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산다는 것은 좋은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고

이번에는 미국 문화 체험보다는 제가 개들과 사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잡담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 개들은 저에게 Homesick라는 것을 생각도 못하게 만들어 준답니다. 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괜찮지만 개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정말 개소리(ㅋㅋㅋ)라고 느끼실 수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럼 이야기 시작할게요.

개들과 나

저희 외할머니께서는 개 한마리를 17년 동안 집안에서 식구처럼 기르셨어요. 그 개는 암에 걸려 세 번째 수술 받다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죽었어요. 그 개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할머니께서는 늘 ‘개가 사람보다 낫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좀 끔찍한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어요.

어느 동네에서 메리라고 하는 개가 있었대요. 복날이 되어 그 집 주인이 기르던 메리를 잡아먹으려고 산에 데리고 가서 묶고 몽둥이로 때렸대요. 그런데 묶은 끈이 느슨해져서 메리가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도망쳤대요. 도망치다가 주인이 “메리야 이리 와” 했더니 자기를 때렸던 주인에게 꼬리를 치며 다시 가서 맞아 죽었다고 해요. 개의 충성심에 대한 슬픈 이야기이지요.

미국 사람들이 개를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것은 다들 아시지요? 저는 개를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Host mom과 같이 살아요. 그래서 그런지 여기 개들은 정말 Host mom에게 온 마음을 다 바치는 것 같아요. Host mom은 개를 사랑하는 것이 정말 남달라요. 이런 점은 제가 참 많이 보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이전에도 말했지만 집의 2층에는 6마리의 개가 살고 Barn에는 더 많은 개가 살아요. 내가 아는 종자는 Pomeranian, Yorkshire terrier, Dachshund, Labrador Retriever, German Shepherd, Chinese Crested, Jack Russell, Blue Heeler 등이에요.

우리 집 개들(오른쪽에서부터 Hansle, Peanut, Foxy)

이 집에 오고 나서 저를 처음 따른 개는 Hansle(사진 오른쪽 개)이예요. 애는 Yorkshire terrier 종자로 아주 새끼인데 너무나 귀엽게 생겼어요. Host mom 집에 간지 이틀 정도가 지났을 때부터 저를 졸졸 쫓아 다녔어요. 밥 먹을 때도 내 의자 옆에 앉아서 내 눈을 쳐다보면서 애원하듯이 저를 봅니다. 음식을 달라고 그러는 것이지요. 언제나 Host mom께서는 'No'라고 말씀하시지요. 그러면 이 개는 마치 조르듯이 ‘낑낑‘ 대면서 저를 쳐다보면서 제 앞으로 더 다가오곤 해요. 너무 귀여워서 뭐라도 주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되지요.

Hansle는 제가 2층에 있을 때는 늘 제 무릎에 앉아 있으려고 해요. 어떤 때는 정신없이 아주 늘어지게 자다가 제 무릎에서 떨어진 적도 있답니다. 저는 깜짝 놀라서 보는데 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눈을 감고 척 누워서 세상모르고 또 자요. 정말 개 팔자가 상팔자인 개입니다.

Hansle는 아직 새끼인데도 자기가 다 컸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친구가 오면 막 가서 어떻게 해보려고 짖어요. 텃세를 하듯이 말이에요. 그러다가 새로 온 개가 한번 크게 짖으면 깨갱 하고 도망갔다가도 또 다시 그러곤 해요.

제가 이 집에 오고, 저보다 며칠 늦게 오게 된 Dachshund 종자로 이름이 Peanut(사진에서 가운데 있는 개)인 1-2살 정도 된 개가 있어요. 바탕이 까맣고 발끝이 갈색이고 이마에 갈색 동그란 점이 두 개 있어서 아주 예쁘게 생겼어요. Peanut은 내가 아침에 2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면 어떻게 아는지 1층 계단 끝에 꼬리를 흔들면서 앉아 자기 오른쪽 앞발을 들어 5-6번 움직여 가면서 저에게 아침 인사를 해요. 그리고 제가 소파에 앉아 있으면 제 잠바 속으로 기어 들어와서 제 등 쪽으로 가서 잠을 자요. 저는 소파에 기대지도 못하고 허리를 똑바로 펴고 앉아서 벌을 서야 하지요. 불편은 하지만 등 쪽에서 꼼지락 거리며 따뜻한 기운을 주는 개의 느낌이 그렇게 이상야릇하니 좋을 수가 없답니다.

