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부터 2월 초순에는 좀 우울한 시간을 지냈어요. 슬픈 일이 세 가지나 있었거든요. 개랑 살아서 그런지 2가지 글은 개와 관련된 일이에요.

첫 번째 슬픈 일

1월 22일에 지역 관리자 Cindy 선생님을 만났어요. 그 전에 전화로 2번 정도 통화를 해보아서 별로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직접 말해보니 참 발랄하고 재미있는 선생님이었어요. 학교생활, 이곳 생활 등에 대하여 상담을 했는데 말타 언니나 저나 사실 조금 불편한 것이 있었지만 차마 말할 수가 없어서 그냥 다 좋다고 했어요.

그리고 4월에 일주일 정도 학교 수업을 빠지고 워싱턴, 뉴욕, 필라델피아에 견학을 간다고 해요. 사실 저는 워싱턴, 뉴욕에는 다녀온 적이 있어서 다른 곳에 가고 싶은데… 아무래도 단체 행동이니까 같이 다녀와야겠지요? 그런데 비용이 400$ 정도 든다고 하네요. 여기 올 때도 돈 많이 들었는데 또 돈이 들어가서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너무 미안해요.

▲ Cindy선생님과 예쁜 말타 언니와 함께

Cindy 선생님께서는 저희를 만나고 Janet 아줌마 집에 가셨는데요. 아주 슬픈 일이 일어났어요. Janet 아줌마네 집에 살던 교환 학생 Grassia가 러시아로 돌아가게 된 것이에요. 원래 10개월 과정으로 와서 올 6월에 출국할 예정이었는데 6개월 만에 가게 된 것이에요. 왜 그런지 그것은 잘은 모르지만...

우리랑 지내고 놀 때 Grassia는 좀 내성적이어서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명랑한 편이고 이야기도 잘해서 어떤 문제가 있다는 눈치를 전혀 채지 못했어요. 또 Janet 아줌마와도 잘 지내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Grassia에게 Janet 아줌마 집은 3번째 Host Family였다고 해요. 그런데 Grassia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말을 안 한다고 해요. 속마음이나 속상한 것을 털어놓지 않는다는 이야기겠지요. 그것 때문에 강제 출국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조금 더 같이 지냈었다면 친해져서 속마음을 서로 터놓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커요.

Cindy 선생님과 상담 후 3일 후인 그 주 일요일 바로 출국하게 되어 작별 인사도 못했어요. 그래도 우리와 가깝게 지냈는데 ‘작별 인사 시간도 주지 않고 그렇게 빨리 보내버리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좀 매정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었지요. 같은 교환학생이라 한편이 되어 주고 싶었는지 Grassia가 잘못했으니까 출국 당했겠지 하는 생각보다는 참 안됐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더라고요. 러시아에 가서 친구들에게 얼마나 창피하겠어요.

미국에 오기 전에 교환학생 담당 선생님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한국 부모가 출장을 가서 호스트 가정에 미리 묻지 않고 자기 아이를 방문했는데 바로 그 다음 날 강제 출국 통보가 왔다고 하셨어요. 저는 겁주느라고 그런 말씀하셨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그런가 봐요. 저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잘 해야 되겠지요?

▲ 우리가 함께 찍은 마지막이 되어버린 사진(왼쪽부터 Morgan 오빠, Grassia, Marta언니 그리고 나)
▲ 즐겁게 놀이를 하고 있는 우리들

두 번째 슬픈 일

또 한 가지 너무나 슬프고 끔찍한 일이 1월 24일 일어났어요. 그날은 Tennessee 주에서 몇째 가는 부자라는 유명한 분이 우리를 보고 싶다면서 저녁 초대한 날이었어요. 할아버지 대부터 주정부의 높은 사람으로 일했다 해요. Mom을 좋아하는 가족이라 저희들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특별히 초대했다고 해요. 우리는 대저택을 구경한다는 들뜬 마음에 준비를 다 마치고 5시 30분에 나가기로 하고 대기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4시경에 Mom의 여동생인 샤렛 이모님이 오셨어요. 그 때 Mom께서는 Barn에서 동물들을 돌보고 계셨고 저희들은 방에 있었어요. 샤렛 이모는 Dachshund 두 마리를 차에 데리고 오셨는데 아무 생각 없이 내리시면서 차 문을 열어서 Dachshund 한 마리가 뛰어 나왔어요.

그 때 마당에 있던 Angel이 Dachshund를 물어서 내팽개쳤어요. 비명 소리가 나서 나가 보았더니 얼마나 물었는지 Dachshund는 피범벅이 되어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고, 이모는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고 앉아 개를 붙잡고 ‘I’m here. Don’t worry. It’s OK!”라고 계속 말씀하시면서 우셨어요.

비명 소리를 듣고 Mom도 뛰어 나오셔서 Angel을 말리고, Mom과 이모가 Dachshund를 데리고 병원에 갔어요. Dachshund는 52바늘을 꿰매는 큰 치료를 받았지만 그 다음날 아침에 병원에서 죽고 말았어요.

샤렛 이모의 비통함은 정말 옆에서 보기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분은 혼자 살면서 Dachshund 두 마리를 자식처럼 길렀대요. 샤렛 이모는 “I should never open the car door"라는 말씀을 계속 하시면서 우셨어요.

죽은 Dachshund 말고 다른 Dachshund가 계속 우는 이모가 불안한지 이모가 안으면 품에 있다가 살짝 빠져나가곤 했어요. 그랬더니 이모는 ‘He knows what I’ve done to my baby’라고 하시면서 또 계속 울었어요.

