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1박2일 경주를 다녀왔다. 경주는 워낙 유명해서 이런 저런 유적지를 모르는 분이 없을 것이다. 하여 여기선 경주의 멋진 하늘과 맛집 몇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덴마크만한 하늘이 있겠는가 싶었는데 경주의 하늘도 참 맑았다. 해안가 도시라 그럴 수도 있고 공장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함께 동행한 이미진 편집위원 말씀으로는 서울에 오면 공기가 나빠 다니기가 힘들다고 한다. 서울과 공기가 다르니 하늘도 다르겠지....

▲ 국립경주박물관 앞
▲ 경주 교동 최씨 고택
▲ 대릉원에서 몽우리를 맺은 목련
▲ 대릉원에서 산수유와 이름 모를 능

 

▲ 대릉원 천마총
▲ 대릉원 소나무 숲
▲ 감은사지
▲ 감은사지
▲ 양남 주상절리

▲ 양남 주상절리

▲ 문무대왕릉

경주는 유명한 관광지다. 관광지에 가면 외지인들은 이런 저런 바가지를 쓰게 되어있다. 가장 속상한 것이 음식점 바가지. 음식값이 비싸도 정말 맛이 있으면 돈이 아깝지 않다. 하지만 돈만 날리고 먹을 것이 없는 관광지 음식점이 천지다. 우리는 이미진샘 덕분에 거품이 지나치게 빠진 식당을 갔는데, 나만 알기 아까워서 내 입맛에 꼭 맞는 음식을 파는 식당 1곳과 가격대비 놀랄만한 고기를 파는 식당 2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간 곳은 <양지식당>이다. 정식이 7000원. 가격도 저렴하거니와 음식이 무척 토속적이라서 맘에 든 곳이다. 가자미조림, 가자미회, 가자미식혜, 시금장(쌀겨로 만든 경주만의 발효음식), 그리고 게장에 다슬기 고디탕까지.. 육고기 소화를 좀 힘겨워 하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다. 특히 시금장은 처음 먹어본 음식으로 촌음식이라고 하는데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집에 와서도 먹고 싶어 만원어치 사왔는데 우리 식구들 모두 최고를 연발하며 밥에 비벼 먹었다. 간장게장만 밥도둑이냐? 시금장도 밥도둑이다 하면서... 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싶어 경주에 다시 가고 싶다고 하면 믿어주실려나?

▲ 양지식당의 7000원 정식

두 번째 간 식당인 <황성숯불갈비집>은 예약이 모두 차 있어서 먹을 수는 없었지만 메뉴와 가격표를 보고 놀란 식당이다.

▲ 횡성숯불갈비 현수막
▲ 횡성숯불갈비 가격표

식당에 착한가게라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어 안주인인 김옥희씨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이 가게는 김사장이 1990년도 개업했는데 지금은 아들과 함께 2대째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27년 동안 가게를 하면서 단골손님의 자제가 커서 다시 단골로 와서 운영되는 식당이다. 낮에는 종업원을 쓰지 않고 가족끼리 운영하다가 바쁜 저녁에만 종업원을 쓰기 때문에 인건비를 절약하고, 모든 음식은 주인이 다 직접 만들고, 고기를 잡는 것도 직접 수작업으로 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신선한 식재료를 사기 때문에 인건비와 재료비를 절약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음식을 내 놓을 수 있다고 했다. 정말 가격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고기는 맛보지 못해서 모르지만 이미진 편집위원의 말에 따르면 이 집 고기맛은 직이고, 된장찌개, 냉면 등 모두 완전 만점짜리라던데... 이 고기 먹으러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들과 함께 경주에 다시 가볼까나?

▲ 경주와 경상북도 착한가게 대표 김옥희 사장님과 아들 고동후 예비사장님

세 번째 간 식당은 정말 상을 주고 싶은 식당이다. <OK 목장>이란 소고기 집인데 사실 경주는 유적으로도 유명하지만 경주 소 또한 그 못지않게 유명하다. 그러니 경주 소는 한번 맛보고 와야 하지 않겠는가?

이 가게는 2003년 개업할 때 소고기 1인분을 6000원에 팔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주변에 동국대가 있는데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싼 가격에 고기를 먹이고 싶어서 그렇게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 가격이 8000-9000원으로 올랐다. 그래도 주변에 비해 무척 싼 편이라서 그런지 식당에 학생들이 버글버글 했다. 맛은? 맛도 좋다. 학생들이 "맛있어요"란 말을 연발했다.

학생들을 위한 서민풍의 이 식당에서 볼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플라스틱 그릇이다. 숟갈서 부터 모든 그릇이 놋그릇이다. 손님의 건강을 위해 놋그릇을 택했다고 한다. 우리야 좋지만 종업원들이 설거지할 때 얼마나 손목이 아플꼬!!! 이 놋그릇에 배추백김치와 나박김치가 담겨 나오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고기보다 더 주문해 먹었다. 나는 나박김치만 세 번 추가 주문!!! 물론 무료!!

▲ OK식당의 메뉴와 가격

이 가게는 학생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씨도 곱지만 자투리 고기(고기를 손질하면서 남는 고기로 찌개·국거리용)를 모두 어려운 사람이나 노인들에게 나눠주는 선행도 베풀고 있다. 장사가 잘될 때는 400g씩 50명에게까지 준 적이 있는데 요새는 경기가 예전만 못해 400g씩 20명에게 나눠준다고 했다. 버리는 고기가 아니고 충분히 다른 식당에도 팔 수 있는 고기라는 것을 강조했다. 1000원짜리 된장찌개에 그 고기를 넣어서 끓였다. 고기에 까다로운 내가 먹기에도 이 식당의 고기는 서울서 최고급 고깃집에서나 경험할 살살 녹는 맛에 최상의 육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난 단돈 천원짜리 된장찌개 맛을 더 잊을 수가 없으니 참내... 

▲ 맛나는 고기를 먹는 학생(사진 게재 허용)

그런데 우리는 이 식당에서 미처 몰랐던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들었다. OK목장 동천동 분점은 바로 한겨레신문을 구독하는 개념가게라는 것이다. 또 이 집에 고기를 납품하는 형님도 오로지 한겨레만 사랑하는 구독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허봉욱 사장님도 우리와 이야기 하던 도중 한겨레신문을 구독하기로 결정했다. 야호!!! 이런 횡재가 있나? 개념가게 2개와 구독신청 한 개라니.. 뭐냐?? 이번에 경주여행간 것이 <OK 목장> 때문에 하늘이 보내주신 거여?

▲ Ok 목장의 사장 허봉욱.

그런데 이 가게의 분점이 한 달 전 서울에 생겼단다. 마포구 연남동의 기호식당이라는데 동생이 한단다. 한겨레신문을 볼 가능성이 농후한 식당이니 한겨레 직원들이여.. 어여 달려가 구독신청 받아오시길..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