앞의 Hansle과 Peanut은 나를 가지고 가끔 서로 애정 쟁탈전을 벌여요. 내 실내화를 가지고 으르렁거리면서 서로 물고 다니려고 한다던가. Peanut이 내 옆에 오면 Hansle이 와서 Peanut를 깨물거나 한답니다. Host mom께서는 Hansle과 Peanut이 저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씀하시곤 해요.

사진에서 가장 왼쪽 개는 Blue Hiller 종자인 Foxy예요. Blue Hiller는 원래 양떼를 모는 개예요. 양떼를 모는 개들은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실내에서 기르면 안돼요. 아무리 새끼라도 낮에는 밖에서 막 뛰게 두고 밤에만 집에 들어와서 자요. Foxy는 새끼이지만 양떼를 모는 본성이 있어서 저와 말타 언니, Host mom, Angel이 걸어 다니면 발뒤꿈치를 물면서 한쪽으로 막 몰려고 해요. 지금은 German Shepherd인 Kane 혼자서 말몰이를 하지만 Foxy가 크면 Kane과 같이 말몰이를 하게 될 거예요.

Pomeranian 종자인 Brandy는 공주님 스타일이에요. Brandy는 늘 자기가 원하는 대로 쓰다듬어 주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건방지게 으르렁대면서 물어요. 물론 아프지는 않게 물지만요. 그리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좋아해서 식탁에서 식사를 할 때면 두발로 서서 음식을 달라고 낑낑거리며 콩콩 돌아다녀요. 폴짝폴짝 뛰기도 하구요. 이럴 때는 고상한 척하는 공주병은 다 없어지고 말지요.

개 들 중에는 덩치가 큰 개들도 많아요. Angel(도사 견 종류)이 그런 종류에요. Angel은 아침에 내가 일어나서 2층 화장실에 가면 컹컹 하고 두 번 짖어요. 그러면 물을 달라는 거예요. 항상 쉬가 마렵다거나 하면 현관 앞에서 컹컹 하고 짖고, 다시 들어 올 때면 밖에서 컹컹 하고 짖어요. 또 내가 소파에 앉아서 팔을 소파 팔걸이에 올려놓고 있을 때 자기 무슨 요구 사항이 있으면 머리를 제 팔과 소파 팔걸이 사이로 계속 들이밀어요. 주로 밥이 먹고 싶다거나 놀아달라고 하는 것이지요. Angel은 사람 말을 다 알아듣고 눈치가 얼마나 빠른지 몰라요. 우리가 나가려고 하면 이를 미리 알고 현관에 나와서 떡 버티고 앉아 있어요.

어느 날이었어요. Host mom과 저와 쇼핑을 나가려고 하는데 벌써 Angel이 다 알고 막 차에 들어오려고 했어요. Host mom께서 ‘너는 오늘 안 돼’ 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랬더니 안타는 척하고 있다고 문이 열리니까 쏜살같이 차에 먼저 올라탔어요. Host mom께서 내리라고 말씀을 하셨지만 그 개는 못 들은 척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약간은 인상을 쓴 슬픈 표정 같은 것을 짓고 말이지요. 아주 능청스럽게요. 덩치가 커서 힘으로 끌어내릴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Host mom은 웃으면서 태우고 갔어요.

쇼핑 갈 때 저는 Host Mom 옆자리에 타고 Angel은 뒷자리에 탔어요. 헌데 쇼핑을 끝내고 나왔는데 Angel이 Host Mom 옆자리로 와서 앉아 있는 거예요. Mom께서 계속 뒤로 가라고 하셨지만 못들은 척 버티고 가지 않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언제나 앞자리에 타고 갔다고 해요. 할 수 없이 제가 뒷자리에 앉아서 왔어요. 집에 와서 내리면서 Mom께서 Angel에게 “Shame on you”라고 야단을 쳤어요.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는 절대로 앞자리에 타려고 하지 않아요. Host mom께서는 Angel이 저에게 샘을 낸 것이라고 해요.

나는 Angel의 그런 행동을 보면서 놀랍기도 하고 신기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이렇게 개들이 Mom과 차를 타고 나가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서 차 시트는 개털이 여기저기 많이 묻어 있고 조금 지저분한 편이어요. 이 점은 아쉽지만 제가 포기해야겠지요? 개들을 식구로 생각하시는 분과 살고 있어서 말이지요.

