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7

떠오른 생각들로 순서도 정오(正誤)도 없다. 오호(惡好)와 시비(是非)를 논할 수는 있지만 대상은 아니다. 중복도 있으므로 감안하시면 좋겠다. 수차에 걸쳐 싣는다.

 

들길도 좋지만 산길도 그에 못지 않다. 나무가 있어선지 숲속 오솔길은 오붓하고 아늑하다. 산길을 걷는데 그가 먼저 인사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는 그 자리에서 나를 맞는다.

‘안녕! 너 또 왔구나!’

‘응~ 잘 지냈어?’

나무가 내게 묻는다.

‘어디 갔다 왔어~’

‘이 곳 저 곳...’

‘뭐 하러 갔지?’

‘글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잘 되었어?’

‘응~ 뭐~ 그냥 그래’

그가 또 묻는다.

‘뭘 보았니?’

‘별로 없어... 기억도 않나’

‘왜 그렇지? 난, 한 곳에 있었지만...’

한 곳에 있는 그를 위로한답시고

‘그래~ 쓸쓸했겠네?’

‘아니야! 얼마나 많은 것을 보았는지 몰라! 쓸쓸하다고? 정말 재미있는데! 얘기 한 번 들어볼래?’

‘응~ 한 번 말해봐’

 

나무가 말하기 시작했다.

‘한 순간도 같지 않는 하늘을 보았고,

세상을 유랑하다 온 구름을 만났고,

어둔 밤엔 별과 달을 보고 얘기했고,

새벽엔 붉은 여명을 만났고,

아침엔 이슬이 찾아왔고,

솟는 태양에게서 에너지를 받았고...’

내가 답했다.

‘응, 나도 그랬는데?’

‘그런데 기억나지 않는단 말이야? 계속 들어볼래?’

‘...’

 

나무가 계속 말하기를

‘목마름을 적셔주는 비를 만났고,

그 비는 몸까지 씻어 주었지,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혔고,

세찬 바람엔 온몸운동도 했고,

때로는 가지를 내어주기도 했지만,

그가 전해주는 소식을 들었고,

찾아준 새들과 노래도 불렀고,

벌과 나비들이 친구가 되었고,

수많은 동물들과 함께 놀았고...’

나도 모르게 나를 덮어버린 눈도 만났고,

내가 말했다.

‘끝이 없구나!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만...’

 

그가 또 계속했다.

‘땅은 나의 발을 포근히 감싸주었고,

땅 아래 생명들이 친구하자고 다가왔고...

아직도 많아! 너 말대로 끝이 없을 거야! 계속 할까?’

‘아니야~ 알겠어! 넌 한 곳에 있었지만...

보는 마음과 생각에 따라 다르구나...’

나는 할 말을 잃고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난 이곳저곳을 쏘다녔지만 항상 목말랐는데...

여전히 그는 춤추며 노래하고 있었다.

비록 한 자리에 있을지라도..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태평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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