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저녁 북향민 코칭 센터 '아울' 창립 2주년 기념행사에 다녀왔습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인 이상직씨(61세)가 대표로 있는 곳입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이 대표는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성품을 지닌 분이었습니다.

“아울은 ‘아름다운 울타리’의 줄임말입니다. 탈북민(脫北民)과 통일한국의 북쪽동포들에게 기여하고자 하는 '전문코치'들이 뜻을 모아 만들었어요.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편안하고 순조롭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우리 국민들이 북한과 탈북민에 대한 건강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며, 통일 후 남북한 주민간의 사회적 통합에 기여 할 인적자원의 육성을 목적으로 하지요.”

“그럼 회원 대부분은 탈북자이겠네요?”

“예 탈북자가 있는데 저희는 그 말 대신에 '북향민'이라는 말을 선호합니다. 탈북하면 딱딱하고, 거부감을 갖게 하거든요. 북향민과 그들을 상담하고, 코칭하는 멘토-코치단. 그리고 정기적으로 성금이나 물품을 후원하는 후원자. 이 세 그룹이 주요 회원이고, 오늘의 초대 손님이기도 합니다.”

“그럼, 대표님도 여기서 코칭활동을 합니까?”

“예 물론이지요. 3년 전부터 활동을 했습니다. 평소에 장애우와 청소년들에 관심이 많아서 사회복지와 상담을 공부했고, 자격증도 따놨거든요.”

“원래 직업이 상담은 아니지요?”

“본업은 따로 있고, 이건 순수한 자원봉사입니다.”

아울의 활동 목적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문 코치 및 북향민과 통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북한과 북향민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場(장)을 마련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남북한 사회통합전문코치를 양성한다. 둘째, 북향민들을 전문 코치로 육성하여 이들이 다른 북향민들의 정착을 돕도록 한다. 셋째, 북한과 북향민에 대한 실상을 객관적이고도 정확하게 전파하여 남한 주민과 탈북민간의 공감대를 넓힘으로써 통일 여건을 조성한다. 이런 활동의 전제조건으로 '탈 정치 / 탈 이념 / 탈 종교 / 탈 영리 / 탈 사익'을 준수한다.

회원 중 양강도(함경북도) 대홍단 출신의 북향민 김혜성(40세)씨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상담일을 하는 김혜성씨는 지인으로부터 아울을 소개 받아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코칭과정을 배우면서 나를 알고 상대를 격려하는 여유와 치유하는 공감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상담온 이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공감해주고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는 방법도 터득했고요.

북향민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고, 미래에 대한 전망도 갖기가 어렵습니다. 문화적 차이는 물론이고 남한에 오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었던 깊은 상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처가 그들을 도우려는 선의조차 때로는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게 합니다. 비슷한 길을 먼저 지나온 북향민이 북향민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는 게 당연하지요. 먼저 코칭을 받은 사람으로서 다른 북향민들을 코칭하고 싶다는 김씨에게 아울은 꼭 필요한 곳입니다.

중국에서 7년을 지내고, 한국에 온지 6년째인 김씨에게는 열세 살 딸이 있습니다. 통일부 어린이 기자로 활동한다는 나윤(13살)이 얘기를 하는데 부모로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윤이가 밝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제 용돈에서 매달 3만원씩 자매결연 맺은 방글라데시의 아이에게 후원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 나는 부모로서 성공했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 말을 듣고 2부 행사 때 연주할 피아노곡을 연습하는 나윤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행사장 안의 펼침막을 같이 붙이고 두 분과 인터뷰 하니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북한 음식도 있다는 말에 은근히 기대 했습니다. ‘제대로 된 북한음식을 먹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북한음식이라고 차려진 게 유부초밥과 거의 차이가 없는 두부 밥, 남한에서도 익숙한 북한식(?)순대, 처음 본 팥 부침과 인조고기밥. 인조고기밥은 먹어보고도 어묵에 양념한 밥을 싼 건가 싶었습니다. 북향민 한분에게 물어보니 두부를 만들고 남은 재료로 만든다는 것밖에는 알지 못합니다. 마카롱 크기만 하게 부쳐낸 팥 부침은 고소하지만 퍽퍽해서 목이 멥니다.

밥을 먹다가 식탁 건너편의 손님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2013년부터 아울에서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김용구씨(59세)입니다. 본업은 보험대리점의 소장인데 북향민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싶어서 코치공부를 했고 코치자격증을 땄다고 합니다. 자격증은 K.A.C(국코치협회) -> KPC(프로페셔널) -> K.S.C(스페셜)의 세 단계로 나뉘는데 중간 단계인 KPC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합니다.

그는 내게 상담과 코칭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코칭은 코치 받는 내방자가 문제를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해서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고, 상담은 인생의 선배로서 진로와 취업 등에 관해서 조언하는 것이랍니다.

"북향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싶어요. 북향민들이 코칭을 받아서 다른 북향민들의 길잡이가 돼주면 가장 좋겠지만 모두가 코칭을 원하는 건 아닐 테니 다양한 진로모색에도 도움 주고 싶습니다." 탈북민 대신에 북향민이란 용어를 쓰자고 처음 건의 한 이도 김용구씨입니다.

김혜성씨 소개로 충남 당진의 '한반도미래행복연합' 대표 조순남(49세)씨, 사무국장 박광복(50)씨, 본부장 박종열(59세)씨 세 분의 이야기를 더 들었습니다.  이들은 이미 아울을 거쳐서 자립의 단계에 들어선 분들입니다. 조순남·박광복씨는 양강도(함경북도) 운흥 출신이고, 박종열씨는 당진토박이입니다. 한반도미래행복연합은 당진에 본부를 둔 충청권의 단체로 북향민들이 남한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한다고 합니다. 50여 명의 회원이 요양복지원을 비롯한 지역 내의 봉사활동을 합니다. 또 도서관운영을 비롯한 컴퓨터, 성폭행, 가정폭력에 대한 교육과 상담. 농촌의 일손 돕기와 텃밭 가꾸기, 후원금을 통한 쌀 나눔 행사 등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내외 빈을 소개하는 1부 행사를 지켜보고, 행사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요즘 상태가 좋지 못한 무릅이 욱신거리기 시작했거든요.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동안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이상직 선생님과 같은 주주통신원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편집: 이동구 에디터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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