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두산백과, 계영배: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잔, 절주배(節酒杯). 술잔의 이름은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 잔의 70% 이상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린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한다는 의미를 함축.

술은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지만 괴롭고 슬프게 하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처지에 따라 그럴 것이다. 술은 몸과 맘을 위로하는데 그를 만나 그 자초지종을 알아본다.

나그네: 술씨! 안녕?

술씨: 음~ 그대는 누구신가? 나를 반갑게 대하는 걸 보니 뭘 좀 아시는 분 같은데... 아시듯이 나야 늘~ 안녕하지.

나그네: 난, 널 참으로~ 좋아하는 사람이지. 그런데 술씨에게 뭐 좀 물어볼 게 있어.

술씨: 그게 뭔데? 뭐가 그렇게 궁금하지?

나그네: 넌, 어디서 무엇 하러 여기 왔니?

술씨: 어라! 뭐라는 거야~ 호기심인가? 난 말이야, 신(神)의 나라에서 왔지. 난 곡신(穀神)이야. 왜 왔냐고? 불쌍한 너희를 구제하러 왔지.

나그네: 어? 너도 신이란 말이냐? 무슨 신이 그렇게 많아? 사람들이 웃겠다 얘~. 네가 신이라니, 참 별의별 신도 다 있구나? 더구나 우릴 구제하러 왔다고?

술씨: 무슨 소리야? 신다운 신인 나를 몰라보다니 섭섭하다 섭섭해. 별 것도 아닌 것을 신이라고 모시고 난리더니. 난, 인간 너희들에게 참으로 유익하고 필요한 신이야. 난 익신(益神)이고 덕신(德臣)이라고! 나로 인해 너희들이 살맛나지 않나?

나그네: 그것 참! 그렇기는 하지만, 네가 익신과 덕신이라는 것은 조금 글쎄다~ 아무튼 재미있네. 그런데 너를 신이라고 인정한다 해도, 일부 사람들은 너를 독신(毒神)이라 하지 않을까?

▲ 우리의 친숙한 탁주, 이보다 좋을수가!

술씨: 어리석은 자들의 우매한 소리야. 그들에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난 분명히 인간들에게 축복과 행운의 신이라고. 세상을 세상답게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그렇다는 것을 잘 알 거야

나그네: 알았어, 알았다고? 네가 축복의 신이라~. 그런데 여기는 왜 온 거야?

술씨: 앞에서 언급했잖아. 불쌍한 인간, 너희들을 구제하러 왔다니까? 넌 아직 경험하지 못했나?

나그네: 오~ 우리 인간을 구제하러 왔다고? 네가? 대단해~ 일단 감사.

술씨: 그렇게 말만 하지 말고, 나를 한 번 마셔봐. 나를 너 몸에 섞어 보란 말이야. 그럼 바로 알게 될 걸. 네가 너희를 어떻게 구제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즐겁고 흥겹게 하는지를.

나그네: 너 때문에 괴로운 사람도 있는데? 그들은 어떻게 하지?

술씨: 그럴 수도 있지. 그럴 거야. 하지만 삶을 삶답게 사는 자에겐 그런 일은 없어. 과하게 미련한 탓이지

나그네: 야! 그런데 너를 어찌 과하게 마시지 않을 수 있어? 어렵지 어려워. 아마 불가능할 걸

술씨: 그 또한 어리석은 자들의 핑계일 뿐이지. 그래서 나를 술이라 부르는지 몰라. 그냥 마시면 난 술술 넘어가. 통제불가야. 하지만 누구도 책임은 못 져. 아무나 즐겁고 흥나는 세상을 만날 수는 없지. 나를 가까이 하는 자에게 축복과 흥이 함께하는데 말이야. 다만 절제는 좀 할 수 있어야지.

나그네: 그럼 술도 마실 자격이 있단 말이야?

술씨: 그럼~그렇고말고. 나를 마시면 행복하고 즐거워지는데, 그 정도는 돼야지. 난, 너희들이 그렇게 원하는 천국도 다녀오게 할 수 있어. 그런데 어찌 그냥 가능하겠어. 그 정도 값은 지불야지. 너희들이 그렇게 아끼고 좋아하는 황금은 아니지만, 주의 정도는 해야지 않나?

나그네: 맞아. 너의 말을 듣고 보니, 네가 대단한 신인 것 같기는 해. 아직 긴가민가 하지만. 절제력을 갖고 술 너를 마시면, 행복과 천국으로 가는 길잡이 신이다 이거지?

술씨: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잠시지만. 이젠 조금 알겠어? 사실 행복과 천국이 일상이 되어버리면 무의미해. 또한 금방 익숙해져 버리고, 그렇게 되면 그 또한 지루하고 따분해져. 그러면 더 이상 행복과 축복이 아니게 되지. 그래서 내가 잠깐 다녀오게 하는 거야. 아무리 좋은 것도 오래 지속되면 느낌이 없어지고 덤덤해지잖아. 필요할 땐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 기꺼이 행복과 천국으로 모셔다 줄게.

나그네: 술신! 알겠어. 인정할게.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어. 신이라고 너무 뻐기지 말고, 인간 위에 군림하지 마. 난 신들에게 질렸어. 많기도 많은 신들이 ‘해라마라, 가라마라, 찬양하고 칭송하라, 내 말 따르라. 안하고 안 따르면 벌준다’라는 겁박으로 우리를 너무 옥죄고 있어. 이건 참다운 신들이 하는 행태는 아닌 것 같아. 술신! 너만큼은 그러지 마. 신들도 구태를 벗고 개혁해야해.

술씨: 오케이! 못된 자들이 신의 이름을 빌어 지들의 권익을 챙기는 게 아닐까? 참다운 신은 그렇지 않을걸. 넌 나를 조금 알잖아. 난 그런 신이 아니야. 걱정하지 마. 필요할 때 부담 없이 찾아 와. 행복과 천국을 선사할게. 하지만 너무 자주 오면 곤란해. 그것을 잊지 마. 약간의 절제가 꼭 필요하거든.

나그네: 알았어. 가끔 너를 찾을게. 그리고 적당하고 알맞게 마시도록 노력할 게. 그러면 행복의 나라와 천국을 잠시 다녀올 수 있겠지? 고맙고 감사!”

술씨: 너~ 생각보다 똑똑하네. 너 정도면 나를 마실 자격이 돼.

나그네: 오늘 ‘몇 잔 쭉~ 들이켜고 천국 좀 다녀올까? 이런 날, 어찌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겠어’ 술! 넌 참 좋은 친구야! 감사 또 감사.

▲ 한 잔 또 한 잔에 시름이 가시는구나!

- 술 -

술술 넘어가는 네가 없다면

답답한 이 세상 어이 견디리

우정이 좋다고들 말들 하지만

너 만한 우정 찾을 수도 맺을 수 없더라

너와 몸을 섞어 하나 되니

산천이 돌고 땅이 흐르더구나

여기로다! 여기야

행복도 천국도

너와 함께 하는 여기에 있도다

▲ 전통주 막걸리, 몸과 맘을 흥건하게 적셔주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태평 주주통신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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