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선거시민네트워크 등 각계 시민사회단체들과 세 번째 파티 준비중

2030의 뜻있는 젊은이들이 모인 ‘선거파티’는 2014년 6.4 지방선거를 계기로 처음 결성됐다. 개표참관인의 권한인 ‘개표현황파악’ 및 ‘촬영’을 통해 가장 빠르고 정확한 개표방송을 추구한다는 취지였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에 연이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중립성을 잃은 행보로 인한 국민적 우려에 대해 서로 속내를 토로하다 “의심스러우면 우리손으로 직접 개표하자”는 젊은이들의 치기가 그 시작이었다. 

 

▲ 2014년 첫 선거파티,혁신적이던 행아웃으로 연결된 10개 지역 동시 생방송 시도

 

청년들은 빈손이었기에 무료로 제공되는 프로그램들이 사용됐다.

약 한달만에 시행된 첫 선거파티에서는 야당 몫으로 배정된 참관인단으로 참여, 국민 대부분이 소유한 스마트폰과 구글에서 제공하는 행아웃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여러 개표소를 동시에 생중계한 혁신은 당시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다. 전국 25개 개표소에 80여 명이 촬영과 전송 등에 대한 사전 교육 후 개표 참관을 하던 중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용지 수십 장이 미분류 처리되거나 정몽준 후보 적재함으로 분류되는 오류를 현장에서 찾아냈다.

동영상의 전송에는 현재는 서비스가 종료된 다음의 마이피플이라는 프로그램이 사용됐다. 마이피플은 최대 5분까지의 동영상을 화질 저하 없이 주고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기존 공중파 방송에서 잡아내지 못한 다양한 개표 오류를 선명한 화면에 담아내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뒤이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부터는 전국망과 최신 방송 설비를 갖춘 국민TV와 제휴, 방송서비스의 질과 폭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 2014년 the개표라이브 생방송 중 인기검색어 캡쳐화면

선거관리위원장은 5부요인이다. 헌법상 가장 상위에 있어야 하는 헌법재판소장과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의 서열을 따지기 애매해서 의전상 VVIP도 뛰어넘는 대한민국 VVVIP를 추렸고, 그 결과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다.

그런 헌법적 지위를 가진 선거관리위원회가 끝없이 중립성 시비에 휘둘리는 것은 선거파티 구성원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더 흐른 2016년 총선에서는 ‘선거는 파티, 개표는 감시’라는 선거파티의 첫 구호도 ‘선거는 파티’로 단순화하고 정당 뿐 아니라 선관위의 협조도 구해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공명선거시민네트워크, 시민의 눈, 시민의 날개, 파파이스 등 각종 시민단체와 팟캐스트 팀 들의 협업도 이뤄진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태 이후, 그리고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국민 일부는 어쩌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신뢰하지 못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선거파티 등의 활동을 그 연장선상에서 비뚤어지게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열악한 여건 하에서도 선거파티가 찾아내고, 선관위가 시정조치를 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존재 이유가 빛나는 까닭이다. 작은 선거에서도 개표 오류들을 찾아냈다. 하물며 이번 선거는 총선이다.

완전무결할 수 없는 사람의 일에 젊은 정성을 더해 완전에 가까워지게 다듬는 역할로 총선을, 정치를, 그래서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더욱 믿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의지와 열정을 가진 이들이 아름답다.

한편에선 총선을 앞두고 곳곳에서 지역방송사에서 마련한 텔레비전토론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텔레비전토론 참석을 거부했다. 유력후보들은 그 대가로 과태료 400만원까지 감수했다.

국회의원 뱃지를 다는 순간 아무것도 안해도 확보되는 기본적인 세비만 약 1억 5천만원. 그 외 명절보너스로 한번에 지급되는 수준의 금액이 그보다는 많아서 당선이 유력한 후보들에게는 마땅히 감내할 기회비용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당선이라며 유권자들을 우습게 본 것인지, 아니면 민낯을 내보이기가 걱정스러운 것인지 속내는 알 수 없지만 그런 구성원들로 이뤄진 국회가 19차례 반복되며 만들어온 게 오늘날의 대한민국, 요즘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 자조하며 부르는 우리나라이다.

