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의 일정

이날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Oneida로 돌아가는 날이에요. 아침 9시에 일어나서 밥 먹고 장기 자랑을 했어요. 우크라이나 학생이 춤을 추고, 한국 교환학생, 영재는 마술쇼를 보여주었어요. 러시아 아이들은 단체로 나와서 노래 부르고 … 이렇게 마지막 행사는 끝났어요.

1시 30분이 되어서 이제 다 각자 사는 곳으로 가게 되는데 헤어지기 섭섭해서 많이 서로들 아쉬워했어요. 특히 같은 밴에 타고 계속 함께 이동한 아이들은 더 친해져서 Knoxville에서 헤어질 때 막 껴안고 울었어요. 꼭 연락하자고 하고는 헤어졌지요.

▲ 여행을 마치고 신디선생님이 관리하는 학생과 함께 (좌로부터 우택 오빠, 영재, 말타언니, 신디선생님, 민지, 나, 에스테라)

여행 소감

6박 7일 간의 이번 여행에서 저는 방문한 장소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기 보다는 여러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로부터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어서 새로운 것도 많이 알게 되고,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한 가지 공통적으로 교환학생에 대하여 어려움을 표시하는 것이 바로 학교생활이었어요. Tennessee에 온 교환학생들은 작은 학교에 많이 가게 되었는데 학생 수가 적다 보니까 이미 다 친구가 있어서 새로 친구 만들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이에요. 그냥 미국 애들이 끼워주는 식이라고 해요.

우크라이나에서 온 여학생 하나는 사립학교에 다니는데 전체 고등학생이 20명이래요. 그런데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놀고 겉으로는 서로 웃고 말하는데 뒤돌아서는 서로 흉을 막 본다고 해요. 그래서 참 괴롭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제가 좀 둔해서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은 그런 것이 전혀 없거든요? 저는 좋은 학교에 배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 감사할 일이지요.

그리고 두 곳의 전쟁 기념관을 돌면서 제가 느낀 것인데요. 가이드들은 거의 똑같이 말해요. “미국은 평화를 상징하고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다. 세계가 공산화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라고요. 그리고 미국이 하는 모든 전쟁을 그 민족을 도와주기 위해서 한다는 식으로 말해요. 미국이 벌이는 전쟁을 긍정적으로 표현하지요.

전쟁하면 어쩔 수 없이 따르는 비극적인 일들, 군인들뿐만 아니라, 아무 죄 없는 어린이나 여성, 노인 등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가족을 잃어 가정이 무너지고, 각종 시설이 파괴되어 살아가기 어렵고, 살아남은 자도 전쟁후유증을 앓고... 그런 전쟁의 부정적인 면은 절대로 말하지 않아요.

저는 어떤 전쟁도 무조건 반대하는 편이라 전쟁의 긍정적인 면만 말하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속으로 ‘저게 아닌데, 저게 아닌데...’ 하는 거부감이 좀 생겼었어요. 솔직히 이라크 전쟁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잖아요?

한국 기념관에서 제가 한국에서 온 것을 알고 “한국 사람들은 미국이 개입한 한국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저에게 묻더라고요. 왜 하필이면 ‘아닌데... 아닌데...’ 생각하고 있는 저에게 질문을 한 걸까요? Poor Guide;;;

저는 솔직히 두 가지를 말했어요. “미국과 소련 때문에 남북이 갈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미국 덕분에 공산화가 안됐다는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라고 했어요. 아마도 미국을 너무 찬양하는 표현들 때문에 반발심이 생겨서 조금 세게 말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아닌가요? 제가 전혀 예상치 못할 대답을 해서 예의에 벗어난 걸까요?

학교 결석 후폭풍

여행을 위해 일주일 학교에 빠지고 오니까 일주일간 못했던 공부와 시험을 보충하기 위해서 숙제를 엄청나게 해야만 했어요. 어떻게 보면 공식적인 여행을 갔다 온 건데, 그동안의 숙제를 빼주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그렇게 봐주는 것이 없어요. 또 놓친 시험도 다 쳐야 해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2주일간은 공부만 죽자고 했지요. 그래도 B이상은 받아야 좀 체면이 서잖아요?

제 생각인지 몰라도 선생님들께서 저를 꼼꼼히 챙겨주시는 것 같아요. 한국은 누가 결석하건 여행을 가건 학생들이 알아서 보충해야 하잖아요? 물론 학생 수가 적어서 그렇게 챙겨주실 수는 있겠지만…. 한국보다는 선생님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은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미국 학교의 좋은 점은 포기하는 학생이 없이 다 함께 간다는 것이에요. 교환 학생도 자칫하면 수업을 못 따라 갈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아요. 만약 그 학생이 Algebra 2를 따라가지 못하면 Algebra 1로 수업을 옮기도록 도와주거나 다음 학기에 한 번 더 Algebra 2를 듣게 해서 낙오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이러면 과외가 정말 필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잘하는 아이들은 좀 더 높은 단계를 배우고, 못하는 아이들은 낮은 단계를 배우게 하니 말이지요.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런 교육을 한국에서 한다면 더 학원을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부모님들이 최고 높은 반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서 선행 학습을 더 시킬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하여간 여행 후 밀린 공부를 따라 가느라 무척 고생은 했지만 저에게는 정말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지요. 그래서 여기서 한번 인사해보고 싶어요. 저를 신경 써서 챙겨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2004년 4월 테네시에서 쓴 글임)

1961년 미국에서 교육문화상호교류법(The Mutual Educational and Cultural Exchange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거하여 교환교수, 교환연구원 그리고 교환학생(청소년, 대학생)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청소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유학이 아니다. 미국공립학교에서 최장 1년간 무료로 학교를 다니고,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간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영어공부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면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 남미, 중국, 동남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참여 학생들도 많다. 원래 비용은 무료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립기관이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편집자 주]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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