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실크로드 문화 답사(11)]

‘밝은 달은 천산에 떠올라 가득한 구름바다 사이에 떠있네.(明月出天山, 蒼茫云海間) / 수만리 먼 곳에서 바람이 불어와 옥문관을 재촉해 넘어간다. (長風几萬里, 吹度玉門關) / 한나라는 흉노를 치러 북쪽 백등산으로 떠났는데 오히려 흉노는 서쪽 청해만을 노리고 있으니 (漢下白登道,胡窺靑海灣) / 예로부터 이곳은 전쟁의 땅이라 살아 돌아오는 이를 보지 못했다. (由來征戰地, 不見有人還) / 변방 보초병이 마을을 바라보니 고향 생각에 괴로워 얼굴이 어둡구나. (戍客望邊邑, 思歸多苦顔) / 깊은 밤 높은 성루에는 한숨 소리가 그치지 않는구나. (高樓當此夜, 歎息未應閒)’

당나라 시인 이태백(701-762)의 <관산월, 關山月>이라는 시입니다. 고향에 부모님, 아내와 자식을 두고 멀리 1000km 떨어진 서역 변방 옥문관에 와서 몇 년째 어두운 밤을 지키는 젊은 보초병은 목숨을 부지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깊은 어둠이 내릴 때 고향 쪽 기련산 구름 사이로 떠오른 달빛만이 전쟁의 공포와 고향 그리움을 달래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백은 두보(杜甫)와 함께 중국 시문학의 TWO-TOP입니다. 이백의 시는 1,100여 편의 작품이 남아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백이 원래 중국인이 아니라는 설입니다. 그가 태어난 곳은 신장 위구르자치구 서쪽 국경에서도 더 서쪽으로 400km 떨어진 곳, 지금의 키르기스스탄 북부도시 톡마크(Tokmok)市라는 것입니다.

다섯 살 되던 해에 당시 서역에서 비단장사를 하던 아버지를 따라 사천성으로 이주했다고 합니다. 그의 아버지는 서역의 소수민족이라는 것입니다. 한족이 아니라서 과거도 볼 수 없던 이백은 돈 있는 자제들과 어울려 놀다가 당 현종에 눈에 들어 궁정(宮廷)시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위의 시 제목에서 ‘관산’은 변방에서 본 고향쪽 산, 즉 기련산(祁連山)입니다. 위의 시 첫 행의 ‘천산’ 역시 기련산(맥)을 의미합니다. 난주에서 북쪽 11시 방향으로 280km 떨어진 하서사군의 첫 번째 도시 ‘무위(武威)’를 향해가는 고속도로 위에서 보면 왼편으로 끝없이 펼쳐진 병풍, 기련산(맥)입니다.

기련산맥 너머는 청해성입니다. 예전 티베트족이 지배하던 지역이죠. 지금도 옛 티베트인들의 후손들이 그들만의 고유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기련산은 길이 500km, 너비 200∼400km, 주봉은 높이 5547m입니다. 만년설과 빙하로 덮인 고산. 서부에서는 낙타, 동부에서는 야크를 주로 사육합니다.

석탄 ·철광석 ·구리 ·납 ·아연 ·금 등의 지하자원도 풍부합니다. 척박한 초원과 사막의 땅에 터 잡은 무위, 장액, 주천, 돈황. 이들 오아시스 도시들이 실크로드의 핵심적인 연결점이 된 것은 기련산 덕분입니다. 만년설이 녹아 물을 내려보내주었으니까요. 기련산은 실크로드 하서주랑의 젖줄이었습니다.

(이 여행기는 이동구 팀장이 주주, 독자와 함께 한겨레 테마여행 <실크로드 문화답사>를 다녀온 후 지난 해 9월부터 페이스북과 개인 블로그에 실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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