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맘대로 선택한다는 것은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먼저 저희 학교 수업 시간표를 소개할게요. 매일 똑 같은 시간표이지요. 아침 8시 15분에 수업을 시작하여 오후 3시 15분에 수업이 끝나고 그 이후는 각자 선택한 Team 활동을 합니다. 한국보다 과목은 적지만 아주 알차게 수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1교시 ( 8시 15분 시작) : World History

2교시 ( 9시 15분 시작) : Adult Living (2교시 후 약 8분간 휴식)

3교시 (10시 15분 시작) : Pre-Calculus

4교시 (11시 15분 시작) : Band

점 심 (12시 15분에서 1시간 동안)

5교시 (13시 15분 시작) : Biology

6교시 (14시 15분 시작) : English

이후 시간(15: 15분 이후) : Team 활동

저는 요새 Adult Living에서 ‘선택’에 관해서 배우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선택’이란 권리를 주고 그에 대한 중요성과 책임성 많이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저는 일상 사소한 것을 빼고 중요한 그 무엇도 선택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내 또래 친구들도 아마 다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요. 학교에서도 선택권이 거의 없었지요. 학교도 교육청에서 배정해주었고, 학년도, 반도, 과목도 이미 다 정해졌지요. 특별활동 정도나 선택할 수 있었을까요?

학원가는 것도 거의 마찬가지지요. 저는 한국에서 태권도와 플루트와 영어학원을 다녔어요.

태권도는 남자 아이들만 있다고 하기 싫다는 저를 부모님께서 “고등학교 공부는 체력 싸움이다. 한 달만 다녀보고 정 싫으면 그 때 다시 결정하자.” 고 하시면서 6학년 때 억지로 등록해주셨지요. 나중에는 제가 좋아서 다니긴 했지만 선택은 부모님의 강제에 의한 것이었지요.

플루트는 제가 선택했지만 하다가 지겨워서 쉬고 싶어 하면, 부모님께서는 좀 쉬게 해주시다가도 다시 “악기 한 개 정도는 다룰 줄 알아야 인생을 즐길 수 있다” 고 하시며 억지로 학원 등록을 시키셨지요.

그리고 저도 중 3 때 처음으로 다른 친구들처럼 보습학원 보내달라고 했는데, 부모님은 “학원교육 필요 없다. 학교수업만 잘 들으면 된다.”는 굳센 믿음으로 한 번도 학원에 보내주시지 않았어요. 단지 영어말하기와 쓰기를 위한 학원만 제 의지대로 선택하고 다닌 것 같아요.

이렇게 저는 한국에서 제가 스스로 선택하고 고민해 본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지요.

그런데 교환학생을 오면서 180도 바뀌게 되었지요. 우선 교환학생을 가겠다고 제가 선택했고요. 제 Host Family도 제가 선택했고, 학년, 과목, 팀 활동, 클럽활동 등 모두 다 제가 선택하게 되었지요.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좋은데 문제는 자기가 선택한 것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엄격하지는 않아요.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선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언제든지 주니까요. 이는 정말 미국 사회의 좋은 점인 것 같아요.

저는 이번에 과목을 선택하면서 선택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답니다. 처음 학과목을 선택할 때 저는 두 가지 잘못된 선택을 했어요.

한 가지는 영어를 English 10을 선택한 것이지요. 제가 순간적으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실수를 한 것이지요. 수업내용이 무척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예습도 만만치 않았어요. 그래도 1월 평가는 91%를 받아서 B를 받았어요. 하지만 점점 수업이 어려워져서 따라가기가 힘이 들었어요. 매 수업마다 적으면 5~6페이지 많으면 10~11페이지의 Short story를 읽고 다음 날에 간단한 시험을 봅니다. 그런데 이 내용이 어려워서 저 혼자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있어서 호스트 Mom과 해보려고 하지만 호스트 Mom도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 있을 정도랍니다. 거의 매일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숙제하고 시험공부하고 그래요. 그래도 2달 동안은 오기가 있어서 계속 버텨 보았지만 아무래도 English 9로 바꾸어야 할 것 같아서 3월 수업부터는 바꾸어 들으려고 변경 신청을 했답니다. 미국 문화를 즐기러 왔다가 영어공부 때문에 허우적거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요.

