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주주들, <한겨레>에 대한 애정 과시와 응원 쏟아져

팽이는 맞아야 돌고 바람개비는 달려야 돈다

12일 새벽 4시 휴대전화의 알람을 듣고 몸을 일으켰다. 아직 창밖은 어둠이 가시지 않았지만 서둘러 잠을 깨야 했다. 1시간 뒤에 있을 버스를 놓치면 한겨레신문사 정기 주주총회에 늦을 수 있다.

준비를 마치고 거리를 나갔지만 이른 시간인지 아직 버스도 다니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 간신히 제시간에 맞춰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것이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잠에 들고 말았다. 덕분에 머리는 맑아졌다.

시간을 확인하니 여유가 있었지만 지하철을 타고 가기엔 빠듯했다. 터미널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행선지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 가자고 하니 택시 기사님이 힐끗 쳐다보시며 물었다.

“무슨 일로 이른 시각에 김구기념관까지 가시나요?”

주주총회가 있어 가야 한다고 하자 “무슨 회사인데 김구기념관에서 주주총회를 하나요?”라며 의아스럽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한겨레신문사 주주총회라고 밝히자 명쾌한 목소리로 “한겨례신문사라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주주총회를 할 자격이 있죠”라며 얼굴이 밝아졌다.

택시 기사님은 요즘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지만, <한겨레>를 비롯한 소수의 신문들이 있어 그나마 숨이 트인다며 언론이 서민들 편에 서서 싸워야 한다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그는 “팽이는 맞아야 돌고 바람개비는 달려야 돈다”며 “이 땅의 언론들이 정부에 대한 비판을 멈추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라는 좋은 소재로 이야기를 이어가다보니 어느새 기념관에 도착했다.

아직 약속 시간인 오전 9시보다 20여분 빨리 도착했다. 하지만 한겨레신문사 직원들은 이미 주주총회 준비를 거의 마쳤다.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짧은 인사였지만 다들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한겨레:온> 주주통신원들도 자리를 잡고 취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각자 맡은 일을 다시 확인하고 취재수첩과 펜 그리고 인식표 등을 꼼꼼히 챙겼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자 한겨레신문사 주주들이 총회장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명부 확인 절차를 거친 주주들은 행사장 현관에 마련된 <한겨레:온> 취재본부와 한겨레주주통신위원회(이하 한주회)에 관심을 보였다. 주주통신원들은 주주들에게 다가가 <한겨레:온>과 한주회를 설명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행히 선뜻 인터뷰에 응하는 주주들이 많았다.

 

행사장 안에는 주주총회를 알리는 문구 걸려 있고 주주들을 위한 자리가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준비된 화면에는 한겨레신문사의 역사를 설명하는 동영상이 틀어져 있어 초창기 주주들의 마음을 상기시켰다. 총회가 시작하는 오전 10시가 되자 행사장에 주주들이 가득했다.

지난해에 마찬가지로 문화행사가 먼저 문을 열었다. 지난해 입사해 이번에 <한겨레>에서 새로 창간한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고운 기자가 사회를 맡았다. 이날 거리의 시인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송경동 시인이 나서 시낭송을 시작했다.

송경동 시인은 “귀한자리에 불러줘 감사하다”며 이번 한겨레신문사 제28기 정기주주총회를 위해 만든 <새로운 세계를 편집하라>를 낭송했다. 그는 “거리에서 시낭송을 하면서 부러운 사람이 있다”며 “시인은 앙코르를 받지 못하지만 가수는 앙코를 받는 것이 부러웠다”고 밝혔다. 주주들은 웃으며 ‘앙코르’를 외쳤고 송경동 시인은 “아마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앙코르를 받는 시인이 된 것 같다”며 준비한 다른 시를 낭송했다.

그는 <어머니의 나랏말>을 준비한 이유에 대해 “아직 우리 사회에 자신들의 말을 못하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가 많다. 이들은 시에서 나오는 어머니처럼 자기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한겨레>가 자기 말을 못하는 사람들의 입과 귀가 되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시 주주들의 앙코르를 받은 송 시인은 <시인과 죄수>를 낭송했다.

