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Janet 아줌마 집으로

Host Family를 바꾸다.

3월 9일은 제가 미국에 온 이후 가장 중요한 일이 있었던 날입니다. 제가 옆집에 사시는 Janet 아줌마네 집으로 옮겨가게 되었답니다. 말타 언니와 함께 말이지요.

그 동안 Host mom께서 너무 바쁘고 편찮으셔서 점점 우리와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좀 외롭고 지치고 그런 날들이 계속되었어요. Janet 아줌마와 David 아저씨가 mom을 대신해 많은 일들을 해주셨어요. 어떤 날 밤에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두 분께서 주무시다가 달려와 해결해주시기도 하셨어요.

이런 사실을 알고 계셨던 교환학생 담당 지역 관리자 Cindy 선생님이 3월 8일 저희를 찾아 오셨어요. 봄이 되면 Host mom께서 더 바쁘다고 우리들과 mom에게 다 같이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의논해보자고 했어요. 먼저 우리와 상담을 하시고 mom과도 상담을 하셨어요.

▲ 교환학생 지역관리자 Cindy 선생님.

상담 후 mom은 “너희들이 원한다면 Janet 가정에서 사는 것이 어떠냐?”고 하셨어요. 이 전에 Janet 아줌마와 David 아저씨께서는 “너희들이 원한다면 우리 집에서 살아도 된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어요. 우리를 좀 가엽게 여기셨던 것 같아요. 지역관리자 Cindy 선생님도 홈스테이를 옮기는 것에 대해 미리 말씀해주셨기에 이미 그리 될 줄 짐작하고 있었지만, 막상 mom에게서 그런 질문을 받으니 답변 드리기가 어려웠어요.

Host mom을 떠난다는 것이 굉장히 미안하지만 그렇게 하기로 하고 결정을 했어요. Mom께서는 “너희들이 멀리 간다면 이런 제안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밑에 집에 가는 거니까 보낸다. 너희들이 놀러 오지 않으면 내가 무척 슬플 거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나의 마음에 많이 상처가 된다.”고도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는 나는 정말 죄를 지은 것 같은 심정이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옮기겠다고 결정한 것이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었어요. 말씀하실 때 mom의 목소리가 많이 떨렸고, 그 목소리에 나는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났어요.

옮기기로 결정을 하고 바로 그 다음 날인 9일 짐을 옮겼어요. 눈이 많이 와서 학교에 가지 않았거든요. 짐을 옮길 때 Host mom께서는 집에 계시지 않으셨어요. 아마도 저희가 떠나는 모습을 보기 힘드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독일산 셰퍼드인 Cain이 우리가 떠나는 것을 알았는지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였어요. 저희는 짐을 처음 옮길 때는 Janet 아줌마의 차로 옮겼는데 와보니 말타 언니가 두고 온 것이 있어서 다시 갔거든요. 그 때 14세 이상 타는 작은 장난감 같은 차를 말타 언니가 운전하면서 갔어요. 좌석은 두 개 밖에 없는 그런 귀여운 진짜 차예요. 그런데 짐을 갖고 나와서 말타 언니가 먼저 타고 내가 타려고 하는데 Cain이 얼른 차에 타는 거예요. 그래서 "Unload, Cain"이라고 하니 Cain이 내렸어요. 그리고 제가 타서 가는데 Cain이 계속 따라오는 거예요. 그래서 “Stay, Cain” 했더니 멈추더라고요, 그리고 우리가 멀어질 때까지 계속 앉아서 우리를 보고 있었어요. 처음 있는 일이었지요. Cain은 그동안 우리를 잘 따르지 않았는데 속으로는 좋아하고 있었나 봐요. Cain은 우리가 떠나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 우리를 아쉬워한 Cain

사실 Host mom의 집을 떠나는 것이 맘이 편치 않아요. 은혜를 모르고 배반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앞으로의 행동에 대하여 말타 언니와 저는 이야기 한 것이 있어요. 비록 우리가 Host mom집을 떠났지만 토요일, 일요일이나 휴가 같은 때는 자주 가서 뵙고 청소도 도와드리고, 일요일에는 교회에도 같이 가고, 음식도 하면 좀 갔다 드리기로 했어요. 그리고 Host mom이 Vicky 엄마와 Janet 엄마 두 분인 것으로 생각하고 우리 집은 두 집인 것으로 생각하자고 했어요. 앞으로 Vicky mom에게 저희가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미국에 와서 2달 동안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일을 겪고 있어요. 너무 많은 개들 때문인지 음식이 바뀌어서인지, 어려서 잠시 앓다 지나갔던 아토피 피부병이 다시 생겨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힘들 때 마다 항상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나타나셔서 막막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Janet 아줌마 집에서 살아야 하는데, 워낙 자주 같이 다녀주신 분들이라 어색하지는 않아요.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에는 이번 주말부터 2주간 봄 방학이 있어요. 우리는 봄방학 동안 Florida에 있는 Disneyland에 가려고 다 준비하고 있었어요. 비행기도 예약해 놓고 호텔도 예약해 놓고 말이지요. Janet 아줌마, David 아저씨, Morgan, Martha, 그리고 나 이렇게 갈 것 같아요. 지금의 조금 슬픈 마음은 다 잊고, 아주아주 재미있게 놀다 오고 싶어요.

그럼 다음 통신원 글 때 또 뵐게요, 안녕히 계세요.

(2004년 3월 테네시에서 쓴 글임)

1961년 미국에서 교육문화상호교류법 (The Mutual Educational and Cultural Exchange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거하여 교환교수, 교환연구원 그리고 교환학생(청소년, 대학생)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청소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유학이 아니다. 미국공립학교에서 1년간 무료로 학교를 다니고,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간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영어공부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면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 남미, 중국, 동남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참여 학생들도 많다. 원래 비용은 무료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립기관이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편집자 주]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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