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실크로드 문화 답사(26)]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낙타〉전문, 신경림, 2008)

지천명(知天命)과 이순(耳順)을 넘고 뜻대로 행해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 없는 성인(聖人)의 경지인 고희(古稀)마저 지난 시인 신경림은 여행 중 만난 낙타와의 인연을 시로 썼습니다. 그에게 낙타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동반자’요, ‘나’ 자체이기도 합니다. 시인에게 낙타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메타포입니다.

자! 그럼 모래바다 길을 항해하는 첨단 이지스함 ‘낙타’에 대해 알아볼까요? 강아지가 생후 보름은 지나야 눈을 뜨는 것과 달리 낙타는 날 때부터 눈을 뜹니다. 태어난 지 몇 시간이 지나면 달릴 수 있답니다. 보통 다 자란 낙타의 어깨높이는 1.8-2m, 몸무게는 250-680kg정도입니다. 발가락은 두 개이고, 발바닥이 넓어 모래땅을 걸어 다니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또 콧구멍을 막을 수가 있고, 눈썹과 귀 주위의 털도 길어서 모래먼지를 막아줍니다.

▲ 돈황 명사산에서 짐 대신 관광객을 등에 태우는 낙타​

사람은 3일만 물을 못 마셔도 죽을 수 있으나 낙타는 물 없이도 1~2주를 지낼 수 있습니다. 낙타가 등에 짐을 싣고 사막을 건널 때에는 한번에 50~60리터의 물을 마신 다음 오랫동안 물을 마시지 않고 이동한다고 합니다. 낙타의 혹에는 물이 아닌 지방이 들어 있는데, 사막을 건널 때 이 지방이 분해되면서 영양과 수분을 공급해 준다네요. 그러니 여러 날 굶으면 혹은 점점 작아지겠죠?

낙타는 또 몸속의 수분이 잘 보존되도록 땀을 많이 흘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몸속에 물을 아끼기 위해 진한 오줌과 마른 똥을 눕니다. ‘낙타’가 사막의 왕자인 이유가 이거군요. 아마 낙타가 없었다면 장건은 죽었다 깨어나도 사막을 지나 서역을 다녀오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면 오늘 제가 ‘실크로드’이야기를 쓰려고 자판을 두드리지도 않았을 텐데요.

아! 그런데 낙타의 혹은 하나일까요, 두 개일까요? 혹이 한 개 있는 낙타를 단봉낙타, 2개인 낙타를 쌍봉낙타라고 합니다. 단봉낙타는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 소아시아·이란, 인도 북서부 등지에서 사육되어 왔답니다. 사람이 타거나 경주용으로 이용된답니다. 반면 쌍봉낙타는 주로 짐을 실어 나릅니다.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고비사막·몽골·알타이산맥 등지에서 옛날부터 사육되어 왔답니다.

​낙타는 대추야자 열매와 풀 또는 보리나 밀 같은 곡류를 먹습니다. 하지만 선인장 같은 사막식물도 먹고, 가시가 있는 나뭇가지도 잘 먹을 수 있습니다. 입 안의 표피는 매우 질겨서 날카로운 가시도 뚫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낙타와 동행할 때 주의할 점 한 가지! 낙타는 배고프면 동물뼈, 고기, 가죽, 심지어는 가죽 텐트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는. 텐트가 낙타 뱃속으로 들어가면 모래바닥에서 추운 밤을 지내게 될 테니까요. ^^

(이 여행기는 이동구 팀장이 주주, 독자와 함께 한겨레 테마여행 <실크로드 문화답사>를 다녀온 후 지난 해 9월부터 페이스북과 개인 블로그에 실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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