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6일치 25면에 '문화공간 온:' 김태동 초대이사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지면상 인터뷰 정리 내용을 상당히 줄인 기사입니다. 김태동 이사장의 인터뷰 내용 중 아까워서 자르고 싶지 않았던 내용을 추가해서 <한겨레:온>에 다시 올립니다.

한겨레신문 기사 보기 :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741158.html

“시민이 주도해 문화공간을 만든다는 소식에 반갑게 합류했어요. 내가 꿈꾸어왔던, 문화인다운 삶을 누리고 이를 씨앗처럼 퍼트리기에 딱 맞는 장소라 생각합니다.”

김태동(69)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지난 14일 <한겨레> 주주·시민들이 모여 만든 복합문화·외식공간 브랜드인 ‘문화공간 온:’ 협동조합 창립총회에서 초대 이사장을 “기꺼이” 맡은 이유다.

지난 주말 “좋은 봄날이니 야외도 좋겠다.”는 그의 제안으로 서울 북촌로 정독도서관에서 만났다. 마침 그의 모교 경기고가 있던 자리다.

“학교 교훈이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이었는데 스스로 그렇게 살아왔는가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이 많지요. 이 세 가지는 서로 묶여, 자유인이 되어야 문화인도 되고 평화인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서구문화의 영향으로 우리는 독창적이고 격이 있는 시민문화를 만들지 못했어요. 시민들이 품격 있는 문화를 누리고 생산할 때 자유인도 문화인도 평화인도 될 수 있는 겁니다. 먼저 나 스스로 문화인다운 삶을 살고,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문화인다운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내 꿈입니다.”

그는 ‘시민’이란 용어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 했다. “그동안 우리는 시민을 국민이라는 말로 써왔어요. 국민은 황국신민을 줄인 말입니다. 1945년 후 일본은 바로 국민이란 용어를 버렸어요. 그런데 우리는 일제강점기가 끝난 후에도 50년 이상 더 사용했습니다. 1996년이 되어서야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바뀌었지요. 국민과 시민은 아주 다른 개념입니다. 국민은 국가에 복속된 시민이지요. 토마스 제퍼슨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Eternal Vigilance is the Price of Liberty’(자유(시민권)을 누리려면 항상 주인으로서 감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즉 시민은 주권자로서 개개인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매일 주인다운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시민들은 어떠한가요? 어려서는 학교에 매여, 성인이 되어서는 직장에 매여, 은퇴를 해서도 생계에 매여, 시민의식이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심지어 시민 스스로 주인이란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아왔어요.”

그는 '문화공간 온':에서 시민이 주인이 되는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꿈꾼 국가도 ‘아름다운 문화국가’였는데, 그동안 우리는 주로 물질을 추구하고 정신적 문화적인 면은 소홀했어요.”며 “문화공간 온:은 시민들이 모여 희로애락을 나누며 신나게 어울리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문화의 소비를 넘어 배우고 창조함으로써 ‘온전한 문화인’으로 발돋움하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공간 온:'이 ‘문화사다리’ 역할도 했으면 한다고 했다. “지금 세대문화는 완전히 단절되어 있습니다. 계층 간도 빈부 격차 때문에 문화가 단절되어 있습니다.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과 문화를 생산하는 사람들도 단절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60대의 여성분이 <멋진 노년의 길을 걷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잘 쓰셨어요. 그 분은 아마도 청년이나 장년에게 글 쓰는 법을 배웠을 겁니다. 그분은 또 다른 장년에게 그 장년은 또 다른 청년에게 글 쓰는 법을 배워줄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순환이요, 공유인 겁니다. 저는 이를 ‘문화사다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 ‘문화사다리’를 통하여 문화가 강물처럼 전파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문화공간 온:'이 세대를 잇는, 계층을 잇는, 문화소비자와 창조자를 잇는 ‘문화사다리’의 역할로 시민사회문화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문화공간 온:'은 오전 11시에서 밤 12시까지 엽니다. 낮에는 차를 마시며 좋은 말씀을 듣고, 저녁에는 식사하며 담소를 즐기고, 밤에는 젊은이들의 행동문화가 등장할 터이니 '문화공간 온:'의 메뉴는 ‘문화비빔밥’입니다. 시민들과 ‘한겨레’ 애독자, 주주들이 친지들과 함께 오셔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주면 좋겠습니다. 종로 한복판 서울와이엠시에이(YMCA)빌딩 바로 옆이어서 교통도 편리합니다. 무엇보다 질 좋은 음식을 착한 값으로 제공하려고 합니다.”

'문화공간 온:'이 잘되어 제2의, 제3의 ‘온’ 특히 지방에 설립요청이 오는 경우 “정관에 따라 가능하다면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 했다. 또한 '문화공간 온:'이 만약 잘못된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1년에 한번 정기총회를 엽니다. 또 1/5의 조합원의 요구하면 임시총회도 열 수 있습니다. 조합원은 설립목적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이를 저지할 수 있습니다. 일반기업과 달리 자정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협동조합으로서 '문화공간 온:'의 자정기능을 강조했다.

그는 97년부터 9년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http://www.ccej.or.kr)>에서 활동했기에 시민단체와는 아주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청춘과 중년까지 바치고 있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그분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해나갈 것이고, 저소득 문화예술인의 후원을 위해서도 시민단체와 연대하고 싶습니다.”고 했다. 또한 “청년세대에게 ‘기울어진 운동장’, ‘헬조선’을 물려준 기성세대로서 시민단체와 연대해 청년들에게 문화교육의 장도 제공하고 싶습니다.”며 문화예술인과 청년세대에 책임감을 표했다.

그는 ‘한겨레’ 창간주주이기도 하다. “창간이래 ‘한겨레’는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 왔습니다. ‘민족정론지’이자 ‘신뢰도 1위 신문’이라 자랑스럽고, 매일 아침 ‘한겨레’를 읽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라고 하는 그는 “시민과 주주가 주축이 된 '문화공간 온:'은 한겨레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문화공간 온:'에서 한겨레의 취재기자, 논설위원 등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마련하고 싶습니다. 한겨레정신으로 태어난 문화공간 온:을 품격 높은 시민문화공간으로 키워내 ‘한겨레’에 기여하고 싶습니다”고 각오를 다졌다.

'문화공간 온:' 협동조합은 조합원 124명이 1억7천만원의 출자금을 모아 출범했다. 소정의 출자금을 내면 누구나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02)730-3370.

편집 : 이동구에디터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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