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쓰레기통도 집이 있다, 없다? 

정답은 "있기도 하다"다. 아래 사진은 헬싱괴르의 한 집에서 찍은 사진이다. 재활용통이겠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궁금해서 주인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살짝 열어보았는데 일반 쓰레기통이었다. 쓰레기통에 바퀴도 달리고.. 너 참 호강한다.

 

▲ 헬싱괴르에 있는 쓰레기통 / 덴마크의 인도는 돌로 만들어져 있는데 중세 때부터 이어온 전통이라고 한다. 발 바닥에서 돌의 감촉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길이다. / 헬싱괴르 역 앞의 동네

 

덴마크는 남성 소변기가 있다, 없다? 

덴마크는 아주 큰 장소(역 등) 말고는 화장실이 남녀공용인 곳이 많다. 물론 장애인화장실은 따로 있다. 코펜하겐에 있는 국립미술관도 화장실이 남녀공용이다. 그래서 남녀가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익숙치 않아서 좀 민망했다. 또 놀랄만한 것을 상당수 화장실에 남성용 입식 소변기가 없다는 것이다. 남성전용화장실인 경우도 입식 소변기가 없다고 남편이 눈이 둥그래져 한 말이다.

▲ 어떤 박물관의 남녀 공용 화장실. 남성용 소변기가 없다. 부가 장식 없이 정말 필요한 것만 간단히 있다. / 세면대 수돗물 : 수압이 쎈 대신 물 나오는 구멍은 많지 않다. 물 절약차원으로 만든 수도꼭지 인 듯

왜 그럴까? 유럽 남성의 60% 이상이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하는데 덴마크는 이런 면에서 선두를 달리는 나라니까 70-80%는 '앉아서 소변보기'를 실천하기 때문일 거다.

어떤 프랑스 영화가 생각이 난다. 딸 네다섯(?)에 아들 하나 있는 집에서 소변보기 문제를 가족회의에 붙인다. “남자가 앉아서 소변 보는데 찬성하는 사람?”. 당연히 여자들의 찬성 수가 많아서 주인공 남자는 좀 투덜거리면서도 이를 받아들인다. 독일도 유치원 때부터 앉아서 소변보기를 교육시킨다. 어떤 독일 영화에서도 화장실 문 안쪽에 '앉아서 소변보기' 캠페인 그림이 있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유럽에서는 '앉아서 소변보기'를 일상화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미국에서도 '서서 소변보기에 반대하는 엄마들'이라는 시민단체가 설립되어 ‘앉아서 소변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런 캠페인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위생과 청결과 건강 때문이다. 한 가정의 경우. 서서 소변을 보면 하루 평균 2,300 방울이 변기 바깥으로 튀고, 반경은 약 40cm, 높이는 약 30cm까지 소변이 튄다고 한다. 심지어 3m 높이까지 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칫솔에도 묻을 수 있는 거다. 또 앉아서 소변을 보면 괄약근이 확 열려서 더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 있다. 서서 소변을 보면 5% 정도의 소변이 나오지 않지만 앉아서 보면 다 나올 수 있다고 하니 건강에도 좋다.

통계에 따르면 유럽은 60%, 일본은 30-40%, 대한민국은 15%만이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한다. 이슬람 문화권은 아예 남성용 소변기가 없는 곳이 많다. 5-6년 전 남편과 아들에게 '앉아서 소변보기'를 강권한 적이 있다. 그 이유를 설명했더니 이해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았다. 일일히 쫓아다니며 잔소리 할 수가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 이번에 덴마크 여행 후 다시 강력하게 시도했다. 처음에는 변기덮개 안쪽에 "앉아서 보세요."라고 썼다. 하지만 이행이 되지 않았다. 습관이 되서 그 글을 봐도 먼저 뚜껑을 제친다고 했다. 그 다음에는 아예 뚜껑을 제치지 못하게 넙적한 투명테이프를 붙여 놨다. 성공했다. 지금은 테이프를 뗐는데도 앉아서 본다. 우리 집처럼 우리나라도 가족 간에 합의만 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이런 캠페인을 좀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가족의 건강과 위생을 위하여.. 청소하는 가족의 노고를 위하여... 닥치고 앉아서 소변보기" 하하하 너무 센가?

덴마크 음식은 우리 입맛에 맞을까, 안 맞을까?

여행하면서 가장 괴로운 것은 잠자는 것이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한숨도 못 이루어 수면유도제까지 챙겨가지만 잘 듣지 않아 여행만 갔다 오면 병이 난다. 그 다음이 음식이다. 김치와 김만 있어도 만족하게 식사하는 소박한 형인데 느끼한 음식은 잘 먹지 못한다. 그래서 덴마크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검색해보았는데 우리 입맛에 잘 안 맞는다는 거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먹어보고 와야 하지 않겠는가?