또 한 가지는 수학에서 Algebra Ⅱ를 선택한 것이에요. 이는 중 3정도의 수학 계산 문제예요. 처음에는 용어가 생소하고 그래서 좀 헷갈리더니 용어에 익숙해지니까 너무 쉬워서 좀 재미가 없어요. 시험도 너무 쉽고요, 그래서 Pre-Calculus나 College Algebra로 바꾸어 도전해보려고 해요. 헌데 Pre-calculus를 듣는 다른 학생이 자꾸 선생님이 자세히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면서 바꾸지 말라고 해서 망설였어요. 하지만 제가 하던 수학 정석을 Algebra 선생님께 보여 드렸더니 Pre-Calculus로 바꾸어 보라고 하셔서 이 역시 3월부터 바꾸어 들으려고 신청을 해놓았답니다. 헌데 이미 진도가 나간 내용에 제가 모르는 것이 있어서 더 고생을 하지 않을까 좀 걱정도 됩니다.

반면에 Chess 클럽과 World History, Psychology, Biology, Band, Softball Team은 제가 탁월한 선택을 한 과목입니다.

Chess 클럽은 목요일 단축 수업을 하고 1시간 정도 클럽에 가서 활동을 하는 것인데 그냥 1:1로 앉아서 계속 게임을 하는 것이에요. 저는 처음 남학생과 게임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간발의 차로 제가 졌어요. 져서 속이 상했지만 오랜만에 하는 것 치고는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Chess하는 목요일만 되면 꼭 눈이 많이 와서 학교를 쉬었답니다. 굉장히 기다려지는 수업인데 1-2월 동안 한번 밖에 하지 못했어요. 이지산이 Oneida High School 체스 챔피언이 되는 그 날까지 파이팅 해보고 싶어요.

지난번에도 잠깐 이야기를 했지만 Terry선생님께서 가르치시는 World History는 제일 재미있는 수업이어요. 한국에서는 그저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등등을 외우느라고 바빴는데 여기는 사건별로 배우면서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전개되는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어요. 또 설명만 하는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Cultural Revolution 같은 수업에서는 Le Miserable 같은 역사에 관련된 영화도 봅니다.

Terry선생님에 대하여는 좀 말하고 싶은 점이 많아요. 저는 수업을 택하기 전에 미리 옆집 사는 Morgan 오빠에게 좋은 과목을 추천을 해달라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이 수업을 강력 추천하더라고요. 왜 그랬는지 수업을 들을수록 이해가 가요. Terry선생님께서는 가르치시는 것을 아주 즐거워하십니다. 수업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학생들에게 항상 웃으면서 대해주시고, 농담도 주고받으십니다. 한국 선생님들처럼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친구같은 선생님입니다. 시험 볼 때도 이해가 가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물어보는 것도 허용해주십니다. 시험도 평가가 목적이 아니라 세계사를 잘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면 눈이 무척 맑고 순수하셔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Adult Living(Psychology) 수업은 저한텐 조금 쉽고 재미있는 과목이에요. 한국 과목으로 말하자면 도덕 같은 거랄까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요새는 선택에 대해서 배우고 있어요. 선택의 중요성이라든지, 만약 어떤 선택을 할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지, 나에게 정말 필요한 선택이었는지 등등이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Control하는 방법 등을 배우고 있어요. 시험은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본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시험 보기 전에 항상 우리가 복습할 수 있게 Study Guide 란 Work Sheet를 줍니다. 그것으로 공부하면 시험을 어느 정도 잘 볼 수 있지요.

Biology 수업은 무척 어렵지만 제가 좋아하는 수업이에요. 선생님 성함은 Miss Deck 이신데 우리 학교에서 까다롭고 점수 짜기로 유명한 선생님이세요. 그리고 진도를 아주 빨리빨리 나가서 정말 외울 것이 많아요. 벌써 Gene도 다 나갔고, 2월 초순에는 인간 신체에 관해서 배웠는데 심장 활동, 심장 근육, 뼈 이름, 모든 근육 이름 등 다 외워가야 해요. 다음 시간에 배울 용어만 찾는데 전자 사전으로 1시간이 걸린답니다. 한국에서는 한 달 배울 내용을 3일 만에 뚝딱 해치우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지요. 그래도 제가 워낙 생물을 좋아해서 참 재미있어요. 얼마 전에 인간 신체에 관한 시험을 보았는데 문제가 102개에요. 거의 다 주관식이고요. 스펠 한 개만 잘못 써도 틀린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서 시험을 보았답니다. 

최근에는 새끼 돼지 해부 수업을 했어요. 한국에 있었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제 생애 첫 해부 수업이었지요. 2명씩 조를 짜서 태어나지도 못한 한 마리의 죽은 새끼 돼지를 해부하는 실험이에요. 해부 수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막상 해보았더니 좀 징그럽지만 할 만 했어요. 생물은 영어와 마찬가지로 제가 가장 열심히 공부해야만 하는 과목이에요. 워낙 생물을 좋아도 하지만 진도를 따라가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거든요 숙제도 만만치 않지요.

