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라. 견뎌낼 것이다.

1961년 미국에서 교육문화상호교류법 (The Mutual Educational and Cultural Exchange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거하여 교환교수, 교환연구원 그리고 교환학생(청소년, 대학생)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청소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유학이 아니다. 미국공립학교에서 1년간 무료로 학교를 다니고,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간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영어공부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면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 남미, 중국, 동남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참여 학생들도 많다. 원래 비용은 무료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립기관에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편집자 주]

도전하라. 견뎌낼 것이다. 견뎌내면 겁이 없어진다. 그럼 우리 세상은 더 넓어진다. 

나는 지금 나에 만족하나? 만족한다고 하면 너무 교만한 건가?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한다. 호기심 많은 내 성격과 잘 맞는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일은 즐겁다. 무엇이 지금의 행복한 나를 만들었을까? 물론 부모님 교육이 가장 큰 결정 요인이겠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가장 큰 영향은 청소년기에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간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심지어 가족과도 떨어져서 새로운 세계를 선택하여 나 홀로 이겨내야만 했던 경험. 그것이 결국 어떤 세계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나를 만들어낸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고1 나이에 미국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썼던 체험기를 올려본다.

청소년교환학생 체험기 1 :  테네시에 가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교환학생으로 2003년 12월 27일에 테네시주에 온 이지산이라고 합니다. 제가 출국한지도 벌써 10일이 넘어 가는 것 같네요.

먼저 저에게 이런 큰 기회를 주신 부모님, 저를 선택하여 1년 동안 가족으로 맡아주신 호스트 맘에게 감사 드립니다.

우선 저희 호스트가정을 소개하고자 해요. 저는 호스트맘이 혼자 사시는 가정에 오게 되었어요. 저희 호스트 맘께서는 47세로 혼자 사는 분이세요. 여기 와서 알고 보니 작년 5월에 남편 분께서 돌아가셨다고 해요. 호스트맘께서는 100에이커 이상의 넓은 땅에서 말(30마리 이상)과 개, 고양이, 새들을 기르시면서, 승마를 가르치시고, Pet store를 갖고 계시는 분이세요.

저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무척 좋아했어요. 특히 개를 좋아하고 그 다음으로는 말을 좋아했어요. 이상하게도 말은 한 번도 가까이 한 적이 없었는데 말과 친구가 되어 서로 마음이 통하는 상상을 많이 했지요. 영화도 Black Stallion, Silver Stallion, Horse Whispers 등 말이 나오는 영화를 참 좋아하고 비디오를 사서, 보고 또 보고, 했어요. 그래서 교환학생 소개서를 쓸 때 저는 동물들이 많은 곳에 가서 살고 싶다고 썼습니다.

처음 호스트 맘께서 저에게 관심이 있다는 메일을 받았어요. 싱글 가정은 학생이 그 가정을 선택할 권한이 있다고 해요. 한국기관 담당선생님께서는 제 의사를 물으셨지요. 저는 그 분이 말 목장을 하시고 동물이 많다고 쓰여 있어 무조건 가겠다고 하였어요. 부모님은 싱글가정이라 주저하셨지만 미국에서 추가로 온 답변을 보시고 맘에 드셨는지 저보고 가고 싶다면 가보라고 하셨어요. 저는 무조건 오케이였지요.

헌데 나중에 통보 받은 사실이지만 그 집에는 저와 함께 지낼 교환학생이 브라질에서 한 명 더 오게 된 것이어요. 저보다 나이는 한 살 많은 말타 언니인데 나중에 저에게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영화배우 같이 아주 예쁘게 생겼답니다. 한편으로는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호스트맘과 둘이 있는 것보다 지루하지 않고 더 좋을 것 같았지요.

저는 하루라고 빨리 가고 싶었어요. 하여 부모님을 재촉하여 일찍 출국을 하였어요. 가기 전날까지 학교도 정상 수업하고, 태권도도 가고 정말 지독하게 엄마는 저에게 틈을 주지 않으셨지만, 꿈꾸어 왔던 말과 친구가 되어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에 불평을 하지 않았답니다.

비행기를 타고 Knoxville 공항에 도착하여 호스트맘을 만난 것은 밤 9시가 넘어서였던 것 같아요. 공항은 인천 공항에 비하여 아주 작았고, 좀 시골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스트맘과 옆집 아줌마, 옆집 오빠가 저를 데리러 오셨는데 잠깐 보아도 모두 소박하니 수수한 모습이었어요. 호스트맘과는 이메일로 사진을 주고받아서 그 모습을 알고 있어서인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2시간 정도 차를 타고 호스트맘 집에 온 것은 11시가 넘어서였던 것 같아요. 어둔 밤이라 주변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어요. 내가 살 집은 3층집인데 1층에는 나와 마르타 언니가 살게 되고 2층에는 개 6마리가 살아요. 그리고 호스트맘께서는 3층에 사십니다. 제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개를 많이 키우면 개 똥, 오줌 등으로 집이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지 않을까 했던 것인데 2층은 좀 깨끗한 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는 되요. 하지만 1층에는 개가 내려오지 않아서 그럭저럭 깨끗한 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지요.

