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실크로드 문화 답사(35)]

아인슈타인(1879-1955)은 1905년 물체의 에너지는 물체의 질량(m)과 속도(v)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E=mv² 등가원리를 발표했습니다. 시속 155km의 류현진 투수가 던진 야구공에 얼굴을 얻어맞으면 어떻게 될까요? 헐~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공의 무게는 145g밖에 안 되는데요.

축구에서도 느린 팀이 지는 건 당연하듯 전장에서 작전 수행 시 속도는 승패의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몽골군은 전쟁터에서 항상 1인당 8~9마리의 말을 몰고 진격했습니다. 1시간쯤 달리다 말이 지치면 다른 말로 바꿔 탔습니다. 밥 먹는 문제도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양고기를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더운 물에 불려 먹는 ‘보르츠’는 한 끼 식사로 두 스푼만 필요했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고대 로마제국은 거미줄 도로망을 연결하여 넓은 지역을 효과적으로 통치했습니다. 몽골 제국은 1279년 서유럽과 일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했습니다. 초원지대를 말달리며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 몽골족은 도로대신 ‘역참(驛站)’을 통해 신속하게 군사를 움직여 영토를 넓히고 관리했습니다. ‘역참 위에 몽골제국이 있다’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몽골제국의 유럽원정군 파발마의 속도가 하루 350km였다고 하니 케사르의 로마군단병 행군 속도의 10배였군요.

이탈리아 여행가 마르코 폴로(1254-1324)는 <동방견문록>에 징기스칸의 ‘역참제’에 대해 이렇게 적었습니다. “도로마다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리가 없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바둑판처럼 25~40마일마다 역(驛)과 우편국이 있다. 역마다 묵고 갈 수 있는 크고 아름다운 몽골판 여관 ‘게르(몽골 전통 천막집)’가 있다. 그리고 역참마다 말이 400마리나 있어 쉬었다가 말을 갈아타고 가기가 정말 편하다.” 넓은 제국을 거미줄처럼 엮은 역참은 1,500여개소나 되었고 연결된 총 길이는 6만 km에 달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 칭기즈칸의 ‘역참제’가 오늘날 정보통신 전문가들에 의해 많이 인용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1500여개의 역참은, A -> B -> C 로 이어지는 직렬구조가 아니라 A -> B 또는 C 로, 다시 B -> A로, 또는 C -> A로, 여기저기로 연결 되는 ‘하이퍼링크(Hyperlink)' 체제였습니다.

▲ 하이퍼링크 원리를 간단히 표현한 그림

거미줄 같은 방사형 연결체계로서 지금의 인터넷 링크 시스템과 같은 구조입니다. 의사소통과 군사물자의 이동 경로는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자유자재로 최적화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었습니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광활한 초원 대륙을 떠돌며 변화무쌍한 환경조건에 적응해온 유랑자들(nomad). 어쩌면 신은 이들에게 처음부터 대륙을 지배할 DNA를 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1995년 말 기사에서 “지난 1000년 동안 최고의 인물은 칭기즈칸, 최악의 인물은 히틀러”라고 밝혔습니다. 최고의 과학자는 아인슈타인을 찍었습니다. 아인슈타인보다 700년 전의 물리학, 인터넷보다 800년 전의 컴퓨터공학이 녹아있는 칭기즈칸의 ‘역참.’ 최연소 최고경영자가 되어 GE를 세계최고 기업으로 성장시켜 '경영의 달인', '세기의 경영인' 등 많은 별칭을 얻은 잭 웰치(Jack Welch, 1935-현재) 가 “21세기는 새로운 유목사회이며, 나는 칭기즈칸을 닮겠다”고 말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서하는 흥경부(興慶府), 즉 지금의 영하회족자치주의 주도인 은천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송나라를 압박하고, 서쪽으로는 서역으로 가는 핵심 통로인 하서주랑을 지배해 실크로드의 무역권을 장악했습니다.

전성기에는 북으로는 고비 사막, 남으로는 난주, 동으로는 황허, 서쪽으로는 돈황을 지나 하서주랑의 끝 옥문에 이르는 커다란 영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와~ 이거 실크로드를 장악했던 왕조는 한과 당뿐만이 아니었군요. 그러나 영원한 건 없듯 초원 대륙을 지배한 몽골군에 의해 200여년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에구~ 칭기즈칸에겐 ‘견벽청야’가 통하지 않았군요. ㅠㅠ~

(이 여행기는 이동구 팀장이 주주, 독자와 함께 한겨레 테마여행 <실크로드 문화답사>를 다녀온 후 지난 해 9월부터 페이스북과 개인 블로그에 실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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