안감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다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은퇴자가 할 만한 일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시니어들은 어쩔 수 없이 창업시장에 내몰리지만, 한국의 창업기업 3년 뒤 생존율은 41%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75%가 창업 5년이 못 돼 폐업하고, 10년 이상 생존율은 8% 남짓에 불과하다. 특히 시니어가 쉽게 접근하는 치킨집 등 음식·숙박업의 경우 5년 생존율은 18%에 그친다. 10명 중 8명이 망한다는 의미다.

이달초 시니어 일자리 포럼이 열려 취업, 창업, 창직 세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내가 창업 주제의 발표를 맡아 케이에스피(KSP)교육협동조합 설립 과정의 경험과 시니어 창업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발표했다. 시니어가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그 해결책을 같이 생각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시니어가 행복한 나라가 진짜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인 자살률이 세계 1위인 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자리가 자주 있어 시니어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고심하고 정책을 건의해 시니어가 행복한 사회를 같이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노대석  hani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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