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주주

조용한 침묵, 입을 열다

정종식(51,연구 프리랜서)군포산본

한겨레 제28기 정기주주 총회장은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강당 밖에서 그 열기를 감지할 뿐, 관심은 오로지 주주특별취재에 있었다. 줄지어 들어오는 주주들 틈에 한 가족이 눈길을 끌었다.

 

어서오세요. 창간 주주이십니까?
정종식 주주 : 네
잠깐 인터뷰 좀 부탁드립니다.
정종식 주주:그러시죠.

날씨는 春來不似春,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다. 당나라의 시인 동백규가 읊은 시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당대나 여기 오늘 날씨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일까? 이 다복해 보이는 가족의 나들이가 반갑고 또 고맙고 고맙다.

마산이 고향인 정종식 주주님은 소액창간 주주였다. 그때 나이 스물 넷이었다. 제2창간 운동에도 참여했다. 대학생 때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참여한 것에 대하여, 필자로서는 개인적 감동이 밀려왔다. 마치 한겨레의 성장 같기도 하고 희망의 끈을 더 강하게 붙잡았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내를 만나고 딸과 아들 두 자녀를 둔 가장의 성장 시간이 한겨레 사랑과 성장으로 오버랩 되었다.

한겨레 주주가 된 이유가 있었습니까?

“암울하던 시대라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한겨레 신문이 국민주로 창간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언론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주주로 참여했습니다. 한겨레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매년 빠지지 않고 주총에 참석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주주들이 흩어지고 올 때 마다 오는 주주들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마산으로 가면 한겨레지역모임에 갔는데 지역에서도 그런 현실이 실망스럽고........"

한겨레가 그동안 어떻게 해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처음에는 지면을 보면 정치 운동권 기사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대 흐름에 맞춰 디지털화 되면서 좀더 유해지고 시각도 다양해지고 따라서 콘텐츠도 다양해졌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맞춰가면서 성장 할 수 있는 길을 많이 만들었다 볼 수도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지나치게 그쪽으로 가다보니 실제로 논조를 강하게 할 수 없다는, 그런 점이 아쉽습니다. 초심이 없다기보다 많이 흐릿해졌지요.”

“언론도 바로 서야겠지만, 언론이 자꾸 비전을 제시하고, 그런 길을 제시하고 해야 오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데 고민이 있습니다. 공감해 주는 사람이나 언론도 많지 않지요. 한겨레만이라도 그 중심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그런 길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주고,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아야 합니다."

한겨레가 앞으로 지향해야할 길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나이가 들다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곧으면 뿌려질 수도 있으니 유하게 가야겠지요. 대나무처럼 휘어졌다가 제 자리로 돌아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되 환경에도 적응을 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바람을 타다 보면 끌려 갈 수도 있고,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으니까, 리드 해가고 사람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들과 서로 공감을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에 바라고 싶은 것은?

<한겨레21>을 보면서 우리가 소흘히 할 수 있는 문제들을 공감할 수 있도록 계속 찾아낸다는 점을 좋게 봅니다. 그런 식으로 한겨레신문도 세상의 흐름이나 변화를 끌고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에서 통일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쉰이 넘고 보니 우리나라를 썩 좋게는 안 봅니다. 이만큼 민주주의로 왔다가 다시 후퇴하고, 후퇴 했으면 바로 돌리려는 용감한 사회로 가야하는데 그런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웃음)

지금 상황 통일의 기반을 하나하나 닦으며 나가야합니다. 어떤 목표를 세웠으면 그 목표를 하나하나 밟아서 나가야 하는데 갑자기 튀어오를 수는 없잖아요. 그 토대를 지금부터 밟아나가야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의지가 중요합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통일이 왜 중요하는가, 분단현실이 얼마나 어려운지, 왜 분단을 극복해야만 하는지, 그런 교육을 함으로서 서로서로가 공감을 해나가고 자라나는 세대들이 어른이 되면, 그 친구들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면 교육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두사람 되고 두 사람이 세 사람되다보면 그 뜻을 이루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먼저 말씀드린 대로 이만큼 왔다가 뒤로 후퇴하고, 왔다 갔다하면서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가족의 동행을 묻자, “아이들이 꼭 봐야한다는 마음에서 동행합니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는 것에 감동했다. 아버지의 뜻이 두 자녀에게 그대로 씨 뿌림 되었다. 한 가정의 교육, 그 정서가 오롯이 느껴졌다. 장차 그 아이들이 성장하면 적어도 두 가정은 한겨레 신문을 사랑해 주리라는 희망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순희 주주통신원  ym22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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