이 시속에는 시인의 삶이 녹아 있었다. 시인은 천상병문학상을 받던 날 오전에 재판정에 섰다. 그러나 법정에서 벌금 삼백만원을 받았는데 상금으로 오백만원을 받아 정의가 일부 승소했다는 표현으로 상황을 즐겼다. 또 신동엽문학상을 받게 됐다는 날에는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벅찬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자리가 아닌 것 같아 부끄러운 시상식보다 혼자 벌을 받는 자리가 한없이 뿌듯하고 떳떳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더 많은 소환장과 체포영장, 구속영장의 주인이 되어 어떤 위대한 시보다 더 큰 죄를 짓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시의 표현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하지만 송 시인은 “우리사회에는 자기 말을 얻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과 평화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박근혜 법정에서는 불법일 수 있겠지만 <한겨레신문>에서만은 정의로 기록될 수 있는 세상이길 바란다”며 소망을 전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가수 김장훈씨는 “존경합니다. 영광입니다”란 말을 아끼지만 이 자리에 초대된 것이 “영광”이라고 강조하며 자신의 대학 시절 이야기를 풀어갔다. 1988년 <한겨레신문>이 만들어질 때 대학생이었고 학자투를 했지만 백골단은 무서웠다고 밝혔다. 그래도 <한겨레신문>이 만들어 질 당시 6만7천여 국민이 50억원을 모으는 것을 보고 누구보다 기뻤다. 이어 자신의 언론관을 이야기했다.

김장훈씨는 “펙트(Fact)가 중립적이라는 것은 힘이 없는 약자의 입장에서 법에 어긋나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 강한자의 편이 아닌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며 “진보, 보수 언론이 아닌 그냥 언론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침 10시에 공연하는 것이 처음”이라며 “시인이 앙코르를 받는 기록을 깰 수 없어 가수는 앙코르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장훈씨는 “한겨레 지나온 길을 축복합니다. 눈앞을 스쳐 가는데, 때로는 탄압에 때로는 진실에 울음과 웃음으로 지내온 날들...”이란 가사로 ‘들국화’의 <축복>을 개사해 부르며 주주총회를 축하했다.

노래를 마친 뒤 현재 언론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언론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강조하며 자신은 매일 사설을 정리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한겨레, 조선, 동아, 오마이뉴스, 경향 등을 기사만 보고 맞출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한 가지 톤으로 나오고 있어 구별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세월호 참사 때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색깔’을 띄지 말라고 말렸지만 자신은 정치색을 띄지 않고 나갔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곤 “종이로 된 신문을 보는 것이 좋다. <한겨레>가 부수가 300만부로 늘어 세계 추이에 역행하는 신문이 되길 바란다”며 “소위 진보적인 사람이라면 젊은 사람이 많은데, 여기 계신 분들의 평균 연령이 높다. 의식 있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고 주주들을 응원했다.

자신이 공항장애에 걸려 미국에서 고생할 때 불렀던 노래라며 패티김의 <이별>을 불렀다. 앙코르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노래가 끝난 뒤 주주들은 크고 긴 박수로 가수 김장훈씨를 응원했다.

김장훈씨는 “열심히 살려고 많이 노력하고 약자의 입장에서 싸우고 있지만 너무 편가르기만 하고 있다”며 “예의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들이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불만을 갖고 포기하느니 분노하고 분노하기 위해 공부하자”며 “최악의 국회가 되지 않도록 투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뉴스를 보다 무기력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힘을 내서 살아야 하고 해야 한다”며 “<한겨레>를 보면서 누군가는 주저앉고 싶을 때 통렬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대표이사님, 주주님, 기자님들 힘들더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중립적으로 약자 편에서 기사를 써 달라”고 말하곤 무대를 내려갔다.

