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미경 주주통신원

쌍용자동차 해고자의 해고무효소송 대법판결을 접하고 다시 한 번 절망했다. 그리고 걱정했다. 그들이 죽음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할까봐…. 부디 끝까지 악착같이 살아서 저들 악행의 종말을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국가라는 것에 심히 회의를 갖는 요즘 한 번 더 마침표를 찍었다. 대한민국이란 국가는 국민 모두의 국가가 아니라 철저히 자본을 위한 국가다.

이번 판결문에 이런 내용이 있다. 2013년 6월 13일에 나온 대법판결문을 그대로 인용한 내용이다. “기업의 잉여인력 중 적정한 인원이 몇 명인지는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되는 한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한다.”

경영상의 위기도 경영자가 정하고 잉여인력도 경영자가 정한다.... 그리고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한다. 즉 언제 어디서나 경영자의 판단에 따라 정리해고가 필요하다고 하면, '내 맘대로 정리해고’ 할 수 있다. 이는 쌍용자동차를 넘어서 모든 노동자에게 쉽게 적용될 수 있는 정말 무시무시한 판결이다. 대법원이 보수화 되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정의' 라는 것이 죽지는 않았겠지 하고 한 가닥 희망을 가졌었는데….

사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경영자에게 그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 책임은 오롯이 노동자들이 뒤집어쓰고 있다. 경영자의 판단에 따라 잉여인력이라는 굴레에 씌워져 해고되고 생계가 박탈당하는…. 그리하여 죽음이라는 극단까지 선택해야만 하는 자는 바로 노동자인 것이다.

이 판결에 경총은 신이 났다. "그동안 대법원이 경영상 해고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대해 회사가 장래에 올 수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있을 경우도 인정된다고 폭넓게 봐온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반겼다고 한다. 그렇게 좋을까? 배터지도록 가질 수 있는 돈이 그렇게 좋을까? 노동자의 피눈물이 그렇게 좋을까?

현재의 위기가 아니라 장래에 올 수 있는 위기까지 경영자가 귀신같이 예측해서 정할 수 있다. 그리고 경영자가 정한 잉여인력도 존중해야한다. 노동자는 "그저 처분만 바랍니다. 니 맘대로 하세요." 하고 살아야 한다. 앞으로 자본가의 입맛에 따라 얼마나 많은 정리해고가 그 칼날을 새파랗게 갈며 노동자의 목을 치려고 준비하고 있을까? 정말 섬뜩하다.

노동자 없이는 자본도 없다. 노동자의 소득이 없으면 소비도 없어 자영업자도 망하고 공장도 망한다. 결국 자본도 망하고 국가도 망한다. 이제 전 세계의 깨어있는 국가들은 뒤늦게나마 이를 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여전히 노동자를 쥐어짜는 그 판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법원은 그 죽음의 굿판에 기름을 들이 붓는다. 사는 것이 어려워 2세도 낳지 않으려 하는 젊은 세대에 그들의 노동권마저 갈가리 찢겨지니….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이 땅을 떠나야, 아니 죽어 없어져야 자본은, 국가는, 정신을 차리려나?

김미경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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