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실크로드 문화 답사(2)]

실크로드에 대한 신비감과 호기심으로 책을 들춘 이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 지명, 용어의 낯섦, 그리고 내용의 복잡함입니다. 책을 몇 장 넘기다보면 금방 흥미를 잃게 되죠. 이것이 책 꽤나 읽었다는 분들도 실크로드에 대해선 유독 관심이 먼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크로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변 지식이 필요합니다. 중국, 러시아와 몽고, 페르시아, 인도의 역사, 문화, 지리는 물론 유럽의 그것까지도 연결해서 봐야하니까요.

실크로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꼭 알아야 할 세 가지 팁을 드립니다. 실크로드는 (1) 기원전 139년 중국 한(漢) 무제가 군사동맹을 맺으려 서역에 장건(張蹇, ?-BC114)을 보내 개척한 길로, (2) 중국 시안(장안)에서 시작해 로마제국에 이르는 무역로로 발전했고, (3) 요즘 우리가 말하는 비단길은 석기시대 민족이동로였던 ‘초원길’, 장건이 다녀온 오리지널 길인 ‘사막길’과 배로 다닌 ‘바닷길’ 세 갈래 길을 말합니다.

‘실크로드’라는 말은 독일 베를린대학교 지리학자인 리히트호펜(Richthofen, 1833-1905)이 처음 사용했답니다. 중국의 여러 지방을 다녀보고 1877년 펴낸 다섯 권의 책 <차이나 China>에서 비단이 중앙아시아와 서북 인도에 수출된 길을 ‘자이덴 슈트라세’(‘Seiden’은 비단, ‘Strasse’는 길이란 뜻이다)라고 이름 붙인 것입니다.

사막길, 초원길, 바닷길 중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많은 콘텐츠를 가진 길은 ‘사막길’입니다. 장건의 사막길은 ‘오아시스로’라고도 합니다. 사막의 오아시스들을 이어 난 길이기 때문입니다. 몇 개월을 가는 긴 길인데 물과 휴식처, 말을 갈아탈 수 있는 터미널이 중간 중간에 없다면 여행은 불가능하겠죠. 오아시스 도시(국가)가 발달했으니 당연히 풍부한 이야기가 있고 지리적 역사적 특성에 적합한 문화도 꽃 피웠을 것입니다. 실크로드는 단순히 ‘길’이 아니라 인류 역사 자체라는 것입니다.

(이 여행기는 이동구 팀장이 주주, 독자와 함께 한겨레 테마여행 <실크로드 문화답사>를 다녀온 후 지난 해 9월부터 페이스북과 개인 블로그에 실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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