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 위해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시작

가까운 이가 원자력병원에 입원을 했다. 병문안 차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복도에서 와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보니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개소식이 열리고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호기심을 보이자 한 간호사가 나를 데리고 다니며 여기저기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덕분에 사진도 세세히 찍을 수 있었다.

호스피스 완화치료란 불치질환의 말기 환자 및 가족에게 가능한 편안하고 충만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총체적 돌봄의 개념이라고 한다. 이를 시행하는 호스피스병동은 가톨릭병원이 선두주자라 대부분 가톨릭병원은 이 병동을 갖고 있다. 이 외는 서울대 병원, 동부시립병원, 북부시립병원 등 공공병원에서 주로 운영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호스피스병동에서 마지막을 보낸 환자 수는 2003년 5.1%에서 2008년 6.3%, 2010년 9%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원자력병원은 암환자 치료전문병원이다. 그만큼 말기암 환자도 많고 임종환자도 많다. 말기암 환자의 통증 완화와 환자·가족들의 힘들고 지친 시간을 위해 호스피스 병동이 꼭 필요한 병원이다. 3년 전부터 5층 병동에서 1실 2병상의 호스피스실을 운영했으나 이를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7층 동관 전체를 독립 공간으로 확보하여 11월 26일 15병상(3인실 4개, 1인실 3개)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를 열게 되었다.

호스피스 병동은 사진과 같이 복도를 중심으로 햇볕이 들어오는 오른쪽인 남향은 병실이고 북향인 왼쪽은 호스피스실, 상담실, 가족실, 프로그램실, 자원봉사실, 목욕실으로 되어 있다. 벽 색깔은 아이보리 밝은 색이고, 각 방 팻발도 연두색으로 비교적 안정되고 따뜻한 분위기를 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 1인실 / 3인실은 환자들이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일반 병실에 비해 공간이 넓어 보였다. 3인실은 하루 입원에 약 2만원, 1인실은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어 약 20만원 가량이다.
▲ 자원봉사실, 호스피스실, 목욕실 ,가족실,

프로그램실은 돌봄회의와 음악, 미술치료를 하는 공간으로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현재는 가족을 포함한 환자들이 주 3~4회 이용할 수 있다. 음악치료는 환자들이 다루기 쉬운 악기 위주로 운영하거나 음악감상도 한다. 거동이 힘든 환자들의 음악감상을 위해 침대에 누운 채로 참여할 수 있도록 책상이나 의자 등은 조립과 이동이 간편한 것으로 설치해놓았다.

▲ 프로그램 실

오른쪽 맨 마지막에 있는 병실은 임종실이다. 임종을 하면 바로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어서 주변 다른 환자들을 놀라게 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조용히 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 복도 오른쪽 맨 마지막이 임종실. 임종실 바로 옆으로 엘리베이터가 있다. 그 맞은 편에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의 전체적인 느낌은 환자와 가족들이 어떻게 하면 더 따뜻 한 분위기에서 지낼 수 있을까 고려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면회 온 가족들이 편안하게 이야기도 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인 가족실도 있고, 열린 휴게실도 편안한 분위기다. 벽화의 어린아이도 환자의 기분을 고려하여 뒷모습으로 그렸다고 한다.

▲ 열린 휴게실
▲ 병원전담의료팀/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치료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가운데 서있는 수녀는 노유자 잔드마리 수녀로 한국호스피스계의 대모라고 한다. 2007년 성바오로 가정호스피스센터 개소시부터 센터장을 맡아 2014년까지 일했다. 원자력병원과는 8년 정도 서로 관계를 맺으며 일했기 때문에 초청받아 축하 차 방문했다고 한다.

원자력병원 병실의 환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이 많다. 왜 시골에서 여기까지 올라왔느냐고 물어보면 동네 의사가 원자력병원을 추천해주어 왔다고 한다. 의사들이 대부분 서울대 출신인데 과잉진료를 하지 않아 돈이 적게 든다고 했다는 거다. 또 한 번 입원해보고는 보호자가 눈치보지 않고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다시 온다고도 했다. 시골의 돈 걱정 많은 이들에게 원자력병원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돈이 덜 드는 병원으로 알려진 듯하다. '모든 음식물 반입금지'라고 정한 엄격한 사립병원에 비해, 환자 가족의 돈주머니를 고려하여 보호자 식사 편의시설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암전문 공공병원으로서 호스피스 병동이 이제야 개설된 것은 좀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늦게라도 개설한 것은 공공성이라는 역할을 깨달은 것이라고 보기에 칭찬과 응원을 해주고 싶다. 앞으로 원자력병원과 같은 공공병원은 돈을 보고 환자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돈없는 사람도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복지개념도 갖는 의료기관이 되었으면 한다. 그런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공공성의 모습을 보일 때 국민으로부터 신뢰도 받고 그 존재가치가 살아나 국가의 지원도 당당하게 받을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편집 : 이동구 에디터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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