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 대만의 좀 큰 도시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자묘(高雄).
▲ 대만의 좀 큰 도시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자묘(高雄).

설레는 마음과 두려움으로 첫 글을 씁니다.

대만은 우리나라에서 남쪽으로 약 2시간 반 정도 비행하면 도달하는 따뜻한 남쪽 나라입니다.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의 면적에 2,300만의 인구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나라, 무엇보다 정이 많고 친절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 대한민국과 대만은 상해 임시정부를 적극 후원했던 국민당 장개석 총통부터 인연이 닿아 한때는 가장 가까운 우방이었지만, 중국과 국교를 맺기 위해 단교를 하면서 정치적으로는 소원한 관계가 되었지요.

대만과 중국을 혼동하시는 분들은 없겠지만 그 차이를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국과 관련된 글을 읽고 좋아하다 보니 1984년 겨울에 처음으로 대만에 오게 되었고, 어학 과정을 거쳐 대학원에서 중국 철학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대만 친구의 도움으로 별 어려움 없이 사업도 이어져 왔고, 중국 선전(심천)에서 10여 년 거주하다 현재는 대만의 남쪽 타이난(臺南)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만을 생각하면 신기하게도 좋은 기억들만 떠오릅니다. 특히 사람에 대한 기억이 좋습니다.

지나온 삶도 그렇지만 지금도 ‘친구’의 중요함은 참으로 크다고 생각합니다. 해코지하는 적은 적을수록 좋지만, 친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요.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2,300만의 좋은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언젠가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에 내렸습니다. 핸드폰이 보편화되면서 공중전화가 줄어들던 시기, 남아있는 공중전화도 대부분이 전화카드를 사용하던 때였지요. 어렵사리 찾은 공중전화기에 동전을 넣고 다이얼을 돌리는데 상대방이 받으면 동전이 반환되면서 몇 번이나 끊겼습니다. 마침 옆에서 이야기를 하던 아주머니 한 분이 자기 핸드폰을 주면서 사용하라고 내밉니다.

더 뭉클한 기억도 있습니다. 저를 통해 등산장비를 수입하던 친구 伍가 일본 제품 대신 한국 물건을 수입하고자 하는 친구 鄭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이었습니다. 셋이 대중사우나에 들어가 둘은 시원한 냉탕으로, 저는 따끈한 온탕으로 들어갔습니다. 대만에서 중부 이북은 주로 표준어(북경어, 만다린)를 사용하지만, 남쪽 사람들은 민난위라고 하는 복건성 지방어를 사용합니다. 특히 사업상 대화는 거의 민난위를 쓰는데 저는 알아듣지 못합니다.

일이 잘 진행되어 일본 물건 대신 한국 제품으로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鄭이 그러더군요. 사우나 탕 속에서 伍가, “김동호를 네게 소개해 준다. 만약 사업상 김동호 때문에 손해를 입는다면 전액 내가 변상해 주겠다!”고 하더랍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스스러움 없이 도움의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사는 곳.

믿는 친구에게 아낌없이 주려고 하는 따뜻하고 정겨운 사람들이 사는 나라.

작지만 여유롭고, 허름하지만 실속은 꽉 찬 편안한 사람들.

지갑이나 카메라 등을 호텔에 두고 나와도 별로 불안하지 않은 이 신뢰감!

배고프면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볶음밥이나 면을 시키면 다 먹을 만한 곳!

대만을 좋아하는 저의 눈으로 혹시 과장된 정보나 인상을 전할 우려도 있습니다만, 친구가 되려면 서로의 좋은 점을 찾고 격려하고 이해하고 알아봐야겠지요.

대만에서 자주 들었던 말이, 四海之內 皆兄弟(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한 형제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소통하면 모두 친구가 되고 형제가 되겠지요.

끝으로 한국에서 꿈과 희망을 잃고 마음고생이 심할 젊은 친구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대만에 처음 가서 말을 배우고 공부할 때, 외롭고 힘이 들 때마다 위로가 되었던 말로 끝을 맺겠습니다.

四邊苦海,回頭是岸!(사변고해, 회두시안!)

온 세상이 꽉 막히고,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려도, 머리를 돌려보니 그곳이 바로 피안이고 극락입니다!

첨언: 나이 드신 분들은 대만, 젊은 친구들은 타이완이 익숙하실 터인데 저는 혼용하겠습니다. 또한 한자도 예전에는 臺灣, 지금은 거의 台灣으로 사용하더군요. 역시 함께 쓰겠습니다.

제가 기억에 의존해서 글을 쓰다 보니 오류도 있을 겁니다. 혹시 눈에 거슬리는 점 지적해 주시고,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1988년 사업상 만나서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5살 연상의 친구 伍와 그 부인입니다. 우리는 매년 함께 해외여행을 떠납니다. 작년에는 부인이 시아버지의 급한 병수발로 가기 전 전날 취소했지요. 사진은 2년 전 일본 여행 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오른 쪽이 필자입니다.
▲ 1988년 사업상 만나서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5살 연상의 친구 伍와 그 부인입니다. 우리는 매년 함께 해외여행을 떠납니다. 작년에는 부인이 시아버지의 급한 병수발로 가기 전 전날 취소했지요. 사진은 2년 전 일본 여행 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오른 쪽이 필자입니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동호 주주통신원  donghokim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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