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10일간의 여행으로 다 알 수는 없지만 내가 겪고 느낀 바를 조심스레 기록해본다.

친절한 덴마크 사람들

내가 겪은 덴마크 사람들은 친절했다. 눈이 마주치면 늘 웃는다. 눈이 마주쳐도 무덤덤하게 지나는 것이 일상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지간히 어색함을 느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웃어주면 나도 웃고자 하지만 때때로 순간 타이밍을 놓칠 때도 있다. 습관화된 행동과 의식하고 하는 행동은 그렇게 다르다.

웃는 것뿐만 아니라 친절을 베푸는 데도 선수다. 우리가 여행한 지역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다. 우리가 지도를 가지고 두리번거리면 “니들 어디 찾니?” 라고 묻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난다. 때때로 우리가 찾는 곳 근처까지 데려다 주기도 한다. 심지어 비를 맞으면서... 또 우리가 하는 말을 유심히 듣는 건지 아니면 귀가 아주 밝은 건지.. “아말리엔보르 궁이 이 근처 같은데?” 라고 우리끼리 한국말로 이야기를 해도 앞서 가던 사람이 뒤돌아서서 가는 길을 친절히 안내해준다. 아마 어리바리한 우리를 눈여겨보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번은 버스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옆에 앉아 있던 어떤 여성이 “오늘은 일본 축제날인데 너희들 알고 있니?” 라고 물었다. 모른다고 하니 오늘이 일본 사람들이 모여서 1년에 한번 하는 벚꽃 축제인데 꽃구경하면서 음식도 팔고 공연도 한다며 위치까지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아마 우리가 일본사람으로 보여서 그랬을까? 여하튼 상상 외의 친절이다.

그들의 이런 관심과 배려는 어디에서 나올까?

말뢰네 뤼달이 쓴 <덴마크 사람들처럼> 책에서 보면 그들의 복지정책은 우리가 꿈꾸는 그런 정책이다. 우선 의료와 교육이 무료다. 이 모든 것은 그들이 내는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세금이 상당하지만 그들은 불만이 없다. 세금이 공정하게 징수되고, 국가가 필요한 곳에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국가를 신뢰한다는 것은 곧 내가 있는 사회를 신뢰한다는 이야기이고, 이는 곧 서로서로 그 구성원을 신뢰한다는 거다. 그녀는 책에서 한 학자의 결론을 소개했다.

“국가 신뢰수준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행복수준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국가 신뢰에서 행복이 나온다니 그래서 저들은 그렇게 행복해 보였을까? 그 행복한 마음으로 이방인들에게도 늘 웃으면서 친절을 베푸는 걸까?

덴마크 사람들의 일과 여가

덴마크는 EU 국가들 중에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적다. 보통 주 37.5 시간, 하루 평균 7시간 30분 정도를 직장에서 보낸다. 대부분 6시경이면 퇴근해서 가족 모두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이다. 그야말로 저녁이 있는 하루를 가족들과 정겹게 즐기는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밤까지 시간이 넉넉하므로 자신을 위한 제2의 하루를 보낼 준비를 한다.

▲ 목요일 오후 6시30분 경, 로스킬레 부둣가에 오토바이를 갖고 모여 있는 사람들. 남녀가 따로 없었으며, 어떤 모터사이클 동호회원들인 것 같았다.

이런 관계로 7시경에는 식당을 뺀 대다수의 상점들이 문을 닫는다.

▲ 오후 5시, 로스킬레 상점가는 번화했지만
▲ 오후 7시, 로스킬레 상점가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휑하다

덴마크는 최저임금제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다. 하지만 맥도날드 근무자의 임금을 보면 시간당 20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물가가 비싸다. 북유럽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는 노르웨이고 그 다음이 덴마크다. 한국 돈으로 만원은 줘야 최소한의 한 끼 식사가 해결이 된다. 하지만 알바 시급이 우리나라의 4배 정도 되기 때문에 알바로 7시간을 일해도, 우리나라 알바청년들처럼 제대로 된 삼시세끼를 챙겨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 스테예의 길거리 카페 영업시간표(월~목은 6시간, 금,토는 8시간, 일요일은 6시간 영업). 알바라 해도 하루 7시간 식당에서 일을 하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휴가 기간이 세계 1.2위를 다툰다. 프랑스는 30.7일, 덴마크는 28.6일, 독일은 27.7일이다. 우리나라는? 8.6일로 멕시코의 13.6일, 태국의 12.1일, 말레이시아의 10.7일보다도 열악한 수준이다. 우리에게 휴가를 노는 시간, 덴마크는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노사 양자가 인식하고 있다. 덴마크 사람들은 이렇게 얻은 자유 시간을 늘 가족과 함께 지낸다. 국가를 신뢰하고 가족과 소박하고 여유있는 삶을 누리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들은 더 행복한 거다.

