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초 서울시청 새 청사가 문을 열 때 지하에 시민을 위한 공간 시민청이 만들어졌다. 시민청에서 내 재능을 살려보라는 제안을 받고 어린이를 위한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 뒤로도 매달 두번씩 주말마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는 손뜨개 솜씨를 발휘해 친환경 수세미를 만들어 함께 판매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무거운 짐은 시민청 사물함에 두고 다녔다. 1년 뒤에 사물함을 쓸 수 없게 돼 곤란했는데 고맙게도 시청에 있는 도서관 직원이 작은 사물함을 빌려줘서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오후 6시면 도서관 문을 닫기 때문에 사물함에 짐을 두려면 5시30분에는 행사를 끝내야 한다. 늦었다고 체험하러 온 아이를 돌려보낼 수도 없는 일이라 무거운 짐을 집까지 가져가야 할 일이 생기곤 한다.

얼마 전에도 시민청 행사가 늦어져 짐을 트렁크에 담아 집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비가 왔다. 일단 비를 피하고 보자는 마음에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도착했을 때가 문제였다. 엘리베이터는 없는데 커다란 트렁크 때문에 계단을 오르기가 힘들었다. 막막한 마음에 계단 앞에 서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바삐 지나갔다. ‘이런,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나? 굳이 이 일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나씩 옮기려고 트렁크는 일단 두고 가방 하나만 들고 오르려는데 나이 드신 남자 어르신이 들어주시겠다고 하셨다. “고맙습니다만 아닙니다. 조금 있다 갈 것이니 그냥 가세요.” 그분을 보낸 뒤 젊은 아가씨가 와서 “옮겨 드릴게요” 했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계단을 오르며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이제 출구에서 택시 정류장까지가 문제다. 마침 청년이 와서 옮겨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여러 사람의 호의에 정말 감동했다. 아직 정이 많은 사회에, 남을 배려하는 사회가 고마웠다.

지난 2년 동안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정말 많았다. 가끔 힘들고 지칠 때는 나를 찾아오는 어린 친구들을 생각하며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김의선  hani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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