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도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거리가 멀다 보니 단독여행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산악회를 통해 함께 갈 좋은 기회가 생겨 주저 없이 신청했다. 다른 산행 때 보다 신청자가 많아 버스를 꽉 채웠다.

사량도에 가려면 전날부터 서둘러서 출발해야 한다. 산행과 배의 시간을 맞춰야하기 때문이다. 사량도의 지리망산은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평생 한번쯤은 꼭 가봐야 할 성지 같은 곳이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통영 IC를 빠져나와 가오치(사량도)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배는 7시 출항이다. 출정을 기다리는 병사들처럼 우리는 약간의 긴장감으로 설레고 있었다. 우리는 대형 버스를 배에 싣고 사량도를 향한다.

사량도를 향해 이른 새벽 첫배가 미끄러지듯이 달려간다. 배는 여객과 화물을 같이 싣는 구조이고 객실은 넓은 방으로 되어 있어서 편하게 누워 갈 수도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로 생각처럼 편히 눕기는 쉽지 않기도 하고, 설레는 여행객들에게는 지나가는 풍경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방안에 앉아 있을 틈이 없다.
 

어느덧 줄지어 선 섬들이 보이고, 설레는 마음이 최고조에 이른다. 사량도 금평항에 다다른다. 사량섬은 크게 지리망산(398m)과 불모산(400m)이 있는 상도와 칠현산(348m)와 망봉(349m)가 있는 하도로 이루어져 있다. 두 섬 사이에는 최근 사량대교과 이어져서 손쉽게 왕래 할 수 있다. 멀리 섬들이 늘어서 있고, 부지런한 배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오늘의 코스는 <지리망산-달바위-불모산-가마봉-옥녀봉>이다. 들머리는 금북개에서 돈지마을로 돌아가는 중간쯤 중턱에서 시작하여 진촌 면사무소를 날머리로 잡았다. 등산로를 들어서면 처음부터 난코스다. 바위로 이루어진 오르막길이 처음부터 압도한다. 하지만 1km를 채 못가서 지리망산에 다다른다.

지리망산(398m)에서 내려 본 바다의 모습이다. 잠시 뒤돌아보는 바다는 어디를 둘러보아도 명품이다. 지리망산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맑은 날에는 지리산의 천왕봉이 보인다하여 지리망산이라 이름 붙여졌다. 그러나 실상 지리산까지 보일 것 같지는 않았다.

능선에 올라서면 바다를 좌우에 두고, 구경하면서 즐겁게 갈 수 있다. 하지만 몇몇 구간은 칼날 같은 능선에 암릉 구간, 그리고 천 길 낭떠러지가 있어서 심장이 약한 분들은 우회하는 게 좋다.
 

지리망산을 지나면 더욱 험한 길이 나온다.

아찔한 암벽 능선이 그 명성을 드러내는 것 같다.

특히 바람이 매우 거세서 좁고, 날카로운 암벽 능선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사량도 최고봉인 달바위(월암봉) 쪽으로 직진할 것인지, 우회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위험 구간이기 때문에 공연한 객기는 금물이다. 오르막길의 갈림길에서 막걸리장사꾼이 괜히 객기를 부추긴다. "막걸리 한잔하고 가세요. 한잔하고 가면 안 무섭다고..." 그래도 어지간하면 갈 만하다. 바람이 너무 거센 지역이라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여차하면 새처럼 날아간다.
 

달바위는 해발 400m 높이에 불과하지만 명색이 사량도 최고봉이다. 여기를 밟고 가는 사람이 절반도 안 된다.
 

난코스는 계속 이어진다. 섬치고는 산이 험해서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지루해 할 틈이 없이 새로운 풍경과 장애물이 나타나서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신나는 길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하나둘씩 쌓아 놓았을 돌무덤이 길손을 반긴다.
 

어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예술이다.

여기가 가장 바람이 많이 불었던 곳이다.

정말 바람에 사람이 날아간다는 말이 실감나는 코스다.

뒤돌아보니 그야말로 까마득한 철계단 코스이다.

불모산-가마봉을 거쳐 내려오다 대항 쪽을 내려다보았다. 평안한 항구의 모습이다.

연지봉-옥녀봉을 통해 진촌 마을로 하산한다.

돌탑에 사량도의 추억을 얹어 놓고, 오늘도 잊지 못할 산행을 마쳤다. 사량도를 돌아 나오는 길에 통영에 들러서 굴과 회 한 접시는 필수다. 통영 중앙시장 앞에서 회를 먹고 나서 거북선과 판옥선 체험을 할 수 있다. 섬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라면 사량도를 강력히 추천한다.

 

편집 : 오성근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김진표 주주통신원  jpkim.internation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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