똘똘 뭉쳐 사는 덴마크 국민

덴마크의 인구는 약 566만 명으로 대부분 백인이다. 아리안계의 덴족 및 고트족이 97%, 나머지 3%가 외국계 이민자(이들 50%가 유럽국가에서 이민)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기사에서는 12%가 이민자들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코펜하겐에서는 유색인종이 좀 보이지만 다른 도시들은 동양인은 물론이고 중동인도, 흑인도 만나기 쉽지 않다. 다민족 국가라 할 수 있는 프랑스나 20% 정도 타민족인 독일과 같은 나라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덴족은 장신, 금발의 종족이다. 눈은 청색 또는 회색이고 머리가 좀 작다. 식당에서건 길거리에서건 모델 급의 훤칠한 미남미녀가 막 지나간다. 종교는 루터교가 국교다. 국민의 79.1%가 루터교 종파인 덴마크 교회에 소속되어 있다. 민족과 더불어 종교에서도 단일화를 이루었다고 말해도 될까?

언어는 덴마크어가 공용어이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이 거의 다 가능했다. 시골 할머니 정도나 영어를 모를까? 영어는 관광객을 위하여 또는 학업이나 국제무역을 위하여 쓰는 제2의 언어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만 하는 외국인들이 덴마크에서 직업을 제대로 가질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덴마크 주류사회에 끼고 싶으면 덴마크어가 필수일 거다. 그런데 덴마크어는 배우기 어려운 언어라고 한다. 또 배워주는 곳도 많지 않다. 굳이 덴마크어 보급에도 열성적이지 않으니.. 거기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살지 않았으면 덴마크의 자유와 소박한 풍요를 누리긴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참고로 덴마크는 유럽난민사태에서 난민을 얼마나 받아들였을까? 공식 통계를 찾을 수 없어 알 수가 없다.

유럽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 유럽연합회원국은 총 626,000명의 난민을 받아주었다. 독일, 스웨덴, 프랑스, 이탈리아 4개 국가가 망명자의 3분의 2 이상을 수용하고 보호해 주었다. 독일은 20만3천명, 스웨덴은 8만명, 프랑스는 6만4천명의 난민을 수용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만 10만3000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왔다. 이탈리아 5만4000명, 그리스 4만8000명, 스페인 920명이 몰렸다. 8월까지 통계는 더 하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발표에 의하면 8월까지 그리스 15만8천여명, 이탈리아 10만4천여명의 난민이 들어왔다. 바로 '더블린 협약'때문이다.

'더블린 협약'은 1990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벨기에, 독일, 프랑스, 영국, 그리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 EU 12개국이 서명한 협약이다. 이 조약에 따르면 난민이 첫발을 디디고 난민신청을 한 국가에게 난민 보호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 협약은 난민들이 지중해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같은 나라에게 과도하고 공평치못한 책임을 지게한다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이처럼 특정 국가들에 난민이 몰리다 보니 난민을 공평하게 나누자는 '난민 할당제'를 실시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유럽연합 28개국 내무장관 회의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영국, 아일랜드, 덴마크 등의 국가가 '난민할당제'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지난 6월 18일 치러진 총선에서 강력한 반이민정책을 내건 국민당이 승리했다. 지난 9월 7일에는 시리아 난민 110만 명이 거주하는 레바논 지역 4개 일간지에 광고를 냈다. “신규 난민에 대한 사회보장 혜택은 최대 50%가 줄었다. 덴마크 영주권을 받으려면 덴마크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덴마크로 난민신청을 한 시리아 난민은 1만3,000명이라는데 사실상 오지 말라는 광고를 한 거다. 그리고 이틀 후인 9월 9일에는 독일에서 덴마크를 거쳐 스웨덴으로 가려는 난민들이 탄 열차를 차단했다. 물론 하루 만에 해제했지만 덴마크의 비정한 난민정책의 맨얼굴을 잘 드러낸 사건이었다.