4년에 한번, 국회의원들은 눈에서 힘을 풀고, 목에서 힘을 빼고, ‘이제는 바꾸겠다’고 읍소했다. 이번에도 그런 양상을 보인다. 어떤 후보는 삼보일배를, 어떤 정당은 석고대죄를 한다. 그들이 지금 업무를 시작하면 당장 바꿀수 있는 일을 ‘한번 더 믿어주면’이란 [18번 부도났던 공수표]와 [희망고문]으로 태업에 대한 반성요구 자체를 희석해버린다.

19대 총선때도 그랬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4년전에 바꾸겠다고, 바뀌겠다고 공언한 정치인들은 매4년마다 언급되는 ‘사상 최악의 국회’를 한번 더 경신해냈다. 갈수록 질나쁜 정치인과 정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국민이 멍청해서, 무력해서가 아니다. 우리 국민은 충분히 역동적으로 우리 현실을 바꿔낼 수 있다.

프랑스처럼 국민 스스로 왕의 목을 자르고 오욕으로 점철된 역사도 함께 잘라낸 경험은 없었지만, 자신들의 국익을 지키려고 전혀 무관한 우리국토를 처참하게 유린하던 청일전쟁, 러일전쟁기에도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 우리땅을 지켜냈다. 외세와 결탁해 오히려 제 국민을 잡아대던 무능한 지도자들과 상관없이. 
 
이솝우화에는 동물의 왕을 선출하는 투표가 무산되는 과정이 나온다.

사자가 갑자기 죽었다. 급히 소집된 회의에서 추대된 후보는 둘. 힘센 코끼리와 인자한 낙타였다. 마지막 투표에 돌입하려는 찰나, 코끼리는 큰 덩치와 막강한 힘을 가지고도 작은 모기에 무서워 떠는 겁쟁이라서 안되고, 낙타는 인자하고 너그러운 반면 우유부단하고 무능해서 안된다는 원숭이의 양비론에 부닥쳐 결국 동물의 왕은 선출되지 못한 채 회의가 막을 내린다.

스스로 왕이 되고 싶었던 원숭이는 깜냥이 미치지 못해 지지를 받지 못한 것.

민주주의의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그렇게 인류는 지혜롭긴 하지만 포악하고 사나운 사자를 넘어서, 교활하고 사악한 최악, 원숭이를 극복해서 스스로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발전시켜 왔다.

19대 대선일에 개봉해 선풍적 인기를 끈 영화 레미제라블은 ‘팡틴’으로 요약되는 민중의 절망적 현실에서, ‘자베르’라는 경직된 구체제의 종말과 함께 ‘마리우스’로 대변되는 새시대가 팡틴의 딸이자 희망의 상징인 ‘코제트’와 함께 절망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프랑스 혁명기를 다룬 빅토르 위고의 민주주의에 대한 위대한 대서사시가 원작이다.

우리가 흔히 전체 내용으로 알던 ‘빵 한 조각을 훔쳐서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의 이야기는 레미제라블이라는 거대한 혁명사의 첫머리일 뿐이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던 마키아밸리 시대의 군주의 미덕은 ‘여우의 지혜와 사자의 힘’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민주주의 시대, 사자는 여우들과 함께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종로의 비좁은 작은 방에서 소박하게 시작한 선거파티가 2016년, 대한민국 모든 욕망의 소용돌이의 정점, 총선을 마주한다. 수많은 권력기관과 각종 이권, 수십 개의 정당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형태의 압력이 들어오지만 꿋꿋이 제 갈 길을 걷는 이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내년 대선에서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그 전에 이번 총선에서 어떤 발전상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 2016선거파티 발대식, 혜화동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참여단체인 청년문화포럼 회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려움을 알면서 두려움을 제압하는 자, 심연을 보지만 자긍심이 있는 자가 대담한 자다. 심연을 보지만 독수리의 눈으로 보는 자, 독수리의 발톱으로 붙잡는 자에게 용기가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中

세 번째 시민개표방송, 선거파티의 세 번째 파티가 흥겨운 축제로 끝나면 헬조선, 2016 대한민국에도 비로소 희망의 불꽃이 되살아나겠지 말입니다!

편집 : 최홍욱 편지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이대원 주주통신원  bigmoth@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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