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참여 현장] 9월30일 - 이요상 주주통신원

어제 오후 4시, 강정에선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연대" 출범 3주년 기념 미사가 해군기지 정문에서 올려 졌습니다. 앞서 열린 오전 11시 매일 생명평화미사에서는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대형 공사 차량들이 엄청나게 드나들어 미사에 참여한 사람들과 경찰들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있었습니다.

경찰들이 정문에 앉아있는 신부, 수녀님들을 의자 앉아 있는 체 들어내어 옮기고 공사 차량을 통과시키기를 여러 번. 지난 여름에 왔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 재현하더군요. 그래도 강정 지킴이들과 위축 됨 없이 씩씩하게 미사와 인간띠잇기를 마치고 활동가들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문정현 신부님과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세월호 유족인 유민아빠 김영오님과 만나게 하려고 문신부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황 방한 비서실장을 맡았던 신부님과 친해 정말 어렵게 성사되었는데 광화문 시복식에서 교황님이 유민아빠 김영오님을 처음엔 못보고 지나쳤고 다시 돌아 올 때도 하마터면 못 보고 지나칠 뻔 했는데 문신부님이 거의 결사적으로 몸부림을 치고 소리를 질러서 발길을 멈추셨다고 하네요.

문정현 신부님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3년 동안 경찰폭력과 자본 횡포에 맞선 미사를 올려왔습니다. 그리고 74년 인민혁명당조작사건으로 2년6개월을 복역까지 하고 40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아 국가배상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받은 1억5천만원을 쾌척하여 강정평화센터 부지를 마련하고 어제 역사적인 기공식을 한 것입니다.

문정현 신부는 그래서 '길위의 신부', '살아있는 예수님'이라고 불리나 봅니다. 문정현 신부님과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님의 노력으로 세워지는 평화센터는 앞으로 강정에서 평화의 깃발이 항구히 펄럭이는 현장이 될 것입니다.

기공식에 이어서 의례회관에 마련된 주민들, 강정활동가들, 행사참여자들이 함께 하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강정 평화 시민활동가로 유명한 양윤모 선생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최용범 강정마을 부회장 집으로 옮겨 평화 활동가들과 밤늦도록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하루 더 강정에 머물면서 오전 11시 미사에 참석했는데 어제 행사에 왔던 신부, 신자들이 많이 참석해서인지 어제보다 더 격렬한 충돌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매일 충돌이 벌어지면서도 멈추지 않고 이어가는 평화를 위한 끈질긴 노력이 언젠가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후엔 첫날 산책했던 월평포구의 아름다움을 못 잊어 혼자서 강정 해변을 산책했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전망 최고의 찻집에서 두어 시간 앉아 글을 올리다보니 어느덧 해가 지네요..

부디 저 아름다운 해안에 구럼비 바위랑 연산호를 다시 볼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이요상  yoyo0413@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