▲ 능청이 Angel과 함께(역시 특유의 무표정으로)

큰 개 중에 German Shepherd 종자인 Kane이 있어요. Kane은 말타 언니와 저를 잘 따르지 않아요. Host mom만 좋아하고 따라다녀요. 세퍼드가 충실하다는 말은 여기에서 나온 것 같아요. 처음에 주인으로 섬기게 된 사람에게만 충성하나 봐요.

그 반면에 Sebastian이라는 큰 개는 말타 언니와 우리도 주인으로 생각해줘요. 그래서 우리가 차를 타고 가면 자기가 따라 올 수 있을 때까지 따라와요. 자기가 지켜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Janet 아줌마 집에 놀러 갈 때 Sebastian은 우리 옆을 계속 따라오다가 우리가 집에 들어가면 현관 앞에 앉아서 우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요. 어느 날은 놀다가 조금 늦어져서 아저씨가 집에 차로 데려다 주신 적이 있는데, Sebastian이 계속 차 옆에서 불안한 듯 걸어왔어요. 내가 창문을 열고 계속 Sebastian 부르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갔어요. Sebastian이 너무 우리를 신경 써주는 것 같아 무척 고맙답니다.

Host Mom 집에 있는 개 중에 가장 특이한 개는 Selmo라는 이름의 Chinese Crested예요. 이 개는 몸에는 털이 없고 머리와 꼬리, 발끝에만 털이 있어요. 저는 좀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개는 평소에는 천장이 높은 우리에 넣어 두어요. 원래 밖에 두어야 하는데 다른 큰 개들이 물어서 집 안에 두었는데 수컷으로 자기 영역을 표시하려고 계속 오줌을 싸고 다녀서 할 수 없이 우리에 넣어 놓았어요. 이 개도 German Shepherd처럼 Host Mom만 따르고 샘이 무척 많아서 Mom을 독차지하려고 해요. Mom께서 소파에 앉으면 개들이 모두 달려 나오면서 서로 Mom 옆에 앉으려고 하는데 이 때 우리에서 꺼내 주지 않으면 계속 우리에서 높이뛰기를 하면서 꺼내달라고 해요. 너무 시끄러워서 할 수 없이 꺼내줘야 하지요.

지난 1월 10일에는 눈이 많이 와서 학교를 쉬었어요. 이곳은 눈이 오면 길이 눈에 덮여서 운전이 어려워서 학교가 쉬어요. 오전에는 개들과 말타 언니와 함께 눈밭을 달리면서 뒹굴면서 놀았어요. 정말 어린아이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예전에도 느꼈지만 개들도 눈이 수북이 쌓여 있으면 사람같이 기분이 흥분되는 것 같아요. 개와 우리랑 같이 정신없이 날 뛰면서 놀았답니다.

▲ 우리를 지켜주는 세바스찬과 함께
▲ 세바스찬과 말타 언니와 나

개와 함께 산다는 것은 저를 늘 즐겁게 해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어요. 6마리 개들이 너무나 집을 어질러 놓아서 하루만 집을 안 치워도 엉망이 되 버린다는 것이지요. 말타 언니와 저는 학교에 갔다 와서 숙제 한 후 그 다음에 하는 일은 어질러진 2층을 치우는 일이에요. 지난 토요일에는 정말 마음먹고 온 식구가 대청소를 했는데 월요일이 되니까 도로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어떤 때는 정말 힘이 들 때가 있어요.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그러다가도 아침에 일어나서 2층으로 올라가면 6마리 개들이 모두 저를 보고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모습, 내가 좋다고 와서 몸을 비벼대는 모습은 그런 고생을 순식간에 다 잊게 한답니다.

제가 개를 워낙 좋아하다가 보니까 개 이야기가 너무 길어진 것 같아요. 저는 재미있었는데 지루하진 않았나 모르겠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Lucky라는 새 이야기, 친해진 말 이야기 등을 쓰고 싶어요. 오늘 개들 이야기는 이것으로 줄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1961년 미국에서 교육문화상호교류법 (The Mutual Educational and Cultural Exchange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거하여 교환교수, 교환연구원 그리고 교환학생(청소년, 대학생)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청소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유학이 아니다. 미국공립학교에서 1년간 무료로 학교를 다니고,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간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영어공부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면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 남미, 중국, 동남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참여 학생들도 많다. 원래 비용은 무료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립기관에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편집자 주]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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