자국에서 돈을 쓰고 가는 외국관광객들에게 무척 친절한 덴마크와 난민을 거부하고 있는 덴마크. 이를 좀 부정적으로 표현하자면 “똘똘 뭉쳐 우리끼리만  잘 살자”라 해도 될까? 제목을 얄미운 나라 덴마크로 붙인 바로 그 이유다.

덴마크는 자국민의 목숨이 가장 중요

코펜하겐에는 아주 화려한 바로크양식의 크리스티안보르 성이 있다. 1167년에 건설된 이 성은 2번의 화재로 완전히 불에 탄 후 1927년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 예전에는 왕이 살았지만 지금은 국회의사당과 여왕의 알현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 크리스티안보르 성의 외관
▲ 성 내부의 여왕 알현장인 연회장, 덴마크의 역사를 기록한 타피스트리가 전시되어 있다.

이 성에는 덴마크의 역사를 자세히 기록한 안내판들이 많다. 덴마크는 한때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그리스, 영국, 아이슬란드 일부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던 강력한 국가였다. 혼맥으로 얼기설기 얽어 놓으면서 그 영토를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전쟁과 독립으로 하나씩 하나씩 빼앗기고 지금의 작은 영토만 남았다. 무력에 의한 영토 확장의 허무함을 깨달았는지 한 국왕은 전쟁불가를 통치 기본으로 삼았고, 이후 중립국가 위치를 유지하며 자국민을 최대한 보호하는 대외정책을 펴나가고자 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중립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독일은 덴마크와 10년간 불가침 조약을 맺었음에도, 1년 만에 덴마크를 침공했던 것이다. 1940년 4월 9일 4시 15분 독일군은 덴마크 국경을 넘었고 덴마크 정부는 단 2시간 만에 항복한다. 덴마크는 저항 대신 협조를 택하면서 독일에게서 주권과 영토를 보장받는다. 이후 3년간 독일에 곡물을 수출했고, 군수물자제작을 통해 독일전쟁에 협조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막대한 부를 거머쥔 미국같이, 덴마크도 농업 및 산업분야에서 많은 부를 거두게 된 것이다. 그 부가 지금의 잘사는 나라 덴마크를 만드는데 일조를 했으니 또 얄미운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이 6.25 전쟁을 통해서 부와 기술을 축적해서 경제대국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 좋게 봐줄 점도 있다. 덴마크는 나치의 유태인 추방시도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저항한 유일한 점령지였다. 독일의 유태인 추방계획이 시행되기 전 비밀리에 약 8,000명의 덴마크 유태인 중 7,200명을 스웨덴으로 안전하게 도피시켰다. 인종을 떠나 자국민은 철저히 보호한다는 정신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 그랬을까? 덴마크는 한국 전쟁 때, 미국과 UN의 끈질긴 파병 요청에도 불구하고 적십자사 소속 병원선 유틀란디아호와 의료진만 보냈다. 나토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파병하지 않은 나라다. 물론 중국과 소련을 고려하여 중립적 입장을 취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도 볼 수 있으나, 북유럽 소국으로 또 다른 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과 UN 압력보다 자국의 안위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목숨이 소중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얄밉기도 하지만 국민이 죽거나 말거나 전작권까지 갖다 바치는 우리나라 정부를 생각할 때 또 다른 한편으론 한없이 부럽기도 한 국가다.

참고 기사 : [기업이 변해야 김대리가 산다] <2>휴가도 일의 연장선.. 재충전이 살길/ http://media.daum.net/economic/all/newsview?newsid=20150715012911860

참고기사 : 유럽에 난민을 풀어버리겠다. / http://media.daum.net/foreign/others/newsview?newsid=20150709183945208

참고기사 : 덴마크, 난민 거부… 독일행 열차 중단/http://www.hankookilbo.com/v/bee8b914b8dc462ebddcc0f230c267ff

참고기사 : 덴마크 경찰, 독일發 '난민 열차' 운행 중단 해제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910_0010280661&cID=10101&pID=10100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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