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실크로드 문화 답사(3)]

장마 49일, 서울 열대야 22일. 하지만 이글거리던 태양도 자연의 섭리에 머리를 숙였습니다. 송편 먹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입니다. 유독 여름에 시달린 사람들에게 가을은 더욱 반갑기만 합니다.

하지만 2200년 전 중국인들에게 이 계절은 두려운 시간이었습니다. ‘잔인한 북쪽 오랑캐들이 봄부터 여름까지 초원에서 키운 말들이 잔뜩 살이 쪘으니, 이제 곧 쳐들어와 우리를 죽이고 식량과 가축을 빼앗아가겠구나!’ 그 두려운 존재는 바로 ‘흉노(족)’이었습니다.

초원을 누빈 바람의 제국, 최초로 몽골초원을 통일한 '흉노匈奴’. 이들은 ‘실크로드’라는 영화의 중요한 조연(助演)입니다. 이들은 기원 전 500년부터 약 1000년간 몽고와 중국 북부지역을 지배한 기마유목민족입니다. 아이 때부터 말을 타고 활시위를 당길 줄 압니다. 남자는 모두 말을 잘 다루는 무장기병이였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부족한 곡식을 확보하려고 남쪽의 농경민을 침략했습니다. 몽골고원지역에서 세력을 확대해 전성기 때는 시베리아 남부지역과 지금의 중국 만주 서부지역, 내몽고자치구, 감숙성,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까지 세력을 뻗쳤습니다. 이들의 후예는 서쪽으로 옮겨간 '훈(Hun)족'입니다. 이들이 무서워 게르만 민족은 로마로 ‘대이동’을 했습니다.

흉노족의 '흉(匈)'은 몽골어로 '사람'이란 말의 '훈(Hun)'을 중국 한자로 음차(音借)해 부른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한자로 '흉(匈)'은 '오랑캐'란 뜻으로 한족(漢族)이 흉노족을 비하해서 부른데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들이 얼마나 무섭고 껄끄러운 존재면 진 시황제(秦始皇帝)는 달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을 쌓아올렸을까요?

[한겨레 실크로드 문화 답사(2)]편에서 실크로드는 ‘기원전 139년 중국 한(漢) 무제가 군사동맹을 맺으려 서역에 장건을 보내 개척한 길’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흉노제국의 힘이 날로 커지고 끝없이 국경 지역을 침입해 약탈을 일삼으니 진나라를 이은 한(漢)나라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역시 북쪽의 ‘흉노’였습니다.

한(漢)을 세운 유방(劉邦)은 흉노를 때려잡겠다며 직접 나섭니다.(BC 200년) 그러나 싸움에 대패하고 굴욕적인 화친조약을 맺었습니다. 내용은 ‘유방의 공주를 흉노 왕에게 시집보낸다. 이때 황금 1000근을 바치고, 이후 매년 목화, 고급비단, 술, 음식을 조공으로 바친다. 그리고 국경시장을 열어서 양측의 교역을 보장한다.’입니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황제다.”라며 즉위한 7대 황제 무제(武帝)는 선조가 겪은 치욕과 끊임없는 흉노의 괴롭힘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흉노를 칠 국방, 외교전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 여행기는 이동구 팀장이 주주, 독자와 함께 한겨레 테마여행 <실크로드 문화답사>를 다녀온 후 지난 해 9월부터 페이스북과 개인 블로그에 실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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