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본토는 약 4만3천㎢로 5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일과 연결된 유틀란드 반도(제 2의 도시 올후스가 있음)와 코펜하겐이 있는 셀란 섬, 오덴세가 있는 핀 섬과 핀섬과 셀란 섬 사이 아래에 위치한 롤란 섬이 본토의 주요 영역이다.

롤란 섬에는 덴마크 최고의 명소 10에 들어가는 하얀 절벽, Møn’s Cliff(몽스 클리프)가 있다. 코펜하겐에서 몽스 클리프로 가기 위해선 기차를 타고 보르딩보르그역에 내린 후 버스를 타고 스테예까지 간 후 다시 버스를 타고 몽스 클리프 공원 입구에 내린 후 걸어가야 한다. 그런데 입구까지 가는 버스는 성수기(5월 2일 이후)에만 운행한단다. 할 수 없이 가장 가까운 정거장(Klintholm Havn)에 내려 몽스 클리프까지 걸어가야 했다. 좌외선이 짱짱한 햇빛을 받으며 한적한 시골 도로를 7㎞나 걸어가느라 조금 지쳤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덕분에 우리나라 초가집 같은 덴마크 전통 가옥을 비롯한 덴마크 시골 모습을 맘껏 구경할 수 있었다.

 

▲ 바이킹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가옥. 나무 골조에 갈대로 지붕을 엮어 만든 초가집. 갈대는 가운데가 비어 있어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는 천연 단열재라 한다. 물론 우리 초가집처럼 가끔 갈아주어야 하지만 이런 집은 50년을 견딘다고 한다. 최근 이런 전통가옥을 되살리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덴마크에서 가장 높은 곳은 유틀란드 반도의 Møllehøj란 곳으로 170.86m다. 남산의 높이도 262m이니 Møllehøj는 야산에 가깝다. 몽스 클리프도 128m 높이의 해변을 끼고 갑작스레 나타난 절벽으로 서울 낙산(125m)정도다. 몽스 클리프는 마지막 빙하기에 만들어졌다. 조개껍질이 영겁에 걸쳐 눌려 생성된 석회층이 해저에서 융기하면서 지상에 올라온 석회암 바위다. 먼저 멋진 몽스 클리프 사진 몇 장 보여드리고자 한다.

▲ 몽스 클리프
▲  몽스 클리프
▲ 몽스 클리프
 ▲ 몽스 클리프 자갈 산책길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이 있다. 마지막 사진에서 보면 절벽과 해변을 따라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자갈길이 나란히 놓여있다. 어떻게 이런 자갈길이 만들어졌는지 아무도 밝혀내질 못했다고 하니 자연의 신비랄 수밖에.. 그 신비함 덕에 몽스 클리프도 가까이 볼 수 있었다.

또 몽스 클리프 위로 둘레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둘레길 덕에 석회암와 파도와 바다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바다빛을 구경할 수 있었다.

▲  몽스 클리프 둘레길에서 본 바다

몽스 클리프로 가는 여정에서 기차가 연착하는 바람에 스테예에 도착했을 때 밤 10시 가까이 되었다. 스테예 모텔은 하나뿐이라서 쉽게 찾을 줄 알았는데 거의 모든 가게도 문을 닫았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어 모텔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그 동네는 10시에는 다 자러 들어가는 것 같았다. 간신히 찾고 보니 모텔은 깜깜했다. 투숙객도 주인장도 아무도 없었다. “헉~~ 이걸 어째.... 큰일 났네” 하며 당황해서 현관문을 막 두드리려 하니 편지 한통이 붙어 있었다. 현관 옆 상자를 열어 열쇠를 꺼내 방을 찾아가라는 편지였다. 상자의 비밀번호까지도 친절히 써있었다. 모텔에 들어가니 식사를 해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고, 차와 기본적인 양념류도 다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 날 하루, 식당이며 정원을 독채로 사용할 수 있었다. 예약만 했지 숙박비를 지불하지도 않았는데 무얼 믿고 비밀번호며 열쇠까지 다 내주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사람이며 우리도 다 믿었기 때문이겠지?

▲ 목련 속에 노랗게 솟아오른 스테에 모텔 깃발. .. 야광 천으로 만들었다면 밤에 저 깃발이 보였을텐데...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 다음 날 아침, 주인이 왔다. 영어가 능통한 딸과 덴마크 사회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산다고 해서 구경 왔다는 말에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덴마크에도 아주 잘 사는 사람도 있고 아주 못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비슷하게 삽니다. 그래서 별로 불만이 없습니다. 저는 세금을 많이 냅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없습니다. 국가가 세금으로 많은 것을 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들은 독일 사람보다 많이 일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일하지 않아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충분히 먹고 삽니다. 덴마크는 평등사회입니다. 나는 이 나라의 국민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합니다.”

아!!! 얼마나 부럽던지.. 이런 평등사회가 부러우면 울 나라에서는 완전 빨갱이 취급 받는 건데... 울 딸은 그녀의 마지막 말이 자꾸 생각이 난다며 이런 말을 반복했다.

“어떻게 저렇게 국가를 신뢰하며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저렇게 국가에 감사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을까? 정말 부럽다 부러워.”

덴마크는 OECD 34회원국 중 빈부 격차가 가장 적은 나라라고 한다. 미국은 소득 상위 20%의 사람들과 하위 20%인 사람들의 평균 소득에서 8배의 차이가 난다. 한국은 거의 6배에 달한다. 덴마크는 4배라고 한다. 덴마크는 OECD 34회원국  삶의 만족도에서도 늘 5위 안에 들고 2년 연속 가장 행복한 국민이라고 생각한단다. 우리는 삶의 만족도가 거의 꼴찌 수준이다.

정말 부럽다고 할 수 밖에... 우리나라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남편은 그런다. 민주주의가 도입된 지 70년 밖에 안 된 나라와 120년 전에 도입한 덴마크와 비교하지 말라고.... 50년 정도 아니 30년 정도 지나면 우리 국민도 위대한 평민이 될 수 있고, 우리 국가도 국민을 대접할 줄 알게 될 거라고... 너무 멀리 있는 사회를 현실에서 꿈꾸면서 욕심내지 말고 조급하지 말라고... 그런데 그럼  내가 죽고나서야 그런 사회가 온다는 말 아닌가? 내 시대에는 갈망만 하는 사회... 아쉽게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어쩌면 받아들여야만 하는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 보르딩보르그 역 앞 노을 사진 한 장

덴마크는 기차와 버스를 연계해서 표를 살 수 있다. 코펜하겐에서 기차(보르딩보르그까지) + 버스(스테예까지)표를 함께 샀다. 기차에서 내리면 10분 뒤 떠나는 버스를 바로 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만 기차가 연착해버렸다. 보르딩보르그 역에 내리니 이미 버스는 가고 없었다. 1시간을 기다리면서 역주변을 슬슬 돌아보다가 이런 노을을 구경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세상은 거저 가져가는 법도, 거저 주는 법도 없다.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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