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광남 주주통신원

10월 9일은 자랑스러운 우리 글 날이다. 이날만 되면 반복되는 말 중에는 우리글이 과학적이고 세계 제일이며 모든 소리를 못 적는 것이 없는 세계 최고의 글이란 말을 한글날의 기념사에는 빼놓지 않는 단골말이다. 이런 우리글을 전 국민이 다 알아야 한다고 문맹퇴치 운동까지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공문서나 방송, 신문들은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앞 다투어 외국어를 누가 더 많이 쓰는지 내기라도 하듯 애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배웠다고 자랑을 하는 것인가?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은 신문이나 방송을 읽고 들으면서 무슨 말인지 몰라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나이 들고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우리 국민이 아니냐고 묻고 싶다. 영어를 모르는 노인들의 수가 얼마인데 누구를 위...한 행정이고 언론인가? 그것들이 전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행정의 문서나 언론을 따로 만들 수는 없는가?

어떤 사람들은 세계의 여러 나라에 나가서 우리글을 가르치고 있는 애국자들도 있는데, 남의 나라 글이나 말을 앞 다투어 쓰는 사람들은 어떠한 마음에서 그럴까? 이런 말을 하면 세계화를 운운하는데 왜 세계 속으로 우리가 들어가려고 하는 것인가 묻고 싶다. 세계가 우리 속으로 들어오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제 언어의 식민지가 되고 싶어서인가? 나처럼 많이 배우지 못한 촌로도 생각하는 것을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들은 왜 그런 생각을 못하는 것일까? 자기 과시인가?

우리글이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면 세계인들이 그러한 우리글을 배우게 하고 우리글의 우수함을 자랑스럽게 말하면 안 되는 것인가? 언제까지 남에 것이 좋다고 고개 숙이고 그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우리도 우리글을 앞세우고 고개 한 번 바로 들고 살아야할 것 아닌가 똑똑한 국민들은…

우리는 세계인들이 탐내는 자랑스러운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남에 것이 좋다고 우리 것을 천시하는 풍토는 하루빨리 버려야 할 것이다.

옛날에는 우리글을 모르는 사람을 문맹자라고 했는데 이제부터는 우리글만 알고 영어를 모르는 사람을 문맹자로 정의하려면 사전을 고쳐야 할 것 같다. 언론이나 정부는 우리 글 쓰기 운동이라도 벌려야 하지 않을까? 많이 배우신 분들께서는 보고도 모르고, 읽고도 모르는 문맹자들을 위하면 안 되는 세상인가요?

 

마광남  wd34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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