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주주총회장으로 들어서는 젊은 얼굴이 보였다. 데스크 앞에 섰던 그녀를 기다렸다. 일을 마친 그녀의 소매부리를 잡아끌며 인터뷰 요청을했다. 예상대로 자신은 주주이신 아버지를 대신 해서 온 대리참석자라고 했다. 김영일(59세, 강서) 창간 주주의 딸이다.

"그래서 더욱 더 인터뷰 대상입니다." 라는 말에

“저에게 얻을 것이 없어요.” 

"알아요, 그냥 말을 걸어보고 싶어요. 특별한 무엇이 없다는 것은 저도알지요." 

아버지가 바빠서 대신 여기까지 왔다는 그 의미가 특별하다면 특별한 것이다.

“저는 김소담 이고, 취업준비생이예요.” 

“아버지는 창간 주주셨고, 진보성향이세요. 세월호 집회에도 참여하셨어요.”

"그런 아버지를 어떻게 보나요?"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저는 아직 취업준비생이라 심적 여유가 없지만 기회가 되면 참여할 것 같아요. 해야지요". 다짐처럼 들렸다.

공부가 바쁘다는 그녀를 보내고, 그녀에게서 읽혀지는 가정문화를 엿보았다.

한겨레 창간주주로 참여했던 가장이 어린 자녀들에게 쏟았을 의식의 유대적 관계성이 궁금했다. 단절되지 않은 한 가정의 문화적 코드가 살아있다는 느낌, 그것은 기쁨이었다. 보려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스스로 때를 기다리고 있거나, 때를 만들고 있을 지도 모르는 절반은 성장한 한그루 희망나무로 보였다.

가정 안에서 이슬비에 옷 젖듯이 스며든 의식이 또 다른 형태로 변용, 발전해왔다면 그 또한 성공한 재테크가아닐까?때가 되면 가동되어질 동력이었다. 그 동력의 시너지가 사회 안에서, 나라 안에서 어떻게라도 제 모습으로 일어설 때, 참 민주주의가 실현되리라.

짧은 대화에서 긴 여운, 울림 깊은 공명을 들으려는 내 노력이 부질없는 것은 아니었으리라. 밝은 미소가 아름다운 그 아버지의딸, 돌아서서 종종 사라지는 뒷모습까지도 참으로 어여쁘더라.

조금 더 기다려 보아야겠다. 씨 뿌렸으니, 지금도 여기저기 힘닿는 데로 씨 뿌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곳저곳 규제가 숨통을 조여, 한겨레 성장이 다소 버겁고 더디어도 응원하여야하리. 질기게, 질기게 버텨내리라. 묻혀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지 못했던, 뜨거웠던 맹아, 어쩌면 한 겹 땅속에서 초록희망을 싹틔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순희 주주통신원  ym22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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