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과의 대화>는 혈육의 정감

 

<경영진과의 대화>는 혈육의 정감

봄꽃들이 남녘에서 아기의 풋웃음처럼 막 터지는 3월이다. 계절 중 가장 긴 겨울의 심사는 노회하여 제법 고약하다. 꽃샘추위에 여린 꽃들이 며칠 밤 떨고 있었다. 2016년 3월 12일, [제28기 한겨레주주총회]가 열리자 못내 등 뒤에 성에를 매달던 겨울도 어깨를 늘어뜨렸다. 추위는 가끔 사람의 마음을 강파르게 만든다. 단단히 벼른 듯 며칠간 추웠던 날씨가 주주총회에 맞춰 노곤히 풀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주주총회에 비해 올해는 날 선 말들이 제법 순해졌다.

통상 부모와 자식들은 두 번의 명절이나 이런저런 일들로 수차례 만난다. 주주들은 진실한 언론이 바른 역사를 만드는 열망으로 한겨레를 탄생시켰다. 청장년의 푸르른 정신들이 지역을 넘어서고, 독재의 탄압에도 우뚝 서서 한겨레 성장을 지켜보았다. 건강히 태어난 한겨레답게 숱한 왜곡에도 꿋꿋하게 자랐다. 28년 간 일 년에 단 하루, 이렇게 주주와 한겨레는 회포를 푼다.

영업보고서, 감사보고서, 재무제표 등의 순서 다음으로 <주주와 경영진의 대화> 시간이었다. 주주들의 질문 및 건의가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말과 말들이 봉두난발 헝클어져 녹음도 불가했다. 바다는 파도를 일으키고 또 잠재우듯, 주주들은 스스로의 자정작용으로 일부 빗나간 발표를 일부에서 진정시키기도 했다. 일반 기업의 주주들이 단순한 이익의 창출로 뭉친 것과 한겨레주주의 변별성은 각별하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며 실천하고자 정당한 순리를 따르는 것이다. 정영무대표의 자세는 과함도 모자람도 없이 정중동하여 언제보아도 신뢰감을 준다. 마음이 앞선 주주들의 흐트러진 질문이나 엉뚱한 하소연에도 대표님의 표정은 시종일관 친절하며 담담했다.

질의 1 : 최만희주주는 한겨레리빙이 사라진 이유를 물었고, 한겨레와 주주 사이의 소통이 활성화되었으면 바란다. 하니티브이가 종편으로 개편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답변 1 : 정영무대표--- 독자와의 친밀감 강구로 만들어졌던 한겨레리빙이 지자체들의 활발한 아이디어 등에 밀리는 형편이었다. 좀 더 살갑게 서울 중심의 독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구독자를 늘이려고 했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주주와 독자와 한겨레의 소통 문제는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종편 문제는 차후 협의를 하겠다.

질의 2 :이주형주주(충북 영동)는 매주 토요일 시 네 편을 감동적으로 읽고 있다. 기성작가들의 작품에 식상할 경우가 있지만, 아주 좋은 기획이니 중단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좋은 시를 발굴해 실어달라고 했다.

답변 2 : 정영무대표-- 시대가 좀 어렵다보니까 오히려 시집이 잘 팔린다는 얘기가 있다. 한겨레 기사가 딱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독자들이 머리보다 마음으로 가슴으로 시를 읽는다니 참으로 기쁘다. 앞으로 더 감동적인 좋은 시를 싣도록 담당 부서에 전하겠다.

질의 3 : 최만기주주는 편집영역에 관한 것을 말했다. 작년에 마이크를 잡고, 이번이 마지막이다. 3월초 독자투고와 기사제보를 했다. 제출할 때 기사제목부터 팩트를 제출한다. 언제 기사로 나올지 통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채택이 되든 안 되든 설명이 필요하다. 국민신문고처럼 답변을 해 달라. 특히 채택이 안 된 이유를 분명히 밝혀주기 바란다. 하니티브이를 종편화하라.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보다 하니티브이가 먼저 출발했는데 왜 아직 종편이 못 되는지 불만이다. 중국에는 종편의 수가 150개가 넘는 줄 안다.

답변 3 : 정영무대표--- 기사채택에 관한 답변 문제는 편집진에게 전달하겠다. 종편 진출문제는 사내에서 검토와 협의를 해보겠다.

 

질의 4-1  : 윤하주주(충남 천안)는 주주총회를 오후 2시에 열자는 제안이었다. 오전 10시까지 지방의 주주들이 도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했다.

질의 4-2 : 윤서준주주는 10시는 지방에서 오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소요거리를 감안해 한 시간 늦춰 11시부터 총회를 열기 바란다고 했다.

답변 4 : 정영무대표--- 주주센터에서 총회개최 시간을 검토하여 조정하도록 하겠다.

질의 5 : 이미진주주(경주)는 잊었던 주주들을 위해서 토요일치 지면 두 장을 할애해 주길 요구했다. 주주통신원들이 전국의 주주들을 발굴 취재하여 창간의 초심을 불러일으키고 싶고. 종이신문 구독이 날로 퇴보하는 마당에 이로 인해 독자배가 운동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답변 5 : 정영무대표--- 좋은 제안입니다.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질의 6 : 김용현주주(광주)는 월남전 참전 고엽제 환자임을 먼저 밝혔다. 원호청 국가공무원이 여러 유형의 횡령을 했으며, 숱한 검찰고발에도 수사가 시작되지 않고 한겨레에 8차례 제보했으나 역시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는다. 나는 2천5백만원을 주식보유에 썼다. 한겨레가 초심을 잃은 것 아니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취재를 해야지 그것이 한겨레 정신이다! 월요일에 사장 면담을 요청한다. 나를 만나주겠느냐? 며 절절한 심정을 토로했다.

