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인터뷰] 마광남 주주통신원

나는 바다 한가운대의 섬인 완도의 가마구미(駕馬仇味)라고 하는 전형적인 어촌의 가난한 어부에 아들로 태어났다. 자라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다, 배, 고기잡이, 가난뿐이었다. 바다와 배를 무척 가까이하면서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1967년 군복무를 마치고 잠시 방황하기도 하였으나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시급하여 1969년 배 만드는 일을 시작하였는데 그것이 평생의 직업이 되었다. 자라면서 배를 만들거나 수리하는 것을 너무 많이 보고 자랐기에 그 일이 쉽게 보여서 배 만드는 일을 택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무배 만드는 일이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이 제법 많아서 그런대로 살아갈 수 있었으나, FRP 선박이 등장하면서 목선의 수요가 없어져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직업을 바꾸어 보려고 여러 가지 일들을 해보았으나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항상 배 만드는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배 만드는 기능이 완전히 없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다시 시작한 것이 모형 배 만들기였다.

그러던 중 2001년에 노동부로부터 한선(韓船)기능전승자로 선정되었고, 2013년에는 전남도 무형문화재 조선장(造船匠)으로 인정을 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나는 나무로 배를 만드는 한사람의 목수일 뿐이다.

그러나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해온 일을 그대로 무덤으로 가지고 가기에는 세상에 크나 큰 죄를 짓고 가는 것이라 생각되어 책을 쓰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거나 했던 일들을 얼마나 제대로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지 사뭇 걱정이 되었다. 그것이 배목수의 돛단배이야기란 책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 중 단 한가지만이라도 후대에 바르게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인데 독자들에게 외면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어느 대학교수님께서 저희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했다고 칭찬의 말을 들었을 때 3년여에 걸쳐 책을 쓴 피로간이 일시에 날아가 버렸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 사회로부터 직간접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왔으니 이렇게라도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내가 가진 이 작은 것이나마 사회에 내어 놓겠다는 심정으로 쓴 것이며 필요한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나누어 주었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기능인들의 구술을 학자들이 적어서 우리의 전통기능이 영원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세상을 먼저 살다간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후대를 위하여.....,

마광남  wd34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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