Dachshund를 물어 죽인 Angel은 집에 있는 개들에게나 우리에게나 아주 gentle해요. 다른 개들이 잘 따르고, Angel이 바닥에 누워 자고 있을 때 다른 개들이 막 밟고 다녀도 그냥 내버려 둬요. 그리고 밥을 줄 때도 다른 개들이 다 먹고 나면 맨 마지막으로 어슬렁어슬렁 가서 먹어요.

Angel은 집개들하고는 다 친한데 왜 그랬을까요? 나중에 이야기 듣기론 Angel은 사람은 절대로 공격하지 않지만 자기 구역에 오는 개는 무조건 물고 한번 물기 시작하면 거의 죽을 때까지 놓지 않는다고 해요. 도사견의 특징이라고 하네요. 무시무시하지요?

Angel은 원래 새끼 때부터 Mom께서 기르신 것은 아니고 다른 집에서 살다가 좀 커서 왔는데 그 집에서는 고요테를 한번 물어서 죽인 적도 있다고 해요.

이런 Angel이지만 Mom께서 다른 개를 데리고 오거나 받아들이면 무조건 인정한다고 해요. 그런 Angel의 특성을 이미 알고 있었던 샤렛 이모는 Angel이 밖에 나와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하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정말 놀라고 슬프고 끔찍한 날이었어요. 그리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이기도 하고요. 저는 그렇게 끔찍한 일을 벌이고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구석에 앉아 있는 Angel이 밉기도 했지만, 그 동안 Angel에게 정이 들었기 때문에 Angel에 대한 안락사 같은 어떤 강력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어요.

하지만 아무도 Angel을 원망하거나 탓하는 사람은 없어요. 심지어는 한 대 때리지도 않아요. Angel은 자기 본성대로 행동한 것뿐이니까요. 또 개의 보호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지도 않아요. 개가 사람에게 한 것이 아니라 개에게 한 것이라서요. 개를 사람처럼 사랑은 하지만 개에게 사람같이 하라고 요구하지는 않는 것이겠지요.

Mom께서는 사실 법적으로 잘못은 없지만 샤렛 이모에게 미안한 맘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Angel에게 교육을 보내볼까 생각한다고 하셨어요. 결국 며칠 뒤 Mom께서는 Angel을 집에서 나가게 해서 밖의 우리에 가두어 놓았답니다. 혹시라도 우리나 다른 개들에게 해를 입힐까 걱정이 되셨던 것 같아요. Mom께서는 혼자되신 후 Angel이 옆에 있어서 든든하셨던 것 같은데……

이번 일을 겪고 개를 기른다는 것은 많은 책임이 주인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어요. 저는 한국에 돌아가면 개를 기르려고 했는데 한 번 더 잘 생각해봐야겠어요.

세 번째 슬픈 일

2월 첫째 주에 우리집 개가 죽은 일이에요. 트릭시라는 Dachshund가 있었어요. 새끼를 가졌는데 출산일을 계속 넘겼어요. Mom께서 기다리다가 수의사에게 데려갔어요. 수의사 말씀이 2일 간 더 지켜보고 안 낳으면 수술을 한다고 했어요.

이틀 후 수술을 했는데 6마리의 새끼를 낳았어요. 그런데 2마리는 바로 죽고, 트릭시도 너무나 힘이 들었는지 기진맥진해서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하다가 그만 죽고 말았어요. 개가 출산일을 넘기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해요. 어미가 너무나 힘이 든대요.

6마리 새끼 중 4마리는 살아서 집으로 왔어요. 새끼들은 2시간 마다 우유를 주어야 해서 Mom께서 잠도 못 주무시면서 새끼들을 돌보았어요. 하지만 2마리는 하루 만에 죽고 나머지 2마리도 며칠 있다가 죽었어요.

며칠 만에 7마리의 개가 죽은 거예요. Mom께서는 죽은 개들을 데리고 가서 들판에 묻어 주었어요. 새끼들이 너무 불쌍해서 우리 세 사람은 죽은 새끼들을 묻어주면서 마음이 아파서 많이 울었어요.

Mom께서는 제가 오기 전부터 귀에 염증으로 고생을 하셨는데 잘 낫지 않아서 계속 편찮으셔요. 그런데 자꾸 힘든 일이 생겨서 더 기운이 없고 지치고 힘들어 보여요. 식사도 저희와 거의 못하시고 나중에 하신다고 하셔요. 걱정이 많이 됩니다.

계속 슬픈 일이 일주일 간격으로 생겨서 집 분위기가 아주 가라 앉아 버렸어요. 그래서 기분 전환 겸 2월 7일에는 옆에 사는 Janet 아주머니께서 우리를 놀이공원 같은 곳에 데려가 주시기로 하셨어요. Mom도 같이 가면 좋으련만... 바쁘시고 편찮으셔서 못 가실 것 같아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저희와 Janet 아주머니 식구들과 같이 놀러 간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주 재미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1961년 미국에서 교육문화상호교류법 (The Mutual Educational and Cultural Exchange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거하여 교환교수, 교환연구원 그리고 교환학생(청소년, 대학생)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청소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유학이 아니다. 미국공립학교에서 1년간 무료로 학교를 다니고,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간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영어공부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면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 남미, 중국, 동남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참여 학생들도 많다. 원래 비용은 무료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립기관에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편집자 주]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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