답변 6 : 정영무대표--- 그 문제는 담당 부서에 잘 살펴보도록 하겠다. 월요일 면담요청, 예. 알겠습니다.

질의 7 : 장석원주주(광주)는 3남 1녀 중 장남과 장녀 앞으로 각 200만원씩의 주식을 매입했다. 당시로는 400만원이 크다. 아이들은 한겨레가 주식배당을 한 적이 없으니 주주총회에도 안 온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들이 제일 문제다. 스웨덴의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의정활동을 하는 지 한겨레가 벤치마킹을 해서 보여줘라.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이 이백 가지나 된다. 세계 유래가 없는 권한인 이런 특혜부터 없애야 한다. 한겨레가 앞장서 변화를 이끌어라. 나이가 팔십이라 SNS도 못한다고 했다.

답변 7 : 정영무대표--- 정치에 국회개혁 중요한 것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우리 정치부 기자들과 편집국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질의 8 : 김대성주주는 2012년 대통령부정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설명했다. 대법원 고발과 한겨레 제보 등 여러 통로를 거쳤으나 아직 모든 현실이 불만이라고 했다.

답변 8 : 정영무대표--- 저희 편집진에서 다양하게 기사화 한 걸로 알고 있다. 다시 한 번 당시 기사들을 살펴보겠다.

질의 9 : 김동수주주(서울)는 자신의 특성에 맞게 회계에 관한 질문을 특히 많이 했다. 한겨레가 아무리 투명한 운영을 하지만 회계를 한 곳에 장기적으로 맡긴다는 건 부당하다. 긴 시간 동안의 교류는 정이 깊어질 우려가 있다. 주주인 나에게 그 일을 맡길 생각은 없느냐고 했다. (주주일동 웃음)

답변 9 : 정영무대표--- (웃음)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이신 김동수주주님의 그 문제도 내부에서 검토하겠다. 모든 주주님들이 한겨레가 지금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더욱 더 잘하라는 말씀으로 안다. 편집에 있어서 더 치열하게, 대중성 있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평소 주주들의 고견 반영을 해 달라는 말씀인데 실은 저희들이 그 동안 많이 부족했다. 많은 제안 저희들이 검토해서 지키도록 힘쓰겠다. 얼마 전 제가 감동 받은 어느 주주분 이야기를 잠시 하겠다. 그 분은 아파트 관리비 문제로 싸우다가 상대방과 서로 한겨레주주인걸 알고 화해한 후 친구가 되었다. 한겨레주주란 이렇게 정의를 지향하는 좋은 분들임을 안다. 일 년에 한번 오셔서 꾸짖는 심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주주님들께 보답하는 정신으로 더욱 노력하겠다.

이 외에도 “가슴 뜨겁게 진실한 보도를 하라!” “젊은 층을 겨냥한 카페 ‘한겨레후’를 만든 건 잘한 일이다. 우리 주주들도 마음 편히 담론하고 쉴 곳이 필요하다!”는 외침 등 모두 열정이 넘치는 한겨레 사랑으로 뜨거웠다.

정영무대표는 “주주님들을 위한 종로사랑방이 지금 준비 중에 있다. 곧 문을 열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필요에 의해 목적이 생기고, 수요가 귀결로 충당되는 것은 참 다행한 질서다. 마지막으로 “야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한겨레가 엄히 꾸짖어 달라!”는 절규가 이미 텅 빈 백범기념관의 벽에 부딪쳐 허망한 메아리로 휘돌고 있었다. 우리의 역사상 단 한 번이라도, 정치가 이상적인 꿈을 실현해 주었던가?

“한겨레 회계운영은 유리라도 있겠지 손을 대면, 유리조차 없이 투명하다.”는 사회자의 말처럼 우리 한겨레는 맑고 맑다. 그러하지 않았다면 28년 간 보수와 진보, 모두의 눈엣가시였던 진실만의 한겨레가 온전히 두 눈을 뜨고 살았겠는가?

그렇게 28년 째 주주총회는 막이 내렸다.

삼백 예순 날의 그리움에 비해, 몇 시간은 늘 절절한 해후다. 깊디깊은 혈육의 사랑인데 잠깐 보고 이별하는 아쉬움에 주주들 목의 울대가 불거지고, 늘 바쁜 한겨레는 허둥지둥 그랬다.

주주와 한겨레의 오작교 역할을 맡은 주주센터는 수년 간 이 문제를 고민했다. 그래서 3년 전부터 주주들의 광장을 준비했다. 세계유일의 국민주 신문 한겨레다운 결정이었다. “한겨레온”이 당당한 인터넷 뉴스매체로 투명한 가슴을 열기까지, 주주센터와 주주통신원들은 다양한 논의를 거쳤다. 올해도 한겨레온은 총회장 안에서 별도의 부스를 운영했다. 더 많은 주주들이 한겨레와 한겨레온을 번갈아 클릭하리라 믿는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이미진 편집위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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