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대화를 시작했다.

“땅, 안녕! 늘 함께 살면서 인사 한번 제대로 못했네?”

“안녕! 사는 게 그렇지 뭐. 일상적인 것은 의식하지 못해. 그냥 같이 할 뿐이야. 다 그래”

“미안! 넌 만물의 어미인데... 너에게서 태어났고, 네가 준 양식을 먹고, 너와 함께 살며, 또 종국엔 너에게로 가는데...”

“응, 괜찮아. 그 말로 충분해. 감사!”

“고맙고 고마워. 어찌 말로 다 하겠어.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왜 넌 항상 낮은 곳에 있지? 반면에 하늘은 늘 높고 자유로운데... 좀 억울하지 않아?”

“그래? 난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의구심도 없었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런데 그럼 좀 어때? 난 땅으로 족한데. 그리고 누가 높고 낮은 것을 정했는데? 상관없어. 난 땅이잖아”

“음~ 그렇게 말하면 내가 좀 옹색해지는데... 아무튼 넌 낮을 뿐만 아니라, 늘 밑에서 눌리고 밟히고 있어. 힘들지 않아?”

“밟히고 눌리는 게 뭐야? 난 그대로인데. 네가 생각하는 것과 난 무관해. 난 그런 것에 관심 없고, 내 영역도 아니야”

“아~ 네 영역이 아니라고? 그렇게까지? 포기야, 체념이야, 수용이야?  아무튼 넌 대단해. 난 이해불가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서두에 말했듯이 의식 없이 사는 게 일상이야. 난 그리 사는 게 좋아. 삶은 그래. 구태여 가타부타 따질 필요 없어. 꼭 뭘 해야겠다고 하니 문제가 되고 힘들어. 물, 구름, 바람을 봐. 그들이 어디로 흐르고 불겠다고 하지 않잖아. 그래도 그들은 잘 흐르고 불고 있어. 그렇게 살면 되지 않을까? 의도를 갖고 계획한다고 꼭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기야 하지만... 넌 있는 그대로가 너무 아름다워. 요즘 더욱 절실히 느껴. 그런데 늘 밑에서 밟히고 눌린다는 게 미안하고 안타까워”

“음~ 그랬나? 그럼 내가 위에 있어야 하나? 그건 아니잖아. 난 그런 것 느끼지 못했어. 당연은 아니고 일상이라니까. 그게 나의 존재이유이기도 하고”

“그래도 그렇지. 밟고 파고, 갈고 엎고, 쌓았다 허물고, 누르고 내팽개치기까지... 그러는데도?”

“그럴수록 난 존재감이 커져. 그러기 위해 내가 있으니까. 그들에게 밟히고 눌리기 위해...”

“설마~. 넌 그릇이 너무 커. 감당할 수가 없어. 사실 크기도 하지만. 그래서 땅인가? 이해는 가지만 난 못 견딜 거야”

“내가 그렇게 밟히고 눌리므로 그들이 바로 설 수 있어. 그들이 그들 나름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거지. 그들이 나를 밟고 누르면서 제대로 사는 것을 보면 난 행복해. 그게 나의 본분이거든. 근데 요즘 들어 난 매우 답답해지고 있어”

“너도 답답할 때가 있어? 그게 뭔데?”

“산업화 이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 이후로 점점 심해지더니, 이젠 숨조차 쉴 수가 없어. 난 본디 구멍이 많아. 그래서 바람이 통하고 물도 스며들 수 있어. 동물들이 지나가면 발자국을 남기고, 식물들이 씨를 날리면 품어주고, 또한 뿌리도 내릴 수가 있지. 그런데 사람들이 내 숨구멍을 막고 있어. 내가 숨을 쉬지 못하면 만물들도 숨을 쉴 수 없게 된 텐데...”

“글쎄, 그게 뭐냐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그리고 쓰레기와 대기오염... 이들이 내 숨구멍을 막아버려, 그 외에도 각종 산업폐기물등. 내가 점점 힘들어”

“맞아~ 그래. 네가 많이 힘들겠어. 사실은 만물이 다 그럴 거야. 그게 다 우리 인간들 때문이지?”

“산업화가 되기 전에도 쓰레기 등은 있었지. 하지만 바로 나에게 흡수되었어. 그런데 산업화가 더욱 심해지면서 내게 흡수가 지연되고 있어. 일부 산업폐기물은 수십/수백 년이 가도 그대로야. 아마 수천 년이 가도 그대로인 것도 있을걸!”

“걱정이네. 네가 잘못되면 모든 생명체들이 위험한데...”

“다른 생명체들은 스스로 정화해.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해. 뿐만 아니라 만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자신들조차 온전하지 못할 거야.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걸?”

“큰일이네. 말로만 그치지 말고 방법과 대책이 필요한데...”

“원인은 ‘더’야. 더 편하고, 더 많고... 모든 것을 더더더...”

“맞아. ‘더’가 문제지”

“인간들이 말하는 진정한 삶은 그런 것이 아닌데... 삶의 가치관을 바꾸고 새롭게 정립해야 해. 남을 따라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산다면 가능성은 있어. 특히 물질로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려하지 않는다면”

“그렇기는 해.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천이 어려워. 생활주변 모두가 그것을 조장하고 있잖아. 보통사람들이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럼 어쩔 수 없어. 최악을 맛봐야지. 그 땐 이미 늦겠지만...”

“정말...”

“지금까진 이렇게 살아왔지만, 너희들이 계속 나를 함부로 대한다면 나도 너희들을 함부로 대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고 아파”

“아~ 어떻게 해야지?”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태평 주주통신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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