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6

떠오른 생각들로 순서도 정오(正誤)도 없다. 오호(惡好)와 시비(是非)를 논할 수는 있지만 대상은 아니다. 중복도 있으므로 감안하시면 좋겠다. 수차에 걸쳐 싣는다.

 

요즘 온갖 매체를 점하는 것이 먹거리다. 입요리, 눈요리, 귀요리, 코요리등 오감을 자극하는 그 음식들은 지나침이 극에 달하고, 식상함을 넘어 공해로까지 느껴진다. 생명체들에게 식의주(食衣住)가 우선이라 하지만, 마치 우리가 오직 먹기 위해 사는 것처럼 세상이 요란하다. 그래서 맛과 그에 따른 멋에 대해 단상(斷想)해 봤다.

맛과 멋으로 음식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 보기 좋아야 먹기도 좋다는 말은 맛 기행하는 자들의 속설일 뿐이다. 겉으론 천하절색이지만 속으론 천하추색인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도덕경 12장에 “五味令人口爽(오미영인구상): 다섯 가지 감미로운 맛이 사람의 입맛을 버려 놓는다.”라고 했다. 오미는 이목구비부(耳目口鼻膚)의 청각(聽覺), 시각(視覺), 미각(味覺), 후각(嗅覺), 촉각(觸覺)에 의한 맛이다.

청미(聽味)는 청각에 의한 맛으로 지글지글, 뽀글뽀글등 높고 낮은 소리와 현란한 음으로 들려오는 맛이다. 귀를 통해 뇌를 자극해오는 그 맛은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 때로는 고막을 마비시켜 혼절케 한다.

시미(視味)는 시각을 통한 맛으로 오색무지개의 형형색색과 다양한 모양으로 맛 신경을 자극한다. 그 맛 또한 아무리 수양이 깊은 사람이라 해도 당해내기 어렵다. 눈이 어지러우면 방향을 잃게 되는데, 시미(視味)는 눈을 어지럽혀 온몸을 가늠키 어렵게 한다.

구미(口味)는 입과 혀의 각 부위를 통해 느껴지는 감미로운 신맛, 단맛, 쓴맛, 짠맛 등으로 목석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 맛을 넘길 수 있겠는가. 혀를 살살 녹이는 그 맛, 맛 중의 일품이다.

후미(嗅味)는 코로 들어오는 후각에 의한 맛이다. 고소하고 향긋한 각종 냄새를 풍기면서 뇌신경을 자극하는 그 맛 또한 어디에 비견할 수 없다. 코를 깊숙이 파고들어 뱃속을 가득 채우는 맛의 향연이다.

촉미(觸味)는 피부등 육감(肉感)에 의한 맛으로, 절기에 따라 따뜻하고 시원하게 다가오는 그 맛을 어찌 이겨낼 수 있겠는가?

만물을 존재케 하는 근원은 식색(食色)이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근저에서 멈춰야지, 위와 같은 산해진미(山海珍味)의 오미(五味)에 넘어가게 되면 진정한 맛에 둔해지고, 결국 맛 자체를 잃게 됨은 물론 생명까지도 위협받게 됨을 명심할 것이다. 멋진 곳엔 불나비와 족제비가 판치고, 만난 것엔 똥파리와 만병이 춤을 춘다.

한 인사(人士)가 오미(五味)를 만났다.

‘오미야 반갑다. 기다린지 오래다’

‘주인님! 반가워요’

‘그래, 너 어디 있다 이제 왔느냐’

‘최고의 맛을 준비하느라 조금... 산해진미 차려 주인님을 기다렸지요’

‘허허~ 그랬느냐. 고맙구나. 나 너에게 푹 빠져보리라’

이렇게 되지 말아야 한다. 맛에 넘어가고 뱃속을 가득 채우면 세상에 뵈는 것이 없게 된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이동구 에디터

 

김태평 주주통신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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