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승리를 위한 범국민대회'에 다녀와서

'쌍용차 승리를 위한 범국민대회'가 3일 경기도 평택에서 열렸다. 사실 그 전날까지 가지 않아도 될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으면 했다. 그 현장에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30일 넘게 굶고 있다는데 얼마나 말랐을까?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까?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가지 말아야할 이유를 만들고 또 만들었다. 나하고 직접 연관된 일도 아닌데... 여름 옷 다 정리하고 가을 옷 꺼내야 하는데... 김장용 마늘도 다 까야 하는데... 한 달 동안 감기가 들락날락거리고 있으니 쉬는 것이 당연해... 라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버텼지만 막상 3일 아침이 되자 가야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대한문에서 평택으로 떠나는 버스 자리를 신청하고 나서야 불편한 마음이 가셨다.

▲ 단식 34일째

김득중 지부장은 생각했던 대로 피골이 상접해있었다. 뼈와 살을 태워 버티고 있으니 제대로 앉아 있을 수나 있을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잘 버티고 있는 듯 했다. 여전히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 우리는 단 한 명의 동지도 빼놓지 않고 갈 것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힘차게 말했다. 그의 흔들리지 않는 굳센 신념에 또 울컥한다. 그는 해고노동자들이 나와서 군무를 출 때도 휘청거리는 몸으로 함께 춤을 추었다. 그의 앙상한 뼈가 드러나는 몸짓을 차마 볼 수가 없었는데 그는 노래까지 하며 웃었다. 정말 불굴의 영혼을 가진 인간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 휘청거리는 몸으로 있는 힘을 다해 군무를 추는 김득중 지부장
▲ 군무를 추고 난 후 쓰러질 듯...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아마 남아 있는 온 힘을 다 썼을 거다.

나는 왜 굳이 거기에 갔을까? 권영국 변호사가 내 맘을 대변해주었다. 아마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도 그런 맘으로 거기에 왔으리라.

그는 3가지 이유로 왔다고 했다.

첫째, 걱정이 돼서 왔다. 34일 단식 하고 있는 김득중 지부장이 걱정 되었고, 고동민 외 4명의 동지가 인도에 가서 마힌드라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들이 걱정이 돼서 왔다.

둘째, 경고하러 왔다. 쌍용자동차에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경고하러 왔고 자본가에게 해고자유권을 주려는 이 정권은 반드시 심판 받을 것이라는 것을 경고하러 왔다.

세 번째, 약속하러 왔다. 쌍용차 해고자가 싸우는 한 이들과 끝까지 함께 한다는 약속을 하러 왔다.

▲ 가운데 백기완 선생님, 김득중 지부장, 권영국 변호사

백기완 선생님도 “김득중이는 굶고 있는데 추석에 송편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아 울었어요.”라고 했다. 모두가 걱정을 한다. 예전에 한진중공업 크레인 위에 김진숙씨가 올라갔을 때 희망버스가 달려갔다. 그들 모두 그녀가 걱정이 돼서 거기에 갔다. 그녀가 혹 죽을까 겁이 나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 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죽은 사회이기에 거기에 갔다. 제발 살아서 내려와 달라고 모두가 기도했다. 그녀는 죽음이 보이는 절망 순간순간에 희망버스의 빛으로 버텼다고 했다.

이번에도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는 김득중 지부장을 위해 희망버스가 갔다. 우리의 마음이 빛이 될 수 있을까? 우리의 기도가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이번에도 우리의 기도가 생생하게 살아서 걸어 나올 수 있을까?

백기완 선생님은 “박근혜가 나서라! 원칙을 말하는 박근혜가 와서 해결하라! 그러지 못할 거면 거짓말 했다고 고백하라!” 라고 했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나설 것이었으면 스스로 내걸었던 쌍차국정조사 약속을 나몰라라 하진 않았을 것이다.

 

▲ 백기완선생님. 다리를 다쳐 양지팡이를 짚고 오셨는데.. 그래도 여전한 사자후.

그래서 우리 밖에 없다. 우리를 믿어야 한다. 김득중 지부장을 죽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우리들의 절절한 염원을 세상에 보내야 한다. 그 염원 속에서 그가 희망을 봐야 한다. 이번 주 금요일 평택에서 미사가 열린다. 금요일은 단식 40일째라고 한다. 40일째가 가장 극심한 고통이라 하던데.... 그에게 희망의 빛을 하나하나 모아주고자 함께 가실 분을 위하여 아래 미사를 소개한다.

<쌍용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이 땅의 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245차 미사>

- 일시 : 2015. 10. 9(금) 16시

- 장소 : 쌍용차 평택공장 앞

- 쌍차버스 : 2015. 10. 9(금) 오후 2시(서울 대한문 시청역 3번출구) 출발

- 버스신청 : 8일(목) 오후 6시까지 / 010-2449-3470

 

▲ 전국에서 달려온 동지들
▲ 전국에서 달려온 동지들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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