▲ 내가 사는 집

1층은 원래 음악을 듣는 거실인데 우리가 온다고 호스트맘께서 침대도 두 개 들여놓아 주고, 책상도 놓아주셨어요. 참 고맙지요? 침대는 물침대인데 전기를 키면 따뜻해집니다. 첫 날 밤에는 비행기에서 계속 자면서 오기도 하고, 새로운 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로 신경이 예민해지기도 했지만 내가 심하게 움직이다가 물침대가 터지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 되어 몸도 살살 움직이면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답니다.

그 다음날은 일요일이었어요. 그래서 호스트 맘과 함께 일찍 일어나 차를 타고 말 먹이를 주러 갔어요. 말먹이통이 너무 무거워서 차에 실어서 가야했어요. 집 앞은 잔디가 있고 풀이 있지만 조금만 더 가면 울타리가 있고 말이 그냥 그 안에서 자유롭게 막 뛰어다니는 목장이어요. 먹이를 주려는데 말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것이어요. 나는 속으로 "어떻게 먹이를 주나" 하고 걱정했어요. 그런데 호스트맘께서 뭐라고 소리를 치니까 갑자기 말들이 막 어디선가 달려 나오는 것이어요. 말들이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이지요. 참 재미있었어요.

말 중에는 Silver Stallion에 나왔던 것과 비슷한 얼굴 양쪽이 검은 줄이 있는 멋진 말도 있었어요. 그 말은 약간은 야생마라 사나워서 우리에 가두어 놓았어요. 나는  말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좋았는데 며칠 후 호스트맘께서는 순한 말을 한번 태워주셨답니다. 나는 멋지게 달리지는 못했지만 그 말을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어요. 정말 꿈만 같았어요.

▲ 순한 말과 함께

교환학생을 오기 전에 많은 분들이 가사를 하나 분담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주셔서 저는 호스트맘께서 식사 준비를 하실 때 내가 도와드릴 것에 대하여 물어 보았어요. 없다고 하셔서 설거지를 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자신의 집에 아이들이 많이 놀러 오는데 설거지를 도와주겠다고 하는 사람은 제가 처음이라고 하시면 무척 기뻐하셨어요. 하지만 설거지도 할 필요가 없었어요. 호스트맘께서는 식기세척기로 설거지를 하시거든요. 빨래는 세탁기 사용법을 배워서 제가 직접 하고, 1층 청소도 제가 직접 하지만 호스트맘께서 무척 바쁘신 분이라 뭔가 가사 일을 돕고 싶은데, 아직은 무엇을 도와드려야 할지 찾지 못했어요.

1월 2일에는 말타 언니를 데리러 호스트맘과 옆집 아줌마, 아저씨와 함께 일찍 공항에 나갔어요. 말타 언니는 처음에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 같았어요. 언니는 예쁘기도 하지만 성숙한 처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언니에 비하면 미성숙한 어린애 같아요. 언니는 영어도 잘해요. 하지만 발음은 좀 딱딱한 편이어요. 브라질에서는 포루투칼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요. 아마도 그 언어가 발음이 센 편이겠지요. 제 영어도 다른 사람이 들으면 뭔가 외국인 발음처럼 느끼겠지요? 한국어식 발음이 있을 테니까요. 언니와는 왠지 잘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니는 마음씨가 고운 것 같아요. 나중에 언니에 대하여 잘 알면 언니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요.

또 1월 4일에는 호스트맘 친구 분들, 친척 분들이 10분 정도 집에 방문하여 인사를 나누었어요. 호스트맘은 이를 위해 샌드위치하고 파이를 준비해 주셨어요. 호스트맘의 God daughter인 안드레아, 나와 같은 학교와 학년에 다니는 여자조카도 만났어요. 사실 여러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못 알아듣는 것도 많아요. 어떤 미국 사람들은 말을 너무 빨리 하거든요. 그럼 그냥 웃곤 했어요. 나는 헤어질 때 한국 탈이 그려져 있는 카드를 한 장씩 드렸어요. 작은 선물인데도 참 좋아하셨답니다.

내일은 처음 학교에 가는 날이어요. 사실 많이 긴장이 된답니다. 선생님 말씀을 잘 못 알아들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것이 제일 큰 걱정이고요. 슈퍼에 가도 백인만 있지 동양인이나 흑인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어서 제가 가면 저를 힐끗 힐끗 쳐다보는데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그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요. 하지만 저는 적응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성격이 원래 낙천적이라 시간이 지나면 잘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오늘은 이만 쓰고요. 다음에 2편을 보낼게요. 안녕히 계세요.

편집 : 이동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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