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일찌감치 배표를 예약했다. 인천에 살다가 경기도로 이사 온 후 자연스레 생긴 습관이다. 예매 않고 나갔다가 매진되어버려 한참을 기다리거나 배를 타지 못한 낭패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낚시꾼들이나 등산객 등 관광객들로 붐비어 정작 나처럼 고향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제 때 못가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하물며 명절 연휴기간에는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한참을 줄서서 기다려도 표를 구하리란 보장이 없다. 예매는 한 달 전부터 가능하다.

예약한 당일 아침 밖을 내다보니 안개가 가득하다. 눈. 비가 오거나 파도가 높아도 배가 뜨는 데는 큰 지장이 없는데, 안개가 끼면 배가 안 뜰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 해경에서 출항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 주차도 문제다. 차를 놓고 가야하는 경우에 주차장이 한정되어 있어 댈 수만 있다면 하루에 1만원하는 주차비는 그나마 아깝지 않다.그렇지 않으면 길가나 건너편 골목길에 마음을 졸이며 세워두는 위험을 감수하여야 한다.여유롭게 부두에 나서니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통신원들께 소개할 생각에 본능적으로 풍경을 담는다내항부두에서 바라본 연안부두와 국제여객터미널의 모습이 보인다.각각 갈길이 다른 배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건너편에는 중국을 오가는 국제선이 보인다다행히 안개는 모두 걷혀서 출항에는 문제없겠다오늘은 6차례 배가 운항을 할 예정이다.

▲ 배에 오르자 덕적도 안내도가 눈에 들어온다. 수 없이 다녀봐서 눈감고도 다닐 만하지만 안내판으로 보니 그럴 듯하고 반갑기도 하다

▲ 드디어 출발. 인천대교를 이번에는 제대로 찍었다. 그 길이만으로도 인천의 명물이 되었다

▲ 군함이 옆을 지나간다

▲맥아더 장군과 인천상륙작전의 길잡이를 해낸 '팔미도'가 눈앞에 지나간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군사지역이었다가 지금은 관광코스로 개방되었다

▲ 눈 깜짝할 사이 자월도를 지나간다. 붉은 달을 닮았다하여 紫月島. 덕적도와는 10-20분 거리이다

▲ 대형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화물선들이 줄지어 간다. 멀리 모래 채취선이 로봇처럼 줄지어 있다. 대형 화물선이 지나간다. 인천에서 덕적군도의 소야도와 이작도 사이를 지나가는 물길은 예로부터 대형 무역선, 화물선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이 길을 통해 당나라의 소정방이 백제를 치러 지났던 길이기도 하다. 소야도에서 하루를 묵고 지났다하여 '소야도'라 불렀고 '소래'포구를 통하여 뭍으로 올랐다 알려졌다. 그 앞에 '소래산' 또한 소정방의 '소(蘇')자가 들어간다. 소정방이 지나간 길에 1500여년이 지난 아직도 여전히 '소(蘇')자가 들어간 지명이 생생히 살아 있다는 게 씁쓸하다..

▲ 소야도가 눈앞이다. 이 지역은 소야도와 덕적도 사이에 간격이 좁고 물살이 빠른데다가 풀등으로 인해 낮은 바닷길을 피해 소야도 쪽에 바짝 붙어 돌아간다. 장군바위가 여전히 늠름하게 지키고 있어 든든하다

▲ 초입 등대와 '마배'라고 불리는 돌섬이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소야도 쪽에 썰물로 들어나 연결된 무인도가 보인다.

▲ 설레는 마음으로 한 아름씩 선물안고 선창에 내리는 사람들. 꽃게, 소라를 파는 미니 어시장도 열렸다.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배가 보인다. 소야도와 덕적본도와 다리를 놓는 기초공사가 한창이다. 저 멀리 도로가 지나갈 자리를 다 헤집어 놓아 볼썽사납다

▲ 갈매기도 나를 반기는 듯. 맑고 푸른 바다가 즐겁다
▲ 덕적도 사랑의 우체통
▲ 지칠아비 동상
▲ 속까지 비치는 덕적도의 깨끗한 바다.만조 때에는 더욱 깨끗하다
▲ 덕적도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 바다의 시간은 놀랍도록 정확하다. 그 옛날 선조들은 어떻게 그토록 정확한 물 시간표를 가지고 살았을까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바다에서는 물때를 따라 생활 시간표를 짠다. 자연의 시간은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다. 때가 되면 물러서고 때가 되면 다양한 생명을 데리고 다시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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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진표  jpkim.internation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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