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이 청정에너지란다. 과연 그럴까? 미국의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는 핵발전을 비환경적인 에너지(Dirt Energy)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녹색에너지라는 핵산업계의 강력한 주장을 받아들여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했다. 핵에너지가 이렇게 평가자에 따라 극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면 주관적인지 되물어볼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핵산업계에서는 사용후핵연료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비환경적인 폐기물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

오히려 재활용을 통해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고 하며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폐기물이 아닌 자원이 될 수 있으며 또한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핵폭탄의 연료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과연 현실적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동안 이에 대해 상충된 의견이 시민사회뿐 아니라 원자력 산업계 내부에서조차 표출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핵산업계의 자율적인 의지는 존중은 하지만 100% 신뢰를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 때문에 핵산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인 핵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정책이 우려되는 이유이다.

핵에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우라늄과 같은 질량이 큰 물질의 원자핵을 분열시켜야 한다. 원자핵이 쪼개지면서 중성자가 2~3개 발생하는데 이때 열과 방사선이 발생한다. 핵은 자연적으로 쪼개지지 않는다. 핵에너지를 위해 인위적으로 쪼개야 한다.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우라늄 핵이 중성자를 포획하면 불안정해지므로 핵이 분열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쪼개진 핵은 어떻게 될까? 쪼개진 핵 또한 상태가 불안정하므로 안정된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방사선을 꾸준히 배출하면서 핵종변환과 함께 안정된 최종 핵종으로 변환이 이루어진다. 원자로에서 5% 이내로 농축된 우라늄 235가 약 4.5년 동안 핵분열이 발생하면 1% 이내의 함량으로 되어 나온다. 나머지는 쪼개지면서 다른 핵종으로 변환된 것이다. 그동안 발생한 열은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데 이용된다.

사용후핵연료는 핵연료가 조사(irradiated)되었다고도 하는데, 잔열과 고방사선이 발생하므로 고준위핵폐기물로 분류된다. 문제는 핵분열이 일단 발생하면 핵 분열된 파편(fragment)을 결합하든 어떻게 해서든 다시 우라늄235로 되돌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인위적으로 핵분열을 발생시키면 영원히 원상으로 되돌릴 수가 없게 된다. 즉, 핵발전소는 일시적인 에너지 이용을 위해 원자핵을 파괴함으로써 영원에 가까운 기간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자연을 위협하는 핵폐기물을 생산한다고 볼 수 있다.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상당히 높은 열과 고방사선을 발생시키며 핵연료봉 내부에는 강한 독성의 핵분열 물질과 가스가 고압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 물질과 가스는 사용후핵연료가 손상되거나 재활용을 위해 연료봉을 깨는 경우 분출되어 환경으로 배출된다. 일부 필터링은 되겠지만 공기 중 오염된 가스나 액체는 계속 가두어 둘 수가 없으므로 상당량이 결국 환경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열의 사용후핵연료는 5년~10년까지 잔열제거기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이 지나면 열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최소화되어 작은 양이라도 꾸준히 열을 배출한다. 그러므로 장기저장 방식으로 영구처분 된 이후에도 어느 정도 냉각기능이 필요하다. 이 열을 제대로 냉각시키지 못하는 경우 핵연료 온도가 장기적으로 상당한 수준으로 오르므로 장기저장을 위한 핵연료 및 구조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가 있다.

처분 저장 중에 우연히 사용후핵연료가 과열되면 핵연료가 손상되거나 내부 오염된 고독성 핵물질이 환경으로 나올 수가 있다. 하지만 10만 년을 저장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는 이러한 제반 문제가 검증되어 있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과연 10만 년이라는 장기저장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구조물이 안전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검증은 방법이 없어서 사실 쉽지 않은 어려운 문제다.

원자력계는 이러한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핵주기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핵발전 초기 시절인 1970년대부터 이러한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왔다. 많은 학자는 재처리와 고속증식로를 이용한 핵주기 완성을 통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실제 미국 물리학회에서는 “모든 경수로 핵연료주기 옵션에 대해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핵폐기물 관리와 방사성 액체폐기물의 통제는 현존하는 또는 현재 능력을 그대로 확장한 기술로 성취될 수 있다.”1)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기술한 이 내용은 고속로를 이용한 고준위 핵폐기물의 재활용으로 핵주기를 완성하는 것을 말하며 세계에 핵발전소 붐이 일어나면 우라늄 235의 고갈을 염려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핵연료 성분인 우라늄 235는 고갈되지 않고 계속 채광될 수 있었다. 핵주기 완성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여겼던 고속로는 불안전성으로 인하여 대부분 사업이 중단되었다. 재처리 농축사업의 비환경성과 비경제성이 확인되면서 미국 등 서구에서는 포기한 지 오래이므로 이후 지금까지 해답 없는 상태로 시간만 흘렀다. 즉, 1977년 이후 지금까지 변화된 내용은 없으며 미국, 유럽 등에서는 영구처분 방식으로 결정하고 있지만 영구처분에 따른 장기저장에 따른 안전성 검증문제로 영구처분 사업 또한 계속 늦춰지는 형편이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한, 그리고 사용후핵연료가 존재하는 한 이러한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처분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핵폐기물 문제는 따라서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즉 현재의 기술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리 및 통제는 계속 가능성만 따지면서 해결은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지만 가동 중인 발전소에서 대책 없는 사용후핵연료는 지금도 계속 배출되고 있다. 최근 정권이 바뀌어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이 추진되면서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하여 오히려 해결하려는 의지가 정부 측에서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문제가 있다. 이들이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좋으나 어떻게 추진하는지를 제대로 봐야 한다. 일단 중간저장 형태로 저장하고 장기처분은 연구를 통하여 2060년까지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2060년까지 영구처분시설을 가동하겠다는 것은 좋으나 국민에게 구체적인 방안에 관해 설명이 없다. 먼저 처분장의 안전 요건이다. 영구적 처분에 필요한 궁극적인 안전을 위해 실제적이고 진지하고 솔직한 고민도, 구체적인 방안도,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려는 노력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경주 방폐장처럼 대충 시늉만 하다가 법률 제정해 놓고 시간 되면 밀어붙이려는 꼼수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1)Reviews of Modern Physics, Vol. 50, No.1, Part II, Jan. 1978, American Physical Society, 1977

* 이 글은 지방지 시민시대 1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편집자주] 이정윤 주주는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다. 1986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원자로설계, 개발, 정비 등을 수행하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과 미래>를 설립하여 안전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시민언론 더탐사>에서 [원자력X파일]을 매주 방송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원자력묵시록>이 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장 

이정윤 주주  immjy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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