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6살 아이를 키우는 아줌마다. 그렇기에 수능은 나에게 먼 나라 이야기 같을 거라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렇지만 벌써 내 아이 친구들은 영어유치원이다 국제학교다 하며 수능영어뿐 아니라 취업스펙까지 걱정하고 있다. ‘에이~오버다~!’라고 넘기고 싶지만 영어학습지나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 보기 드물고, 하다못해 사교육이 아니면 엄마표영어(집에서 엄마와 함께하는 영어)라도 한다. 영어가 필수라 외치면서도 영어 공교육은 시대와 역행하는 요즘 두 신문의 영어평가제도 관련 사설은 반가우면서도 안타깝다.

지난 2일치 <한겨레>의 '수능 영어 절대평가, 안착이 중요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실시되는 영어 ‘9등급 고정분할 절대평가’제에 대해 다뤘다. 한겨레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 1등급을 받는 학생의 수가 네 배 가량 늘어나 수험생들의 부담도 덜고 영어 교육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보았다. 문법 독해 위주의 ‘입시용 영어교육이 시대에 역행’하고 있고, ‘모든 국민이 영어의 달인이 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평가방식의 변화로 인해 대학별로 또 다른 영어시험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고 다른 과목으로 사교육이 옮겨가는 풍선효과 등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한겨레는 교육당국이 나서서 ‘대학별 영어시험을 막을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절대평가 등급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으며, ‘교육 정상화 취지에 맞춘 문제유형 개발’과 ‘입시와 수능 전반에 걸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사설 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10990.html

▲ 〔2015년 10월2일 금요일 한겨레 사설〕

<조선일보>는 지난 3일 '英語 절대평가, 정권 바뀌어도 안 바뀔 입시 제도는 없나'란 제목으로 같은 주제에 대한 사설을 실었다. 조선일보는 점수를 더 받기 위한 학생들의 노력이 '불필요한 경쟁'이냐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교육부가 학생들의 학력을 떨어뜨리려 한다고도 했다. '말하는 영어가 대세'라며 추진했던 ‘한국형 토플’이 이번 정부에서 백지화 된 것처럼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영어 절대평가 제도 또한 바뀔 것이라 진단하고, 부모는 피곤해지고 사교육 업체만 이득을 보는 평가방식이라 평했다.

[사설 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02/2015100203755.html

▲ 〔2015년 10월3일 토요일 조선일보 사설〕

 

두 신문의 가장 큰 차이를 보자. 한겨레는 일단 ‘9등급 고정분할 절대평가’제 자체에 대해선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한 반면 조선일보는 제도 자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여준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우리나라의 높은 대외무역의존도를 내세우며 '교역에 경제의 명줄이 달린 나라의 교육부가 영어를 덜 배워도 좋다고 하는 건 정상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의 이런 시각은 제도의 취지를 왜곡 해석하고 근거조차 잘못된 해석이다. 영어 ‘9등급 고정분할 절대평가’는 교육부가 학생들의 학력을 떨어뜨리고자 하여 내놓은 제도가 아니다. "남보다 한 문제라도 더 맞추어야 한다."는 남을 밟고 올라서는 무한경쟁방식이 아니라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자격을 준다는 보다 완화된 교육풍토를 정착시켜 과도한 사교육과 조기교육을 막아보고자 하는 좋은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무역의존도'를 판단의 근거로 삼아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대중(중국)의존도가 가장 높으니 "중국어 능력 시험을 신설하라."는 식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선진국 핀란드가 토플 세계 최상위권인 이유는 공교육에서 말하기 위주의 실전영어를 가르쳤기 때문이지 우리나라처럼 수능1등급용 사교육과 조기교육을 받아서가 아니라는 점을 안다면 핀란드를 사례로 들지 못 했을 것이다..

물론 <한겨레>와 <조선일보> 둘 다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진다. 한겨레는 영어 절대평가제로 인해 대학별 영어시험이 생기거나 사교육 시장이 과목만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영어에서 변별력이 약해져 타과목 변별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뀐 제도의 취지에 공감한다면 제도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그 취지를 계속 살려 나아가기 위해 어떤 보완책들이 있는지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세계 최상위권 핀란드인의 토플점수는 사교육과 조기유학 등 입시경쟁을 통해 얻어진 것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자율적인 교육 환경에서 나왔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편집: 이동구 에디터

안지애 주주통신원

 

안지애 주주통신원  phoenic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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