문화행사가 끝나자 정영무 대표이사 사장을 의장으로 나서 본격적인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정영무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날도 찬데 발검음해주신 주주님들께 감사하다.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주님들이 얼싸안고 한바탕 춤을 추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그러나 최근 세상이 하수상하여 주주님들을 뵙고 <한겨레>가 더 잘 할 수 있는 방향을 허심탄회하게 듣고 지혜와 용기를 얻고 싶다”고 밝혔다. 정 대표이사는 지난해 △신문 내용의 질을 높이자 △디지털세계에서도 언론에서도 <한겨레>가 더 확산되고 힘을 가져야 한다 △관련 사업을 벌여 재정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등 3가지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신문과 디지털 부분은 혁신 3.0이라는 이름으로 기사 생간 방식을 변경했다. 디지털세계에서는 인터넷한겨레와 뉴스뱅 등의 포맷을 만들어 노력했다. 또 젊은 독자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젊은 거리인 홍대인근에 미디어카페를 만들고 전세계 웹툰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새로운 투자도 늘렸다. 정 대표이사는 “전통적인 분야와 새로운 분야 모두 노력하고 있지만 전통시장의 침체와 새로운 분야 투자 등 사정이 녹녹치 못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며 “투자의 결실에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지난해 비용절감 노력 등으로 매출을 10여억원 더 올렸고 이익도 8억여원 흑자로 전환했다”고 성과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발표한 장기비전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만들 예정이다”며 “더 책임감 있고 크게 해보자는 취지로 준비하면서 새로 만든 비전이 피어나게 하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과제다”고 계획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이사는 “훌륭한 주주님들의 응원과 고견이 필요하다”며 “이날 이 주주총회가 한마음이 되고 힘을 얻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겨레신문사는 사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립해 사명과 비전을 재정립했다. 지난해 11월3일 “국민주 언론으로서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사명과 “우리사회 모든 가정과 소통하는 채널을 만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어 한겨레신문사의 재무상태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아쉽게도 자회사 상황이 좋지 못했다. 인건비 절감 등 많은 노력으로 적자폭을 줄여 올해 흑자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전했다. 새로 시작한 글로벌 웹툰 사업인 ‘롤링스토리’에 대한 격려의 당부도 잊지 않았다.

회계와 집행에 대한 감사는 모두 문제가 없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그러자 김대성 주주는 “현재 감사가 자회사도 겸하고 있어 업무가 과중하다”며 “흑자를 바라지 않지만 주주 대신 정부의 감시·비판 기능을 하는 것이 <한겨레>의 목적이다”고 응원했다.

재무상태 보고가 시작되면서 질문이 쏟아져 총회가 늦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남봉 주주가 나서 “회사 사원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주총회에 참여했다. 어느 회사 주주보다 뜨거운 애정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사주조합에서 전반적인 업무에 대해 수차례 검토한 결과 문제 있는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빠른 회의 진행을 주문했다.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각 안건이 올라오자 주주들은 질문을 쏟아 냈지만 결국 <한겨레>를 응원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회의에서 주주들은 <한겨레>가 조금 더 올바른 시각을 가지고 약자의 편에 서서 신문을 만들길 희망했다. 또 한겨레신문사 임원들의 임금이 동종업계보다 적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등 다른 주총과 달리 <한겨레>의 구성원을 아끼는 모습이 수차례 연출됐다.

김종민 주주는 서울지역 이야기를 담아 최근 창간한 <서울&>이 성공한다면 부산이나 경기도 등에서도 발행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또 최만희 주주는 독자와의 소통 활성화 방안을 이주형 주주는 매주 토요일자에 시를 4편 게재하는 배경에 대한 이유를 문의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이사는 <서울&>이 안정적으로 서울 독자를 확보한다면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소통 활성화를 위해 미디어카페와 <한겨레:온>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토요일자에 시를 실은 이유는 시대가 어렵다보니 시집이 잘 팔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라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좋은 내용으로 꾸려가겠다고 전했다.

류호남 주주는 지방주주를 위해 주주총회를 오후에 하는 것을 제안했고 윤서진 주주도 오전 11시로 늦췄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미진 주주는 잊혀졌던 주주를 위해 토요일자 지면 2개를 할애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고호석 주주와 박여성 주주 등은 신문사의 급여가 열악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파격적인 인상을 주문하고 <한겨레>의 사명의식을 강조했다.

주주들의 질의에 대해 정영무 대표이사는 “주주님들의 이번 주총 제안이나 지적이 결국 어려운 상황이니 <한겨레>가 똑바로 잘해라, 설득력과 대중성 있게 운영하라는 주문으로 알겠다”며 “한겨레주주라는 것은 양심, 기개가 있는 분이라고 정리된다”고 말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예정된 시간을 넘겨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이 시간까지 50여명이 넘는 주주가 총회장에 남아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한겨레신문사 제28기 정기주주총회는 주주와 사원, 임원 등 <한겨레>의 구성원들이 소통하는 축제로 마무리됐다.

 

사진 : 이동구 에디터, 양성숙 편집위원, 권용동 주주통신원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최홍욱 편집위원  ico@chon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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