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

청소할 때마다 <걸레>의 성스러움을 느낀다. 그에 대해 짧은 생각을 정리해 본다. <걸레>에 더럽고 추한 이미지를 덧칠하고 그렇게 대하는 것이 미안할 뿐이다. 걸레와 대화를 시작한다.

“걸레야~ 안녕! 또 만났네?”

“응~ 반가워! 오늘은 무슨 일이지?”

“오늘은 청소가 아니라 너와 얘기 좀 하려고 해”

“무슨 얘기? 참~ 나 같은 것하고도 할 얘기가 있어? 항상 쓰고는 휙 던지고 가더니...”

“맞아, 내가 그랬지?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네. 나쁜 놈이지? 무엇이든 던지는 놈은 자신을 던지는 것과 같다 했는데... ”

“새삼스럽게 뭘~ 근데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편하게 해봐”

“넌 늘 좋은 일하면서도 천대 받고 있잖아. 쉴 때조차도 음습하고 구석진 곳에 있고. 그렇게 무시 받는 게 억울하지 않니? 조금 전에도 내게 말했듯이 잘 쓰고도 휙 던져버리지는 등...”

“어찌하겠어, 나는 걸레이고 그게 내 역할인데. 사람들 또한 그렇게 생겨 먹었잖아. 내가 참고 감수해야지 뭐~, 괜찮아!”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을 깨끗이 하려고 타자를 더럽히지만, 너는 자신을 더럽히면서 타자를 깨끗이 해. 험한 곳도 마다하지 않고. 그런대도 사람들은 너를 더럽다고 함부로 해. 사실은 지들이 더럽고 추한데 말이야. 더구나 넌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 그들을 미워하지도 않아. 때로는 그들에게 화나지 않니?”

“그렇기는 해. 하지만 난 괜찮아. 늘 그렇게 살아 왔는데 뭐. 이제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아. 오히려 나로 인해 그들이 깨끗해진다는 것이 기쁘고 즐거워. 그것이 내 존재 근거잖아. 나마저 그를 피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어. 나는 다시 깨끗해질 수 있으니 걱정 마”

“미안해~ 감사하고 고마워. 너로 인해 우리가 깨끗하게 살 수 있어. 너는 어떤 성자보다 더 성스러워. 범접할 수 없는 위엄과 권위로 만물을 내려다보는 그런 성자가 아니라 낮고 험한 곳에서 그들과 함께하며 위로하고 닦아주는 진정한 성자야. 누구보고 이래라저래라 가타부타하지 않고 직접 일하는 성자야. 이 세상에 너 같은 사람이 몇 명만 있으면...”

“무슨 소리야? 별소리 다 듣겠네. 사람들이 비웃겠다 얘! 다신 그런 소리 하지 마”

“비웃어? 누가 감히 너를? 너의 행실은 맑고 순수해. 숭고하기까지... 너는 누구와도 비견될 수 없는 성스러운 자야. 아마 인류의 4대 성인도 너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걸. 너는 저 하늘이고 이 땅이지. 정말 고맙고 감사해!”

“이해해줘서 고맙기는 하지만... 그 말은 조금 씁쓸해. 안 들은 것으로 할게. 내가 성자면 나를 깨끗하게 하는 물은? 그런 것에 너무 마음 쓰지 말고 필요할 때 언제나 나를 써. 함부로 해도 괜찮아”

“겸손하긴... 물은 성자라기보다는 만물의 근원이고 생명이지 않을까? 말은 이렇게 해도 너를 만나면 또 함부로 대할 거야”

“누구나 외부의 것으로 중심을 잡을 수 없어. 그러면 항상 불안하지. 중심은 내부에 있어야 해. 그래야 흔들림이 없어. 내가 비록 외부에 비치는 모습은 그래도 내부는 그렇지 않아. 그래서 흔들림 없이 사는 거야. 칭찬과 질책은 순간일 뿐, 나를 흔들지 못해”

“음~ 맞아. 중심은 내부에 있어야 한다. 고마워. 구석에 가만히 있는 너를 보면... 할 말이 없어. 난 언제나 가능할까?”

“너무 애쓰지 마... 어느 것에도 구속되지 말고 살아. 공공을 제외하고?”

“알았어. 명절이 다가오는데 수고가 많겠네? 몸 조심해! 너를 보면 맘이 퀭해. 또 봐!”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태평 주주통신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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