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실크로드 문화 답사(31)]

‘중화인민공화국은 전국 각 민족으로 이뤄진 통일적 다민족 국가다. (중략) 대한족주의(大漢族主義)를 반대한다.’ 중국 헌법 전문의 일부 내용입니다. 중국은 56개의 소수민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13억 인구 중 지배 민족인 한족(漢族)은 12억 명으로 약 91%를 차지합니다. 비중이 절대적이네요. 나머지는 55개 소수민족들입니다. 소수민족이라고 해도 장족은 약 1800만 명, 만주족은 1000만 명, 회족은 1000 만 명, 묘족은 900만 명, 위구르족은 830만 명, 몽골족은 580만 명, 티베트족은 540만 명, 조선족은 219만 명이나 됩니다.

한족은 한고조 유방이 세운 한나라로부터 유래되었습니다. 이들은 ‘황제(黃帝)’를 시조(始祖)로 모십니다. 우리가 단군할아버지를 민족의 ‘원조’로 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신화에 따르면 황제는 (중서부)섬서성에 터 잡은 염제(炎帝)와 양자강 근처의 치우(蚩尤) 등과 싸워 이겼습니다. 황제가 염제를 정복한 뒤 이들 두 부락이 결합해 연맹이 되었다는군요. 그리하여 오늘날 한족들은 자신들을 ‘염황(炎黃)의 자손’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런데 4년 전(2010년 3월) <시사저널>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습니다. “중국에 순종 ‘한족’은 없다”는 겁니다. 난주대학 생명과학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거 중국에서 중원 지역인 허난 성과 장수 성, 서부 및 안후이 성 서·북부 지역에 살았던 사람 정도만이 중원 사람이고 이들이 비교적 순수한 한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에 들어서면 이미 한족은 소수 민족이었답니다. 거슬러 올라가서 2001년 중국과학원도 유전자 조사 결과 남방 한족과 북방 한족 간의 유전자 차이가 한족과 소수 민족 간의 유전적 차이보다 더욱 크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그럼 ‘한족’이 91%라고 하는 중국정부의 통계는 어떻게 된 건가요? 중국의 소장 학자들은 황하 유역에 거주하던 한족이 남방을 침략하고 정복하면서 토착민들을 흡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토착민들이 자신들보다 우월한 중화문화권에 편입되기 위해 스스로를 “한족”이라고 자처했고, 중앙 정부도 소수민족 정책의 일환으로 그것을 묵인하고 장려해왔다는 것입니다.

1953년 중국이 처음 인구조사를 했을 때 등록된 민족 명칭은 무려 400여 개였답니다. 이후 중국은 민족 식별작업을 통해 공통점들을 묶어 56개의 소수민족으로 분류 확정했다네요. 그러나 어떤 민족인지 애매모호한 ‘미식별 민족’이 73만 명이나 됩니다.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30~40년 뒤 미국에서는 백인이 소수가 될 전망이랍니다. 히스패닉, 흑인, 아시안, 원주민이 백인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고 있다네요.*^^*

(이 여행기는 이동구 팀장이 주주, 독자와 함께 한겨레 테마여행 <실크로드 문화답사>를 다녀온 후 지난 해 9월부터 페이스북과 개인 블로그에 실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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