▲ Biology 수업 전 친구들과 함께

 

▲ 같이 생물 수업을 듣는 친구 Gracy와 함께

 

Band에서 저는 플루트를 불어요. 한국에서 한 것처럼 매일 지루하게 클래식만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007 영화음악 같이 신나고 재미있는 곡도 연습합니다. 매일 수업이 있어서 집에서 따로 연습을 하지 않아도 플루트 실력이 팍팍 느는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그렇게 '악기 하나'를 강조하셨는데 이렇게 써먹으라고 그러시지 않았나 싶네요.

Team은 Softball Team에 들었어요. Softball은 너무 너무 힘든 운동이에요. 한국 중학교에서 반대표 달리기 선수를 할 정도의 강한 체력을 자랑했는데, 여기 아이들과는 체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아요. 요새는 3월 중순에 있을 시합에 대비하여 매일 3시간가량씩 강훈련을 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빼앗겨요. 하지만 친구들도 사귈 수 있고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팍팍 풀리긴 해요.

Band 수업과 Team 활동에 대하여서는 재미난 일이 많을 것 같아서 모두 모아서 나중에 자세히 쓰고 싶어요.

그리고 점심시간도 선택해야 할 것이 있답니다. 점심은 식당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전교생이 다음과 같이 2팀으로 나누어서 먹어요.

Channel 1 Time 은 Second Lunch를 먹는 학생으로 식사 전 먼저 30분 동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에요. 저는 1 Time에 속하는데 주로 아이들하고 놀거나 선생님께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3월부터는 Pre-Calculus 때문에 선생님께 질문 하는데 많이 활용하게 될 것 같아요.

Channel 2 Time은 First Lunch를 먹는 학생으로 먼저 식사를 하고 나머지 30분을 자유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에요.

혹시 교환학생으로 오게 돼서 우리처럼 점심 식사를 한다면 꼭 저와 같이 Channel 1 Time을 선택하세요. 식사 전 30분이 활용하기 더 알차고 좋은 것 같거든요.

미국에 와서는 제가 선택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어요. 바로 맘에 꼭 맞는 친구를 선택하는 것이지요. 한국에서 저는 단짝 친구가 항상 있었지만 먼저 적극적으로 막 대쉬하는 형은 아니고요, 천천히 지내다가 맘에 맞으면 단짝을 만드는 형이에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렇게 친구를 선택해서 사귀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곳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같이 해온 아이들이기 때문에 벌써 자기들만의 단짝 친구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한국에서처럼 가만히 있으면 한 명의 친구도 사귀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누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는 것 보다는 자기가 먼저 모르는 친구들에게 가서 자기소개하고 친해지도록 노력해야 해요.  마음에 드는 한 두명을 선택하지 않고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걸어야만 가까운 친구를 한 명이라고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 밴드 수업을 같이 듣는 Leslly라는 아이와 그래도 좀 친하게 지내는 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직 Leslly의 속마음은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요. 그리고 점심은 항상 Band수업이 끝난 후 먹기 때문에 늘 Band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 6~7명이 같이 먹어요. 그 중에서 저와 친한 아이들은 한 4명 정도고요. 그냥 저를 끼워주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같이 점심을 먹어서 외롭지는 않지요.

지금 저는 어느 정도 만족한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친절한 선생님,  친구들, 새롭고 재미있는 수업 등이 제가 잘 지낼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한국에서처럼 등수에 집착하여 시험을 잘 보려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 1-2월에는 All C학점 이상 받는 것이 목표고요. 3-5월 All B학점 이상 받고 싶고요. 그리고 9-12월에 All A를 받는다면 정말 좋겠지요? 제 꿈이 너무 야무진가요?

그럼 오늘은 이만하고요. 다음 통신원 글에서 또 뵐게요. 안녕히 계세요.

(2004년 2월 테네시에서 쓴 글임) 

1961년 미국에서 교육문화상호교류법 (The Mutual Educational and Cultural Exchange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거하여 교환교수, 교환연구원 그리고 교환학생(청소년, 대학생)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청소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유학이 아니다. 미국공립학교에서 1년간 무료로 학교를 다니고,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간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영어공부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면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 남미, 중국, 동남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참여 학생들도 많다. 원래 비용은 무료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립기관에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편집자 주]사립기관에 위탁을 주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편집자 주]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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