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광고하는 이의 광고다

1. 고운 님과의 만남, 이영자 주주님

주주총회 시작 한참 전, 텅 빈 주주총회장에 가장 먼저 오셔서 앉아계신 고운님이 계셨으니, 그 분은 바로 창립주주 이영자주주님이셨다. 그런데 무언가 할 말이 많은 듯, 금방이라도 무슨 말이든 튀어나올 것 같은 얼굴을 하고 계셨다.

▲이영자 주주님(75)

“나 진짜 한겨레에 할 말 많아요.”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으셨으면 대뜸 이리 말씀하실까.

시작부터 이런저런 비판이 쏟아졌다. 주주총회에 처음 오시는데, 한겨레신문사가 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 같아 이렇게 말하고자 오셨다고 했다. 주주님의 불만은 이랬다. 주식 사는 절차도 복잡할뿐더러, 지금까지 계속 한겨레를 구독했으니 주소를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홍세화 선생님 계셨을 때 한번 연하장이 왔을 뿐 그 후로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문어발식 확장도 본질에서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며 언짢아하신다.

그런데, 가만 들어보니 이영자 주주님의 말씀에서 듬뿍 애정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한겨레 주식을 2주, 만원어치만 구입했는데 조금조금 늘려나간 것이 지금은 190주나 되었다고 한다. 주식 사는 절차가 복잡하다는 불평이 십분 이해가 가며, 주주님의 사랑이 느껴진다.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불만은 믿었던 한겨레에 대한 실망이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하는 우려와 걱정이었다.

이영자 주주님 : “저는 신문을 받으면 항상 뒷장부터 봐요. 사설, 칼럼, 그 부분은 언제나 마음에 들어요. 그것 때문에 보는거야. 논조는 언제나 마음에 들어요. 그저 신문사 운영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들어서 그렇지. 이 잡지, 저 잡지 또 만들고. 그리고 사교육 시장에 뛰어드는 일 같은 건 안했으면 좋겠어.”

그래서 물었다.

안통신원 : “왜 근데 계속 한겨레를 구독하고 주식을 늘리려고 하세요?”

이영자 주주님 : “바른 언론이 있어야 하니까. 한겨레가 없었다면 우리가 암흑천지에 살고 있을게 아니에요. 다른 신문들의 행태를 보면 한겨레가 있어준 게 고맙지. 그래서 도움이 되는 길이 있으면 하고 싶다고. 그런데 그런 주주들의 마음을 모으는 그런 역할을 안 해. 신문사가 이제 귀찮은가봐”

안통신원 : “그래서 저희가 이렇게 나왔잖아요~! 저희가 이런 얘기 다 해드릴게요.”

들으면 들을수록 불만이, 애증인가 하다가, 이건 사랑임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85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3남매를 키우며 삼성화재에서 일을 하던 중 한겨레의 창간주주가 되었고, 그렇게 차곡차곡 돌아오는 것도 없는 주식을 사모으며 한겨레에 끊임없는 지지를 보낸 이영자 주주님. 죽기 전에 꼭 한번 와보고자 하여 온 생애 첫 주주총회. 이영자 주주님이 이렇게 계속 한겨레와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 그 원천이 되는 힘이 무언지가 궁금했다.

 

▲이영자 주주님의 2011.6.25 왜냐면 기사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484385.html

이영자 주주님: “인간에 대한 관심 때문이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우리집, 우리 나라에 멈추지 않고, 우리가 같이 고민해야 하는 인류가 나아가야할 길. 그런 것에 대한 관심이지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방통대 4학년 문화교양학과에서 학업중인 이영자 주주님. 매일같이 한겨레를 한번도 빠지지 않고 보는 애독자로서 한겨레에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은 바로

“정신차리자. 우리 애초의 목적을 잊지 말자.”

이 마지막 말씀에서 ‘정신차리자’는 따끔한 충고가 확 들어오기도 하지만, ‘우리’라는 단어가 주는 푸근함이 고마운 인터뷰였다.

2. 명언을 남기고 훌훌 가신 김석휴 주주(71)님

▲김석휴 주주님

김석휴 주주님이 이번 주주총회에 오신 마음은 매우 뜻깊고 남달랐다. 세상을 먼저 뜬 딸에게 있던 한겨레 주식을 새로 얻은 딸에게 양도해주기 위해 서류까지 준비해 오셨단다. 그러면서 여기 주주님들 중에 너무 한겨레를 비판의 눈으로 쳐다보는 이들이 많은데 “무주공산에서 독립운동 하던 그런 사고방식 가지고 사업하면 안되니 마음에 들지 않는 광고라도 고깝게 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광고는 신문사의 광고가 아니라 광고하는 이의 광고다”라는 명언을 남기고, 주주로서 바라는 것은 없고 “주주한테 보답하는 길은 한겨레가 성공하고 크는 것”이라 말씀하신 후 훌훌히 사라지셨다.

 

3. 미래주주 홍나라(23)

▲홍나라 양

처음 와본 주총회장이 낯선 듯, 앳된 얼굴의 대학생 홍나라양. 창립주주인 아빠의 권유로 이번 주주총회를 참석했다고 했다. 대전 둔원고등학교 재학 당시 <아하!한겨레> 6기 학생수습기자로 발탁되어 활동한 적이 있기에 어쩌면 여느 학생보다 더 자세히 한겨레를 아는 청년이었다. 학생 기자의 경험을 통해 사회현상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뛰어난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기자 활동을 해보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홍나라양은 현재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에서 국어문학 세부전공을 하고 있다.

▲ 홍나라 <아하!한겨레>수습기자 인터뷰 /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514940.html 

▲ 홍나라 <아하!한겨레>인터뷰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31534.html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안지애 주주통신원  phoenic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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