▲ 왼쪽 상단 시계방향으로 으깬 감자와 생선을 버무려 기름이나 버터에 구워낸 프리카델러(Frikadeller) / 흰살 생선튀김과 감자칩 / 연어샌드위치 / 스뫼레브뢰드(smørrebrød) : 호밀빵에 연어, 새우, 달걀, 고기, 등을 얹은 오픈 샌드위치로 덴마크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라고 한다

프리카델러는 처음엔 맛이 있었는데 먹을수록 점점 느끼하고, 흰살 생선튀김도 기름을 어찌나 흠뻑 적셨는지... 감자튀김은 또 왜 그리 짠지.. 연어샌드위치와 스뫼레브뢰드는 양이 많고 비려서 다 먹을 수 없었다. 준 돈이 생각나서 남은 음식을 싸가지고 왔지만 결국 그 비릿함에 질려 못 먹고 버렸다.

이밖에도 익힌 호밀을 마요네즈 비슷한 소스에 비벼서 먹는 길거리 서민식품도 있었는데 전부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이것 저것 한번씩 먹어 보고는 덴마크 음식은 쳐다 보기도 싫어 터키, 프랑스, 이태리 식당을 전전했다. 하지만 정말 맛있는 음식도 있었다. 바로 빵이다. 코펜하겐 중앙역 앞의 안데르센 베이커리는 내 입맛을 사로잡는 빵 천지였고.. 스테예에 있는 빵집도 마찬가지. 결국 점심은 거의 빵으로 해결했다. 음료수는? 유명한 초코우유로..

▲ 스테예의 빵집과 유명한 초코우유

덴마크 교회에서는 십자고상이 있을까 없을까?

천주교신자이기 때문에 그 지역에 가면 큰 교회를 꼭 가보곤 했다. 그런데 덴마크 교회는 입구에 성수도 있었고, 십자고상도 있었다. 덴마크는 국교가 루터교다. 개신교 중에서 루터교만이 유일하게 십자고상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꼭 성당에 온 느낌이었다.

▲오덴세의 성 크누트 교회 / 제대 가운데 십자고상이 있다.
▲오덴세의 성 알바니 교회 / 성수도 있고 무인엽서판매대도 있다.

스웨덴 말뫼에 잠시 들렀을 때, 유명한 말뫼대성당에 갔다. 마침 11시 예배 시간이라 함께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예배 순서가 가톨릭 미사와 똑 같았다. 비록 스웨덴어로 말하지만 그냥 느낌으로 알았다. 정말 놀란 것은 한국에서는 가톨릭교회에서만 하는 영성체를 한다는 것이다. 스웨덴도 덴마크와 마찬가지로 루터교가 국교인데 예전의 가톨릭 미사 전례를 그대로 하는 것이 신기했다. 목사님도 신부님 입는 복장을 입었고 거의 분위기도 신부님 분위기였다. 오죽하면 교회 담당자에게 이것이 가톨릭 교회냐? 개신교 교회냐고 두번이나 물어봤을까? 한국교회에서 영성체 주었으면 이단으로 쫓겨났을 텐데...

▲말뫼 대성당 / 예배가 끝나고 목사님과 사진도 찍었는데 완전 신부님인 줄 알았다.
▲ 헬싱괴르의 성 올라이 교회와 스테예 교회 / 둘 다 문이 잠겨 들어가 볼 수 없었다.

덴마크는 어디서든 체험학습을..

덴마크는 어디를 가던 체험하는 곳을 마련해놓는다. 크론보그성에 갔을 때다. 그 시대의 왕족이 사용하던 화장실에 앉아만 볼 수 있도록 화장실을 개방했다. 또 성에 방문한 어린이들이 자신들이 본 성의 모습을 그리고 레고로 만들어 보는 체험실이 있었다. 안데르센 박물관도 그림을 그리고 동화를 써보는 체험실을 갖추고 있다. 

▲ 크론보그 성과 안데르센 박물관의 체험학습실

식물원도 마찬가지다. 나선형 층계를 올라가면 식물원의 2층 맨 위(사진에서 보면)가 된다. 여기 가장자리를 둥글게 돌면서 위에서 아래로 식물를 볼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놨다. 아래에서 위를 볼 때랑 많은 것이 달라 보였다. 참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기도 한 공간이었다.

▲ 코펜하겐 식물원

덴마크 여행 후 가장 아쉬웠던 점은 덴마크의 현대 건축물과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유명한 덴마크 가구를 구경하지 못한 것이다. 또 중앙박물관을 옆에 두고도 티볼리 공원에 가서 수컷이 암컷을 공격하는 공작을 말리는데 정신이 팔려 돌아다니다 시간을 잃어버려 가보지 못한 것이다. 다음에 다시 가면 박물관을 좀 더 돌아다녀 봐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다시 갈 기회가 올까? 그럴 기회가 온다면 아마 다른 나라를 선택하겠지... 결국 내 평생 가보지 못한 아쉬운 곳으로 남게 될 것 같다.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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